'형제의 난' 닮은꼴 조양호 vs 박삼구, 경영평가
'형제의 난' 닮은꼴 조양호 vs 박삼구, 경영평가
  • 박수진 기자
  • 승인 2012.02.20
  • 호수 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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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

항공 라이벌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박삼무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해묵은 자존심 대결이 또 다시 시작됐다. 인천공항의 제2터미널 전용권과 항공노선 배분을 놓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것. 이에 업계에서는 누가 승리의 깃발을 거머쥐게 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두 기업 간의 다툼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 해마다 발생하고 있어 자존심을 넘어 생존싸움으로 치달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그룹 회장(왼쪽),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오른쪽)

인천공항 제2터미널, 과연 누구에게로

인천공항 제2터미널 전용권을 둘러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경쟁 구도가 팽팽하다. 자신의 회사가 들어가야 한다며 한 치의 양보도 보이지 않고 있다.

대한항공 측은 “외국 사례를 보더라도 자국을 대표하는 제1국적 항공사가 새 터미널을 차지하는 게 맞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시아나 측은 “우리가 가장 많은 동맹 항공사(스타얼라이언스)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환승 측면을 고려하면 우리가 들어가야 맞다”며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보통 항공사가 다른 터미널로 이전하게 될 경우, 이전 비용이 많게는 수백억원 까지 들어가 기 때문에 회사들이 꺼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양측이 서로 이전을 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제2터미널 전용권을 가지게 될 경우 인천공항사가 항공사 터미널 설계에 참여 할 수 있도록 상당한 권한을 부여하기로 한 것으로 분석 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이전하게 되면 우리가 원하는 대로 마음껏 공항을 꾸밀 수 있다”며 “회사 명운이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한 “제2터미널에는 자동 보딩 게이트(승객 스스로 탑승 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 패스트 트랙(빠른 출·입국 절차 시스템) 등 최첨단 시설과 태양광 발전 같은 친 환경 시설이 들어서 승객 확보에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 무리한 요구”

두 그룹간 경쟁 구도는 최근 파리 노선 배분을 둘러싼 분쟁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지난해 11월 파리에서 개최된 한국-프랑스 항공회담에서 인천~파리노선의 여객기 운항 횟수를 주 1회 증대키로 합의했다. 하지만 앞서 2009년 인천~파리 노선배정 당시 국토부가 운수권 배정을 대한항공에만 배정해 두 그룹간의 법정공방까지 치달은 바 있다. 때문에 이번 인천~파리 노선 배분에 두 그룹간의 갈등이 첨예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에어프랑스와의 제휴를 고려하면 인천~파리 노선은 사실상 대한항공이 과점하고 있는 상태다”며 “진정한 경쟁 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아시아나가 주 1회를 더 받아 장거리 노조 최소운항 횟수인 주4회를 채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대한항공 관계자는 “지난 2009년에 아시아나의 입장은 무리한 요구 부분이었다. 패소 판결을 보면 알 수 있지 않냐”며 “요즘은 노선배분 의원회가 따로 지정돼 있어 노선 분배 결과 발표에 대부분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들의 혈투에 한 전문가는 “제2 터미널 사용권과 노선분배 자체가 항공사들의 이익과 직결 돼 있기 때문에 항공사에게 있어 목줄인 셈이다”라고 분석했다.

현재 이 노선은 대한항공이 여름 성수기에 주 10회, 동계 비수기에는 주 7회, 아시아나항공은 연간 주 3회를 운항하고 있다. 증대분이 어느 항공사에 배정될 지는 올해 상반기 항공교통심의원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잦은 신경전, 갈수록 점입가경

사실 그간 두 그룹 간 잦은 신경전은 갈수록 점입가경의 양상을 띠어 왔다.

2007년 대한항공이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새 기업이미지(CI) 제작과 관련해 문제제기를 하고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2003년 6월 미국의 브랜드 개발 전문업체인 랜도사와 CI를 체결하며 ‘향후 4년간 다른 경쟁사(항공업체)와 유사한 계약을 맺지 않는다’고 합의했다. 하지만 랜도사가 2004년 9월 대한항공 CI 작업을 마친 후 금호아시아나그룹과 CI 개발 계약을 맺었고 이후 금호아시아나는 2006년 새로운 CI를 발표했다. 이에 대한항공은 랜도사가 계약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 110만 달러를 보상하라며 중재신청을 제기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대한항공의 이런 행보가 사실 간접적으로 아시아나그룹을 공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당시 대우건설 인수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재계서열이 한진(7위)의 턱밑인 8위로 뛰어오르면서 양 그룹 간의 경쟁이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사실이 아니라며 반박했다.

대한항공 측은 “랜도사는 브랜드 플랫폼개발, 기내인테리어, 기내용품 등에 대한 대한항공의 CI 작업을 수행하면서 대한항공 각 분야별 임원들을 대상으로 개별 심층인터뷰까지 실시했다”며 "이 과정에서 전략적 경영방침, 고도의 마케팅 전략, 기업문화분석 등 대한항공의 깊숙한 기업비밀을 제공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대한항공의 깊숙한 기업비밀을 제공받아 작업한 뒤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이 같은 기본적인 약속을 저버리고 경쟁사의 CI 용역을 해줌으로써 대한항공의 유무형의 막대한 피해를 초래해 이 같이 중재신청을 제기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신경전은 그룹 간 전면전으로 빠르게 치달았다.

지난2008년 저가항공시장에 양 그룹의 회장이 직접 나선 것이 바로 그 대표적인 예다.

당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별도법인인 ‘에어코리아’를 설립, 국내선부터 운영하기로 결정하며 저가항공 시장에서 선수를 치고 나왔다.

이어 제주항공과 한성항공까지 신형항공기로 무장하고 중국 등 국제선 진출을 꾀해 글로벌 항공사로서 입지를 굳히는데 성공했다.

조 회장은 “가격을 낮춰 서비스는 떨어지더라도 가족여행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전에 철저한 저가항공사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대한항공의 공세에 위기감을 느낀 박 회장은 뒤 늦게 에어부산에 230억원 출자함으로써 저가항공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여전히 지역 항공사 성격이 짙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 전문가는 “아시아나 항공이 설립 20년을 훌쩍 넘는 등 연륜이 쌓이고 있지만 여전히 메머드급인 대한항공의 전략에 한 수 뒤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박 회장이 저가항공분야에서 바짝 긴장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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