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관 출신 낙하산 인사에 ‘몸살’
금융권, 관 출신 낙하산 인사에 ‘몸살’
  • 강우석 기자
  • 승인 2012.02.13
  • 호수 88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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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치 금융’ 논란 속 자본시장 앞날은?

금투협 등 유관기관, 관 출신 임원 대거 포진 해
'당국과 소통?'…일방적 지도 전달 창구 될 우려 커

은행권과 금융투자업권 등 금융권에 금융감독원 출신 낙하산 인사가 포진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차기 주요 임원들이 관 출신 인사들로 채워지면서 당국의 인사개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

이에 전국금융산업 노동조합 및 금융투자협회 노동조합 등에서 반발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새 수장 맞은 금투협, 시작부터 관치 논란

지난 8일 금투협은 임시 총회를 열고 상근부회장에 남진웅 전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장, 자율규제위원장에 박원호 금융감독원 부원장을 각각 선임했다.

이에 금투협 임원 인사를 둘러싸고 관치금융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금융관련협회 중 유일하게 민간출신 회장을 앉힌 금투협이 이른바 ‘낙하산 종합선물세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투협 측은 민‧관을 떠나 철저하게 역량 중심의 인사를 단행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노조는 관치금융을 규탄한다며 철야농성을 단행했다.

금투협 노조는 적법절차와 관련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상태다.

상근부회장 등은 회장의 추천을 받아야 하지만 당국이 박종수 금투협 회장이 내정되기도 전에 부회장을 임명했다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노조는 절차 문제를 만회하기 위한 회원 투표를 제시했지만 이 또한 시행되지 않았다는 것.

특히 자율규제위원장의 경우 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을 거쳐 과반수 찬성으로 선임 되도록 돼 있지만 후추위는 개최되지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정부 출신 인사들의 대거포진이 금융당국의 지나친 간섭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협회와 당국 간 소통이 필요하지만 정부 출신의 인사는 일방적인 지도 전달 창구가 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회장이 권역을 모두 대변할 수 없다는 점에서 주요 임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관 출신 인사들이 민간협회에서 자신이 맡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연임 금투협 노조위원장 또한 인사가 내정되기 이틀전인 지난 6일 성명서를 내고 “신임회장이 취임하기도 전에 상근부회장이 내정됐다”며 “후추위의 추천을 받아야 할 자율규제위원장에는 감독원 부원장이 내정됐다는 소식에 분노와 개탄을 감출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인사의 정당성 논란은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며 “자본시장의 앞날을 위해 선거제도 및 임원평가 제도 개선 등의 내용을 사측과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금투협 측은 철저하게 역량 중심으로 인사를 단행했다며 항변하고 나섰다.

박종수 금투협 회장은 “모든 것을 출발선에서 재검토해 회원사와 금융투자산업 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역량 중심의 인사를 단행했다”며 “이번 인사는 협회가 고객으로부터 신뢰받는 열린서비스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한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은행연합회 부회장에 금감원 부원장보 내정

전국은행연합회 노조도 지난 10일 은행회관 로비에서 ‘금감원의 낙하산 인사 저지 규탄 대회’를 열고 당국의 낙하산 인사에 거세게 반발했다.

다음달 임기가 끝나는 노태식 은행연합회 부회장 후임으로 김영대 금감원 부원장보가 내정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낙하산 인사 저지’에 나선 것.

일각에서는 지난해 저축은행 부실사태로 퇴직직원들이 무더기로 저축은행 등에 감사로 내려가는 관행에 제동이 걸리며 금융 관련 기관으로 그 방향이 선회돼 불만이 터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용실 은행연합회 노조위원장은 성명서를 통해 “금감원의 낙하산 인사는 임직원내부 승진 희망을 꺾는 폭거”라며 “구시대 관행인 낙하산 인사는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위원장은 이어 “최근 터진 저축은행 사태의 원인 중 하나가 금감원의 제 식구 감싸기였다”며 “금감원의 퇴직 임직원들이 저축은행 이사와 감사를 독식하면서 제대로 된 감독이 이뤄지지 않았고 내부 비리를 키운 것으로 드러났듯이, 낙하산 인사는 그 자체로 감독기관과 피감기관을 병들게 한다”고 비판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 보험 등 주요 금융회사의 사외이사 중 정․관계 고위직 출신은 절반 가까이에 이른다고 알려졌다.

특히 금감원 퇴직간부의 경우 금융회사 감사로 내려가는 '낙하산 관행'은 지난해 저축은행 사태 이후 많은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일부에서는 금투협과 은행연합회 등에 대한 인사를 금융 관련 유관기관 전체에 대한 '낙하산 인사의 신호탄'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퇴직직원들의 금융회사 감사 등으로의 진출로가 막힌 금감원으로서는 3월 전후 정기인사를 앞두고 인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퇴직직원 정리'가 어느 때보다 시급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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