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만 바라보는 증시 ‘빨간 불’
대선만 바라보는 증시 ‘빨간 불’
  • 이지은 기자
  • 승인 2012.01.16
  • 호수 87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치테마주, 어디로 튈까

금융당국, 특별조사반 신설…“시장 왜곡 막겠다”
거래정지우려에 ‘반짝 하락’, 다음날 바로 또 상승


이상한 테마주 열풍이 계속되고 있다. 뚜렷한 호재가 없는데도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거나 특별한 관계없이 ‘아무개 관련주’로 편입되는 등 위험한 행보를 보이는 중이다. 금융당국이 나섰지만 아직까지 별 효과는 없는 듯하다. 오히려 기관과 외국인까지 단기차익을 얻으려 ‘테마주 롤러코스터’에 올라타고 있다.

12일 안철수연구소는 전날보다 4200원(3.1%) 상승한 13만95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전날 한국거래소가 테마주 난립을 바로잡겠다며 시장경보제도의 도입계획을 밝히자 1만5900원(10.52%)이나 대폭 떨어졌지만, 다음날 바로 반등한 것이다.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의 복지공약 수혜주로 알려진 보령메디앙스와 아가방컴퍼니도 11일 각각 13.62%, 13.95% 하락한 반면 12일 2.68%, 3.04% 올랐다.

최근 3거래일간 급락세를 보인 바른손역시 12일 11.34% 뛰면서 금융당국의 엄포가 소용없음을 증명했다. 

이 밖에 이민화 사외이사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과 친분이 있다는 소문으로 안철수 테마주가 된 솔고바이오와 문재인 노무현재단이사장과의 관계가 부각된 대현도 전날 하락했다가 이날 상승반전했다.

거래소는 투자위험종목 지정 시 거래를 즉시 정지시킬 수 있도록 제도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알렸다. 현행 투자주의→투자경고→투자위험→매매거래정지 순의 시장경보제도에서 ‘투자위험’ 단계를 빼겠다는 것.

이에 따라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급등하면 투자경고 단계에서도 바로 매매거래를 정지케 할 수 있게 된다.

거래소 관계자는 “빠르게 시장에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금융위나 기재부 등과 협의를 거쳐 조만간 결론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8일 금융감독원·금융위원회·한국거래소는 테마주와 관련된 시세조정과 부정거래 등을 전담하는 ‘테마주 특별조사반’을 신설하기로 했다. 또 투자자 보호를 위해 신속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 혐의자를 즉시 검찰에 고발 또는 통보 조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했다.

최근 유력 대선후보관련 테마주에 대한 근거 없는 추종과 북한관련 루머가 시장을 혼란케 하고 있어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판단이다.

이 같은 금융당국의 강력한 단속의지에 투자심리가 움츠러들며 이날 관련주가 모조리 하락 마감했다. 특히 최근 며칠 동안 상한가를 기록한 정치 테마주들은 두 자릿수 급락을 보였다.
 

외인·기관까지 추격매수 나서

그러나 테마주 열기를 진화하지는 못했다. 여전히 이유 없는 등락이 반복되는 모양새다.

이뿐만 아니라 오히려 기관과 외국인까지 테마주 단기매매에 가세하고 있다.

11일 코스닥시장에서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산 종목은 금액기준으로 아가방컴퍼니가 1위(31억원), 안철수연구소(20억원)가 그 뒤를 이었다. 이는 전날 개인 순매도 1·2위를 차지한 종목이다. 단속에 대한 불안감으로 개인이 내려놓자마자 외국인이 저가매수기회를 삼아 담은 것이다.

이 밖에도 보령메디앙스, 바른손, 솔고바이오, 메타바이오메드, iMBC 등의 정치테마주도 외국인순매수 상위권에 연일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최근 증시에 특별한 이슈가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정보력 부족으로 루머에 휩쓸리기 쉬운 개인투자자와 달리 보통 기관투자자들은 테마주보다는 상승여력이 검증된 종목에 관심을 보이기 때문. 

전문가들에 따르면 얼마간 증시를 이끌만한 변수 없이 박스권 장세가 이어질 전망이어서, 테마주를 통해 단기차익을 얻으려는 투자심리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현대증권 종목분석팀 임복규 팀장은 “막연한 기대감에, 허무맹랑하게 대선관련 주자들과 연관시키는 것도 무시 못 하는 사실”이라며 “정치테마주라는 일회성, 투기성보다는 시장에서 펀드멘탈이 검증되고 성장 동력도 확보된 종목들로 투자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바람직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부채질하는 증권사도 책임 커

한편 권혁세 금감원장이 정치테마주와 연루된 증권사가 있는지 주시하겠다며 경고의 목소리를 높였다. 

권 원장은 12일 오후 전남대학교에서 열린 ‘캠퍼스 금융토크’에서 “투기세력을 조사하는 한편 증권사의 영업행태도 특별히 지켜보겠다”며, “불공정거래와 연루된 경우 강력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권 원장은 “증권사가 브로커리지로 주된 수익을 올리기 때문에 종목을 자주 매매하도록 하고, 일시적인 정보에 따라 매매를 유도하는 경향이 있는데, 증권사들은 이를 자제해야 한다”면서 “투자자들도 실체를 갖고 투자해야지 풍문과 루머에 따라 주가가 움직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