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들러, 현대엘리베이터에 ‘회계장부열람 소송’ 속내
쉰들러, 현대엘리베이터에 ‘회계장부열람 소송’ 속내
  • 최수아 기자
  • 승인 2012.01.09
  • 호수 87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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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은 회장 또 ‘경영권 위기’ 휘말리나

적대적 M&A, 지분 매각, 경영권 분쟁
소송 내막 둘러싸고 갖가지 추측 난무
현대엘리측 “경영권 분쟁 불씨 없다”

현대엘리베이터와 독일 쉰들러그룹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

쉰들러가 현대엘리베이터를 상대로 ‘회계장부열람 소송’을 제기, 이를 두고 갖가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특히나 현대그룹 경영권 분쟁 가능성마저 거론되고 있어 두 그룹의 행보에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쉰들러가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주주이기 때문이다.

현대엘리베이터에 따르면 쉰들러는 지난해 12월 중순 법원에 ‘현대엘리베이터 회계장부 열람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8월 2대주주로서 현대엘리베이터에 회계장부 열람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하자 소송까지 불사한 것.

현대엘리베이터 측은 “쉰들러 측이 지난해 8월 회계장부 열람을 요청했으나 이를 거부하자 지난해 12월 소송을 제기했다”며 “통상적인 주주 권리 이상의 요구를 해와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말했다.

2대주주 쉰들러, 인수‧합병 수순 밟나

쉰들러가 현대엘리베이터에 회계장부 열람을 요구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상선 주식을 이용한 파생상품 계약으로 인해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2006년 현대중공업, KCC 등과 경영권 분쟁을 치른 이후 현대상선의 경영권 안정화를 위해 현대상선 주식으로 넥스젠캐피탈, 케이프포츈, NH투자증권, 대신증권과 파생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현대상선의 주가가 하락하자 지난해 11월말 기준 1088억원 상당의 손실을 봤다.

그러나 업계는 쉰들러의 열람권 요구가 단순한 열람에 그치는 것이 아니란 관측이 우세하다. 그동안 쉰들러는 적대적 M&A시 해당 기업에 회계장부 열람을 요구한 후 상대방에서 거절하면 회계장부 열람 소송을 제기, 인수 합병 수순을 밟아왔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경영권에 욕심을 내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회계장부 열람을 통해 경쟁관계에 있는 기업 영업의 사항을 들여다보려는 것 아니냐는 것. 쉰들러는 세계 엘리베이터 시장 2위, 에스컬레이터 1위인 기업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현대엘리베이터, 오티스 등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때문에 입지 확보를 위한 전초전 아니냐는 해석이다.

한 증권 관계자는 “현대엘리베이터의 파생상품 계약과 관련된 사항은 공시 보고서만 봐도 알 수 있다”며 “이제 와서 회계장부 열람 소송까지 제기하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쉰들러가 장부 열람 요청 뒤인 9월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5만2186주(0.49%)를 취득해 보유지분을 35%까지 늘린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또한 외국계 승강기 업체들이 국내 시장 진출시 국내 승강기업체들의 지분을 사들이고 확대했던 전력들을 살펴봐도 쉰들러의 적대적 M&A 시도가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다. 글로벌 승강기 업체인 오티스의 경우 LG산전 등의 국내 승강기업체의 지분을 확보, 결국 M&A에 성공해 국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 현대그룹이 현대로지엠 등을 통해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43.3%를 갖고 있고 여기에 우리사주조합 지분 6.7%까지 더하면 50%로 과반수를 확보, 현대그룹 경영권이 흔들릴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현대엘리베이터측도 “경영권 분쟁의 불씨는 없다”는 입장이다.
 

범현대가에 지분 넘어가나 ‘촉각’

쉰들러가 2006년 KCC 등 범현대가로부터 지분을 넘겨받았을 때 보이지 않는 딜이 있었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흘러나오고 있다. 만에 하나 범현대가 등으로 지분이 다시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쉰들러가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주주로 등장하게 된 것은 지난 2006년 현대그룹과 현대중공업의 경영권 분쟁이 있던 때다. 그 해 5월 쉰들러는 KCC 및 관계 계열사들이 가지고 있던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넘겨받았다. 때문에 쉰들러의 행보를 두고 늘 범현대가와 연관 지어 해석되곤 했다.

하지만 2007년 알프레드 쉰들러 회장이 한국 방문 당시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을 대량 매입한 것은 장기 투자 목적이자 상호 협력을 위한 것”이라고 밝히며 “현정은 회장을 비롯한 현대엘리베이터를 지지하겠다”고 밝혀 항간의 논란을 불식시켰다.

그러나 쉰들러는 범현대가의 계열사인 한국프랜지공업으로부터 2010년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2.74%를 매입,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율을 6개월만에 31.57%까지 늘려 또 다시 의문을 살만한 행보를 보였다.

이에 대해 한 증권 애널리스트는 “쉰들러가 현대엘리베이터에 경고차원에서 소송을 불사한 것일 수도 있다”며 “하지만 쉰들러의 지분 보유 상황 움직임에 대해 추이를 주요 깊게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장부 공개를 거부한 이유를 두고도 말들이 무성하다. 일각에서는 “문제가 될 것이 없다면 공개하면 되지 않냐”며 “뻔 한 공시 자료라면 더욱 그렇지 않나”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쉰들러측이 요구한 ‘통상적인 주주의 권리 이상의 부분’에 대해 현대엘리베이터측이 “회사의 기밀사항이 포함된 사항일 뿐”이라며 정확한 피소 배경에 대해 밝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공시에 드러나 있지 않은 또 다른 계약이 존재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상선 지배구조에 영향

강성진 동양증권 연구원은 “쉰들러가 현대엘리베이터에 파생상품 관련 회계장부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이 현대상선 지배구조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이번 소송제기가 현대엘리베이터로 하여금 우호주주들과 맺은 의결권 공동행사 계약을 포기하게 하려는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이어 “현대엘리베이터가 우호주주들을 상실할 경우 현대상선이 적대적 M&A에 노출 될 가능성도 없지는 않으나 그 M&A에 나설 주체가 등장할지 여부는 확신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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