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조직개편 ‘외형 키우기’ 논란
금융권 조직개편 ‘외형 키우기’ 논란
  • 강우석 기자
  • 승인 2012.01.09
  • 호수 87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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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아 경제권력 장악…시나리오 가시화

금융당국 지난해 실수 반복 논란
한은 개편 본래 목적 잊은 듯 난항
물가안정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

금융권 주체들이 내실 다지기는 뒷전인 체 ‘외형 키우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 등 국내 금융권 위기가 여전한 가운데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임무는 잊고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는 것.

지난해 부실감독, 각종 비리 등 사건이 끊이지 않아 감독기구를 재편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오히려 조직만 비대해지는 역설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 뒷 이면에는 모피아가 움직이고 있다.

기획재정부 출신 인사들이 정부는 물론 국회와 청와대, 총리실 각종 금융협회 및 일선 금융회사까지 다 장악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옛 재무부 관료를 지칭하는 모피아를 중심으로 경제기획원과 예산처에서 일했던 재정부 출신 경제통들이 요직을 싹쓸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때 ‘외형’ 키우는 금융당국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금융감독원의 올해 예산을 지난해보다 8% 증가한 2844억원으로 확정했다. 금감원 예산은 상급기관인 금융위 승인사항이다.

이 가운데 42억원가량은 올해 신규 채용할 70여명의 경력직원 임금으로 배정됐다. 지난해 경력직원 채용규모인 36명 보다 두 배 정도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금감원 인력은 지난해 말 채용한 신입직원 55명을 포함해 125명가량 늘어나 총 1800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신규 경력직원 채용을 제외한 예산은 2802억원가량으로 지난해보다 6.5% 늘었다.

금융위 또한 지난해 말 조직 증원을 위한 직제개편안을 확정했다. 저축은행ㆍ카드 등 중소서민금융을 총괄할 국장급(2급) 1명을 포함해 서기관ㆍ사무관 등 총 9명이 늘어난다. 3국1관15과3팀 171명이던 기존 본부정원은 올해부터 1관1팀이 신설되고 1팀이 과로 승격하면서 180명으로 증가한다.

여기에 소속기관인 금융정보분석원(FIU)에 경찰청ㆍ국세청 등 다른 기관이 파견하는 인력도 4명 늘었다. 지난 2008년 3월 출범 당시의 2국2관15과2팀 155명과 비교하면 정원이 20%가량 확대된 것이다.

두 기관은 인력확충의 이유로 지난해 저축은행 감독ㆍ검사와 서민금융ㆍ금융소비자 업무량의 증가를 들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지난해 저축은행 사태로 입지가 흔들린 두기관이 같은 실수를 반복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쏟아내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각종 부실검사와 비리로 얼룩졌었다. 금품수수 혐의 등으로 전 현직 직원들이 검찰에 무더기로 구속된데 이어 저축은행 부실사태에 대한 책임도 금감원은 피해가지 못했다.

금융당국을 향한 부적적인 여론이 아직도 여전한 가운데 이 같은 외형 불리기는 흔들린 입지를 되찾는데 어려움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 조직개편 본말 전도?

지난 2일 조직개편안을 단행한 한국은행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한은은 조직의 판 자체를 바꾸는 조직개편안을 단행했다. 하지만 이번 개편안으로 자칫 한은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이번 개편안으로 한은의 첫 번째 역할로 꼽히는 물가안정과 이를 위한 통화정책기능이 크게 퇴색돼 개편안의 본말이 전도됐다는 지적이다.

한은의 이번 조직개편안을 살펴보면 지난해 한은법 개정으로 금융안정 기능이 추가, 금융안정 역량 강화에 중점을 뒀다.

한은이 금융감독원에게 공동조사를 요구하면 1개월 이내에 의무적으로 공동조사에 응해야함은 물론,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 자료제출도 요구할 수 있다.

한은은 이외에도 금융시장의 불안요인과 금융 부문의 시스템 리스크 요인에 선제 대응하는 능력을 높이기 위해 기존 금융안정분석국을 확대 개편해 거시건전성분석국을 신설했다.

또 거시건전성분석국이 주도해 상설협의기구인 거시건전성협의회도 새로 만들었다. 이 기구는 올해부터 법정 보고서로 채택된 거시금융안정보고서 작성업무를 총괄할 방침이다.

통화신용정책을 담당하는 핵심부서인 정책기획국과 한은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부서인 금융시장국은 통화정책국으로 통합됐다.

하지만 이 같은 금융안정 기능 강화가 자칫 물가안정과 통화정책기능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은은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를 계속 넘으면서 물가관리에 사실상 실패한 바 있다.

게다가 금융안정 기능 확대에 따른 인력확보의 어려움과 통화정책의 효율성과 신속한 정책대응을 위한 통합이라고 하지만, 정책기획국과 금융시장국의 통합은 한은의 기능을 반감시키는 결정이란 평가다.

한은 외부에서는 물론 내부에서조차 정작 한은이 소통해야 할 주요한 내용과 대상인 통화정책과 금융시장에서는 괴리되는 작품이 나왔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정작 금통위원은 공석

특히나 정작 통화정책을 결정할 금융통화위원이 2년 가까이 공석임에도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없어 ‘알맹이 빠진’ 개편이란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금융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도 금통위원 공석을 그대로 두는 것은 조직개편의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금융통화위원회는 한은의 정책결정기구로서 통화신용정책에 관한 사항 및 한은의 운영에 관한 사항을 심의 의결하는 권한을 가진다.

다시 말해 이 위원회는 통화신용정책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화폐발행, 직접적인 대출규제, 재할인정책, 지급준비율정책, 공개시장조작 등과 관련된 정책을 결정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이런 위원회의 자리가 2010년 4월 박봉흠 전 금통위원의 임기 만료 이후 1년 8개월 가까이 공석중이다.

한은법 13조에 의하면 금통위는 7명의 금통위원 정원을 명시하고 있다. 법에서 정한 금통위원 정원이 채워지지 않은 상황에서 1년 8개월여 동안 절름발이식으로 금통위 회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몇몇 금통위원들의 해외출장으로 의결정족수가 부족해 금통위 회의 일정이 미뤄지기도 했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이번 조직 개편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을 경우, 김중수 총재가 앞으로 상당한 비판에 직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 독립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안정 기능이 들어오는 순간, 한은의 독립성이 절반쯤 날아갔다”며 “ 물가안정의 부담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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