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불법 사채시장 내몰릴 ‘위기’
서민 불법 사채시장 내몰릴 ‘위기’
  • 강우석 기자
  • 승인 2011.12.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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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업체 4곳 내년 영업정지

저신용자 대책없는 탁상행정 ‘논란’
권혁세 “별도 대책 없이도 문제없다”

대부업체를 이용해 급전을 구하려는 서민들의 자금 조달에 빨간불이 켜졌다.

내년 초 러시앤캐시와 산와대부 등 대형 대부업체 4곳이 이자율 위반 등으로 영업정지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100만명을 웃도는 거래자들이 사채업으로 몰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들 업체 4곳의 고객은 총 115만6000명으로 대부 잔액은 3조5677억원이다.

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K씨는 “대부업체에서 300만원정도 이용하고 있으며 매달 급할 때 50만원 정도 빌렸다 갚곤 한다”며 “이제는 대부업체도 모자라 사채업자까지 찾아봐야 할 판이다.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고객의 속사정을 너무 모른다”며 하소연 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청은 지난 20일 에이앤피파이낸셜대부, 산와대부, 미즈사랑대부, 원캐싱 대부 등 4개 업체에 영업정지를 명령하는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보냈다. 소명할 수 있는 행정처분 사전통지에 대한 의견서 제출 시한은 내년 1월6일까지다.

강남구청은 지난 달 7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4개 대부업체에 대한 검사보고서를 통보받아 검토한 결과 위법으로 결론 지었다. 제재 수위는 의견서를 검토한 뒤 결정할 방침이나, 현재로선 6개월 영업정지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대부업법상 시행령은 이자율 상한선(39%)을 초과해 이자를 받을 경우 1회 위반만으로도 6개월간 영업정지 처분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부업체의 법정 최고이자율은 지난해 7월 연 49%에서 연 44%로 낮아진 데 이어 올해 6월 연 39%로 추가 인하됐다. 하지만 이들 업체는 만기 도래한 대출 6만1827건, 1436억3000억원에 대해 종전 이자율을 적용해 총 30억6000만원의 이자를 초과 수취한 것으로 밝혀졌다.

강남구청은 이들 업체를 대부업법 위반 혐의로 서울 수서경찰서와 강남경찰서에 고발 조치했다.

에이앤피파이낸셜대부는 업계 1위인 '러시앤캐시'를 비롯해 '미즈사랑'과 '원캐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산와머니'라는 상품명을 쓰는 산와대부는 업계 2위다.

내년 초 6개월의 영업정치 처분이 내려지면 신규·추가 대출은 전면 중지된다. 4개 업체의 시장점유율은 47%다. 이들 고객 중 60%는 시중은행에서 대출받기 어려운 신용등급 7~10등급에 속한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4개 대부업체 이용자들의 대출공백 우려에 대해 "이들은 현재 저축은행의 이용자들보다 신용이 높다"며 “저축은행이나 카드사와 같은 다른 금융권에서 이들의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러시앤캐시 등의 이용자들이 저축은행이나 신용카드사, 또 다른 대부업체를 이용하면 자금 조달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란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권 원장은 “이들을 위한 별도의 대책을 세울 필요는 없어 보인다”며 “러시앤캐시, 산와머니 등을 이용하는 사람의 75% 이상이 소득을 가진 사람들이므로 오히려 이들이 최고금리를 적용 받는 것이 이상하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과 같은 제도 금융권에서 자금조달이 가능하다. 또 희망홀씨 등 서민금융으로 조달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권 원장에 따르면 갈아탈 수 있는 제2금융이 많다는 것이다. 권 원장은 "이들이 지하시장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더 좋은 조건으로 자금조달을 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도 노력하겠지만 금융조달하는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업체에 몰리는 수요는 대부분 급전이 필요한 저소득·저신용자들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제도를 이용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 당국의 입장인 것이다.

저신용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서민금융 상품은 미소금융, 새희망홀씨대출과 햇살론, 신용회복위원회의 소액지원대출과 한국자산관리공사의 개인워크아웃 및 바꿔드림론 등 그 종류만 해도 5가지가 넘는다.

문제는 이러한 서민금융상품들이 비슷비슷한 데다 제 기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미소금융은 금융기관의 휴면예금이나 기업 기부금으로 신용등급 7~10등급의 신청자에게 창업 및 운영자금을 지원해주는 대표적인 서민금융상품이다.

그러나 최근 미소금융중앙재단에서 특정 사업자에게 지원하는 대신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는 등 비리가 발각돼 신뢰도가 땅으로 떨어진 상태다.

새희망홀씨대출은 신용등급 5~10등급이며 연소득 3000~4000만원 이하인 사람에게 생계자금을 지원하는 상품이며, 햇살론은 신용등급 6∼10등급에 연소득 2600만원 이하인 사람을 대상으로 생계 및 사업 자금을 빌려준다.

새희망홀씨대출이나 햇살론의 경우 저축이나 카드 상품 가입을 함께 강요하는 이른바 ‘꺾기’ 영업이 공공연히 이루어지고 있어 당국이 점검에 나선 상황이다.

저축은행과 대부업계 또한 대출을 소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8등급 이하의 고객층은 저축은행에도 매력적인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현재 솔로몬·현대스위스·HK·신라저축은행 등이 주로 소액 신용대출을 취급하고 있으며 전체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규모는 11조원가량 된다.

자금조달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부업계의 반응도 마찬가지다.

이재선 대부금융협회 사무국장은 “대부업계는 자금이 부족해 대출을 현재 이상으로 늘릴 수 있는 여력이 없다”며 “중소형 대부업체에서의 대출 자체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최고금리를 적용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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