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한국야구르트 ‘오너2·3세 경영세습 붐’
삼양‧한국야구르트 ‘오너2·3세 경영세습 붐’
  • 박수진 기자
  • 승인 2011.12.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0대 오너 3세, 수십억 지분 가져 ‘논란’

▲ 윤덕병 한국야구르트 회장(왼쪽)과 전인장 삼양 그룹 회장

치밀한 경영세습 사전 작업
아들 회사에 편법 지분 승계 ‘논란’

북한의 3대 권력 세습에 이어 한국의 식품업계에서도 경영세습이 붐이 일고 있다. 사업의 일부분을 오너2세와 오너3세가 보유한 기업으로 넘기고 있는 것. 대기업의 자회사 일감 몰아주기도 모자라 이젠 자신의 일가에게 편법으로 지분을 넘겨주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주가 등급때 바로 매도

이달 식음료업계의 최고 인기품목은 ‘나가사끼 짬뽕’이다. 더욱이 ‘꼬꼬면’과 경쟁구도를 벌이며 업계1위로 치고 나가자 삼양식품의 주가는 연일 상승 곡선을 그렸다.

삼양식품에 대한 관심은 온라인에서도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9일 온라인 증권센터에서 삼양식품은 2961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하이닉스(3837회)와 삼성전자(3480회), 한국항공우주(3196회)에 이어 유가증권시장에서 인기검색 종목 4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렇게 주가가 널을 뛰고 개미들이 몰리는 사이 회사 오너 3세는 바쁘게 움직이며 실속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주식회사 비글스가 지난 11월 29일, 30일에 이어 이 달 1일부터 6일까지 총 6회에 걸쳐 삼양식품 보유주식 12만 4690주를 장내 매도했다고 밝혔다. 주당 매도 가격은 2만 4400원에서 3만4800원 수준으로 추정했다.

비글스는 지난 2007년 1월 설립된 자본금 5000만원의 농수산물 도소매업체로,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의 장남인 전병우(18)군이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최근 삼양식품의 주가가 50% 가까이 급등했음을 감안했을 때 이번 비글스의 지분 매도는 30억원에서 40억원에 달하는 차익을 거뒀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비글스의 지분 대거 매도가 시세차익을 내는 동시에 지배구조 정리를 위한 것 아니냐, 삼양식품그룹에서 3세 체제를 위한 사전작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경영세습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현재 삼양식품그룹의 핵심은 총자산이 957억원인 삼양농수산이다. 주력사 삼양식품의 자산 2118억원의 절반 수준이지만 삼양농수산은 삼양식품의 지분 51.8%를 보유하고 있다. 비글스는 삼양농수산의 지분 26.9%를 확보한 상태다. 지난 2008년까지만 해도 지분이 없었으나 최근 3년간 대거 사들였다. 지분 21%를 보유한 회장 전 회장과 합치면 회사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삼양식품을 삼양농수산이 잡고 있고 삼양농수산은 비글스의 영향을 받는 상황에서 비글스가 굳이 삼양식품의 지분을 가지고 있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당당하게 아들 회사에 매각

한국야구르트도 3세를 위한 경영세습이 한창이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야구르트는 지난 21일 라면과 음료 사업을 담당하는 ‘팔도’를 법인분리해 2세가 대주주로 있는 삼영시스템에 매각했다. 삼영시스템은 윤덕병 한국야구르트 회장의 외아들인 윤호중 전무가 대주주다.

삼영시스템은 한국야구르트의 용기와 포장 납품을 담당하는 곳으로 팔도 인수 작업을 완료한 후 두 회사를 통합해 사명을 ‘팔도’로 바꿀 방침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결국 아버지가 아들에게 회사 일부를 넘겨준 것과 뭐가 다르냐”며 “‘팔도’를 2세 경영권 승계 및 재산 증여의 통로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또한 삼양시스템의 팔도 통합설은 지난 21일 한국야구르트가 밝힌 분사 배경과 맞물리면서 소비자들을 더욱 분노케 했다.

당시 한국야구르트측은 “‘한국야쿠르트’라는 기업명과 팔도를 연결 지어 인지하지 못하는 고객들이 많았다”며 “라면과 음료사업에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마련한 지금이 법인 분리의 최적기라고 판단해 분사를 결정하게 됐다”며 분사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소비자 A양은 “라면사업을 전문분야로 가지고 가겠다는 팔도를 야구르트 용기와 포장 납품을 담당하는 삼영시스템과 통합한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질 않는다”며 “한국야구르트가 경영세습에 대해 비판받을 것을 우려해 꼼수를 부리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