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하루 평균 36명..`사회 안전망` 시급
자살 하루 평균 36명..`사회 안전망` 시급
  • 한국증권신문
  • 승인 2003.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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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카드빚에 시달리던 30대 주부가 자녀 3명을 아파트에서 떨어뜨린 후 자신도 몸을 던져 자살한 사건이 큰 충격을 던져줬다. 또 지난 24일에는 서울 영등포구 모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중인 방모(16)군이 `성적이 오르지 않아 부모님께 미안하다. 먼저 가서 죄송하다`는 짤막한 유서를 남긴채 목을 매달아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달초에는 40대 초반의 검찰 공무원이 `오랜 업무에 대한 긴장과 박봉에 대한 두려움이 한 인생을 이렇게 무너뜨리는구나. 이제는 편히 쉬고 싶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최근 잇따른 자살 사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자살은 더 이상 신문 지면에서나 볼 수 있는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 옆에서 늘 벌어지고 있는 일상사가 돼버렸다. ◆하루 평균 36명 자살=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총 자살 건수는 모두 1만3천55건으로 전년 1만2천277건에 비해 6.3% 증가했다. 하루 평균 36명, 1시간에 1.5명 꼴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셈이다. 특히 경기 침체로 실업자, 신용불량자가 늘면서 생활고, 사업 실패에 따른 자살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00년 생활고, 사업 실패에 따른 자살은 786건이었지만 ▲2001년 844건 ▲2002년 968건 등 해마다 큰 폭으로 늘었다. 성적 비관 등에 따른 10대 자살은 ▲2000년 466건 ▲2001년 333건 ▲2002년 273명으로 줄었지만, 경제 활동을 왕성하게 해야 하는 30대의 자살은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2000년 2천444건 ▲2001년 2천446건 ▲2천655건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자살로 내모는 사회= 최근 고대의대 예방의학교실 김순덕 교수팀이 지난 1983년부터 2000년까지 통계청이 집계한 인구 10만명당 연도별 자살률과 실업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는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많다. 자살률 대비 경제성장률은 81.5%의 연관성을, 실업률은82.6%의 연관성을 각각 보였기 때문이다. 조사 기간 자살률과 경제성장률은 전체적으로 81.5%의 연관성을 나타냈는데, 경제활동이 가능한 20세 이상 자살률만 분석했을 경우에는 연관성이 86.5 %로 크게 높아졌다. 결국 경기 침체와 빈부격차의 확대로 빈곤층과 실업자, 신용불량자가 늘면서 자살도 함께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3천여만원의 카드빚과 은행빚 때문에 자녀들과 함께 자살한 주부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사회적 안전망`에서 소외된 계층이 최후에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수단이 결국 자살인 셈이다. ◆대화가 유일한 방지책= 자살 급증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화의 `동맥경화` 현상을 공통적인 원인으로 꼽고 있다. 인터넷 발달로 대화 창구는 많아졌지만 정작 무엇을 가지고 어떻게 대화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일방적인 `독백`만 넘친다는 진단이다. 김종호 신경정신과 전문의는 "기성세대의 사회에 대한 적개심과 분노가 자녀에게 전이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자살은 희망이 없는 우리 사회의 병리현상"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자살의 가장 큰 원인인 우울증은 부끄러운 병이 아니므로 편견을 버려야 한다"며 "우울증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과 나눔의 정신을 통한 적극적인 치료가 자살을 막을 수 있다"고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의 어기준소장은 "최근 게임이 청소년들에게 영향력이 높아지면서 죽음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게임처럼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이른바 `리셋증후군`이 확산되고 있다"며 "청소년 자살을 막기 위해서는 대화 이외에 다른 방도가 없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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