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 ‘김승유 리더십’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나금융지주 ‘김승유 리더십’은 존재하지 않는다
  • 손부호 기자
  • 승인 2011.1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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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한과 책임이 일치하지 않는 기형적 매트릭스 구조
- 김승유 회장 1인 중심의 의사결정 리더십 구멍 생겨

 금융업계 최초로 도입된 하나금융의 매트릭스 조직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금감원은 하나은행 종합감사에서 상품권 횡령, 이사회 허위보고, 금융실명제 위반, 꺽기 등 매트릭스 체제의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를 계기로 내년 1월 매트릭스 조직을 출범시키기로 한 신한금융과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우리금융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내부통제 시스템 부작동이 부른 모럴해저드

  금감원은 지난 8일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에서 열린 임시 이사회에 국장급을 참석시켜 9월에 완료한 종합검사 결과를 설명했다.

  금감원은 이 자리에서 지난 7월 경찰에 의해 밝혀진 하나은행의 국민관광상품권 횡령사고를 강도 높게 질책했다. 경찰에 따르면 국민관광상품권 판매대행 기관인 하나은행의 일부 직원들은 기업들이 상품권을 수천만원씩 사들여 허위로 서류를 조작한 뒤 상품권을 빼돌려 상품권 판매상에게 팔아 현금화했다.

  이 과정에서 보통 기업들이 상품권을 사들이고 대금은 나중에 결제한다는 점을 악용해 대금 만기일이 다가오면 또 다른 상품권을 빼내 결제하는 ‘돌려막기’도 행해졌다. 빼돌린 금액만 3년간 174억원 어치였다. 금감원과 하나금융은 이 같은 사실을 3년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 7월 해당 직원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구속했다.

  금감원은 종합검사 결과 이러한 방식으로 약 20억원의 피해가 하나은행의 총 60여개 지점에서 발생한 것을 밝혀냈다.

   금감원은 또 하나은행의 일부 이사들이 이사회에는 참석 안했는데 한 것처럼 꾸민 사실도 적발했다. 하나은행은 이사회가 열리기 전 개최사실을 이사들에게 통보하고 안건을 설명한 뒤 참석 여부를 확정하고 참석을 못할 경우 컨퍼런스콜을 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하나은행은 이러한 이사회 절차를 지키지 않은 것이 드러났다.

  또한 금감원은 하나금융의 금융실명제 위반, 구속성 예금(꺾기), 포괄담보대출 등의 위반사항도 적발했다.

  모순투성이 매트릭스 체제

  하나금융은 2008년 금융업계 최초로 매트릭스 체제를 도입했다. 매트릭스 체제란 금융계열사별로 분리돼 중복되던 업무를 횡적인 사업단위조직으로 묶어 해당 사업부문(BU)장이 관련 업무를 효율적으로 총괄하는 것을 말한다.

  김승유 회장을 정점으로 김종열 하나금융 사장과 임창섭 부회장, 김정태 하나은행장, 김지완 하나대투증권 사장이 각각 그룹전략기획과 기업금융, 리테일, 자산관리 BU를 맡으며 각 부문의 인사권, 성과평가, 영업권을 행사한다.

  반면 리스크관리 책임을 맡는 BU장은 따로 없어 각 계열사 대표가 이를 책임져야 한다. 즉, 지주사의 권한은 커지고 책임은 적어진 반면 계열사 대표의 권한은 축소되고 책임만 커진 것이다. 이는 각 BU장이 각 계열사별 사업을 챙기되 자기가 속하지 않은 사업부분의 리스크도 책임져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하나금융의 매트릭스 체제는 권한과 책임이 일치하지 않는 기형적 구조다. 김승유 회장 1인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에도 문제가 크다”며 매트릭스 체제의 문제점과 김승유 회장의 리더십에 큰 결점이 있음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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