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물가지수 개편안...“장부상 물가 낮추기?”
정부 물가지수 개편안...“장부상 물가 낮추기?”
  • 강우석 기자
  • 승인 2011.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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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말 발표되는 소비자 물가지수 개편안이 윤곽을 드러내는 가운데 과연 현실의 물가를 잘 반영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개편으로 물가지수가 지표상으로는 상당히 하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은 소비자 물가지수 개편안을 오는 23일 국가통계위원회에서 확정하고 29일 발표키로 했다.

개편된 물가지수는 달라진 시대상을 반영해 네일아트, 떡볶이, 순대 등이 새롭게 추가되고 반면 캠코더, 공중전화 이용료, 14K이하 반지, 목걸이 등이 제외된다.

이번 개편안에 대해 일각에서는 개편되는 물가지수에 ‘통계의 정치학’이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즉 정부가 비싼 물건을 지수 산정에서 빼 버림으로써 '장부상 물가 낮추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특히 물가지수 산정 품목에서 금반지를 제외한다는 것이 논란거리다. 현재 소비자물가에서 금반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0.48%이다. 거기다 올해 금반지 값이 폭등해 물가 부담이 커지자 이를 제외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SK증권 염상훈 애널리스트는 "만약 금반지가 제외되면 연간 물가상승률이 0.2% 포인트 정도 하락하는 효과가 나오게 된다"라고 분석했다.

또 LG경제연구소 강중구 연구원은 “2005년 이후 소비 지출에서 귀중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줄지 않았다. 귀중품의 대부분이 금제품인데 이를 '자산'으로 보고 물가 조사 품목에서 빼는 게 맞는지는 의문스럽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정부는 “2009년부터는 국제기준에 따라 14K 금을 자산으로 분류하고 있다”며 “금반지가 소비가 아닌 투자 목적으로 구입되기 때문에 물가지수 조사 품목에서 제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물가지수 개편안을 11월부터 반영한다는 발표 또한 논란거리다. 당초 새 물가지수 산출방식은 12월부터 반영하겠다는 계획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왕 개편하는 거 한 달 앞당긴 것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일각에선 올 11월 물가상승률이 급등할 조짐을 보이자 앞당긴 것 아니냐는 의견이다.

고려대 최종후 정보통계학과 교수는 “어차피 지수 산출방식이 곧 바뀔 것이어서 '꼼수'라고 부를 것까진 없겠지만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애초 일정을 바꾸는 바람에 의혹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물가지수 개편 논란이 일면서 한국은행의 물가 안정 의지가 약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일고 있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소비자물가는 4%대 고공비행을 해왔다. 중기 물가 안정 목표를 3±1%로 정하고 있는 한국은행에는 고물가가 상당한 부담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수치상으로' 낮아지게 되면 한국은행의 부담은 이전보다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동안 '저금리 고환율 정책으로 수출 대기업에 유리한 정책을 펴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온 통화당국으로서는 '수치 조정 효과'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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