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저축은행, PF 부담에 발목 잡혀
대형 저축은행, PF 부담에 발목 잡혀
  • 심요섭 기자
  • 승인 2011.0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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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곳이 안전하다’ 믿음 깨졌다

“전문 금융인 없이 사채업 하듯 회사 운영”
“대주주와 경영진 비리 철저하게 조사할 것”

자산기준으로 국내 2위인 토마토저축은행이 영업정지 됐다. 상장사인 제일저축은행도 금융감독당국의 검사를 피하지 못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8일 저축은행 경영평가위원회에 직후 임시 금융위원회를 열고 이날자로 7개 부실 저축은행에 대한 영업을 정지했다. 영업이 정지된 저축은행은 토마토저축은행을 비롯해, 제일, 제일2, 프라임, 대영, 에이스, 파랑새 등이다. 특히 보유자산 매각 등 자구계획을 제출하면서 마지막까지 노력했던 대형사들도 퇴출명단에 이름이 올랐다. ‘대마불사’라는 말이 무색했다.

 

큰 곳이 안전하다 믿음 깨져

지난해 12월 기준 자산 규모로 1~5위인 대형 저축은행 중 1위 솔로몬만 제외하고 2~5위인 토마토·제일·부산·부산2저축은행이 모두 문을 닫았다. 이 4곳을 포함해 퇴출된 16곳 중 11곳이 전체 105개 업체 중 30위 이내에 들었다. '큰 곳이 안전하다'는 믿음이 무너졌다. 게다가 영업정지 후보 명단에 올랐다가 자구 계획이 통과돼 살아남은 저축은행 6곳 중 5곳이 상위 20위 안에 드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계 인사들은 대형 저축은행들이 한 건당 수백억~수천억원의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에 집중 투자를 했다가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면서 결정타를 맞았다고 입을 모은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작은 저축은행들은 여력이 안 돼 계속 서민 대출에 주력했지만 대형 저축은행들은 부동산 사업에 주력했다"고 말했다. 경기가 하강 국면에 접어든 이후에도 부동산 PF 대출에 집착했다. 인력이 부족한 것도 문제였다. 토마토저축은행은 업계 2위 대형 업체이고 한때 자산이 4조원대였지만 임직원은 211명이다.
금융지주의 한 임원은 "저축은행들이 거시경제 상황을 예측하거나 체계적인 여신 심사를 하는 전문 금융인이 없이 사채업 하듯 회사를 운영한다"고 지적했다.
금융 당국 관계자들은 대형 저축은행이 건실한 영업을 통해 차분하게 덩치를 키운 것이 아니고, 대형 건설사업을 통해 갑자기 떼돈을 벌어 성장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형 저축은행과 달리 중소형 저축은행이 7~8월 경영 진단 결과 대부분 우량한 것으로 드러나 대조를 이루고 있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부동산 대출 대신 본래 사명대로 서민 금융기관으로서 역할을 다한 중소형 저축은행의 경영지표가 우량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구조적 취약점도 문제

최근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와 관련해 금감원의 저축은행에 대한 부실감독도 도마에 올랐다. 도를 지나친 부실감독에는 저축은행의 구조적 취약점과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재 저축은행 감사 등 요직에 근무하는 주요임원은 금감원 출신이 34명이다. 무려 75.3%를 차지하고 있다. 사실상 저축은행 운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예금보험공사 출신도 3명으로 6.6%, 자산관리공사 4명으로 8.8%, 기타 금융관련 또는 사정기관 출신이 4명으로 8.8%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 배영식 의원은 "저축은행에 전직 금감원 출신이 대거 포진돼있어 이들의 로비에 의해 부실이 덮어지고 허위 공시까지도 눈감아주는 감독행태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 의원은 이어 "이번 영업 정지된 7개 저축은행 중 토마토저축은행 감사를 보면 금융감독원 기획조정국 법무실장 출신인 정진규 씨가 사외이사, 금감원 비은행검사국에서 수석검사역으로 종사했던 신창현 씨도 상근감사로 근무했고, 제일저축은행의 이국회 감사 역시 금감원 출신"이라고 설명했다.
배 의원은 "저축은행에 대해 평가기준이 1~5등급까지 있는데, 이번 영업정지를 당한 부실한 저축은행 모두가 과거 2등급 등 우량 등급을 받았다"며 "이 등급조정에 감사들이 로비를 한 것 아니겠느냐"고 거세게 질타했다.

 

영업정지 7개 저축은행 매각될 듯

7개 영업정지 저축은행의 자체 정상화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영업정지 저축은행의 매각방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3일 업계 따르면 영업정지 저축은행에 대한 강도 높은 검찰수사가 예상되면서 매각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당초 영업정지 저축은행들은 45일 안에 대주주 유상증자, 자산 매각, 계열사 매각 등으로 영업정지 리스트에서 빠져나온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신현규 토마토저축은행 회장은 사옥 매각 등을 통해 45일 안에 경영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학헌 에이스저축은행 회장도 사재를 털어서라도 5000만원 초과 예금자들에게 전액 보상할 것이라며 금융당국이 자구계획안을 받아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대주주와 경영진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검찰 고발도 불사한다는 방침이어서 상황은 녹록치 않다. 검찰도 대주주의 비리에 대해서 철저하게 파헤치겠다는 방침을 밝혀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A저축은행 관계자는 “과거 경험에 비춰볼때 영업정지 저축은행에 검찰 수사가 들어갈 경우 대부분 대주주들의 불법대출 및 비리가 밝혀지게 되고 자체 정상화는 어렵게 됐다”며 “특히 이번에는 합동수사단까지 만들어 강도 높은 수사를 예고하고 있어 자체정상화는 더욱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금보험공사도 내주부터 7개 영업정지 저축은행의 매각방향에 대해서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현재까지는 매각을 동시에 추진할 수 없기 때문에 자체 정상화 기간이 끝나는 11월 2일까지 매각방향을 정하고 바로 매각에 착수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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