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수 STX 회장 리더십 ‘위기론’ 실체
강덕수 STX 회장 리더십 ‘위기론’ 실체
  • 최수아 기자
  • 승인 2011.09.26
  • 호수 86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M&A 실패 ‘신화’ 끝나나

하이닉스 인수 포기를 공식 선언한 STX에 위기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STX는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사업 다각화의 일환이라며 하이닉스 인수에 의지를 불태워왔다. 그러나 입찰 참여를 선언한지 2개월여 만인 지난 19일 추진을 중단, 하이닉스 채권단을 당황케 만들었다. STX측은 세계경제의 불확실성과 투자 부담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자금 조달에 차질이 빚어지자 포기를 선언한 것으로 보고 있다. STX의 자금 조달 능력에 한계가 온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내부적으로도 불안감이 확산, 일부 계열사에 국한 되었던 유동성 위기가 그룹 전체로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부채 비율 전년 두배 … 유동성 위기 그룹 전체 확산
강 회장 리더십 ‘흔들’… “시장 변화 지나치게 의식” 지적


STX의 M&A 중도 포기 혹은 실패는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2008년 대한 통운 매각 때 입찰에 참여했다 떨어진 것을 시작으로 대우조선해양 인수전 때에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추진하다 무산됐다. 대우건설 인수는 인수 의사를 밝힌 지 5일 만에 불참을 선언했다. 지난해에는 대한조선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가 채무탕감을 포함한 인수 조건을 놓고 채권단과 합의에 이르지 못해 포기했다.

이번 하이닉스 인수전도 취약한 재무 상황에도 불구, 무리하게 뛰어들다 결국 투자를 받지 못하고 실패를 거듭했다.

M&A로 초고속 성장…연결 부채도 10조원 대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런 지속적인 STX의 기업 인수 추진에 곱지 않을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룹 내 재무상황은 고려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인수전에 뛰어들기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나 이번 하이닉스 인수전은 애초부터 시너지가 없는 기업을 인수하려고 해 무리수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STX의 주력사업은 조선해양 사업이기 때문. 게다가 반도체 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하이닉스를 인수할 필요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STX측은 보유 현금성 자산이 3조원이 넘는다며 주변에서 우려하는 위기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덕수 STX 회장

하지만 문제는 이 자산이 인수 자금으로 활용되는 데에 한계다. 지난해 말 그룹 연결 차입금은 10조9천814억원, 이 가운데 단기성 차입금이 5조9천512억원으로 절반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부채비율은 458.4%, 차입금의존도는 46.1%다.

게다가 연결 영업이익이 4천279억원으로 이자비용 5천161억원을 갚기도 버거운 상태. 몸집이 커진 만큼 빚도 늘어난 셈이다. 해외 수주로 벌어들인 돈은 대부분 이자 비용으로 지출되고 있다.

또한 STX는 차입금 감축 등 재무 안정화를 위해 지난해 말까지 끝마치기로 약속했던 STX중공업과 STX에너지, STX유럽, STX다롄의 Pre-IPO와 IPO도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

설상가상 국내 조선업이 호황인 가운데 유독 STX조선해양만 수주가 줄었다. 이 회사의 올 수주 목표는 128억 달러이다. 지난해 대비 35%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9월 현재까지 STX조선해양(STX유럽 및 STX다렌 포함)의 주주실적은 45척에 25억 6000만 달러에 그쳤다. 주로 수주한 선박은 일반 상전이다. 드릴십 등 해양부문과 플랜트 실적이 전무하다. 이는 STX조선해양이 해양플랜트 산업 기술력에 문제를 드러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한 증권 관계자는 “STX가 조선 해운 사업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 만큼 부채 비율이 어느 정도 높은 것은 이해 하지만, 차입금이 해마다 증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조선 해운 계열사는 올해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돼 그룹 전체가 흔들릴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STX건설 ‘부도설’로 한 차례 ‘휘청’

때문에 STX는 최근 조선과 해운 등 시황 악화에 따른 핵심계열사들의 실적 하락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부족한 내실 다지기가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 매체가 국내 신용평가 애널리스트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30%가 ‘STX팬오션과 STX조선해양의 현재 신용등급이 부적절하다’고 답했을 정도이다. 신용등급 하락이 당연하다는 소리다.
지난 3월에는 STX건설의 ‘부도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STX건설이 건설 자회사들의 심각한 유동성 문제로 나머지 계열사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STX측은 “STX건설과 STX그룹 간의 지분관계가 제로에 가깝다”며 “건설 경기 침체에영향을 받아 유동성부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룹 계열사에 큰 부담을 줄 것이라는 것은 부풀려진 오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향후 건설계열사에서 사채 등을 발행하고 이를 계열사가 인수하는 방식으로 자금조달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상장계열사의 경우 법률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STX에너지 같은 비상장계열사가 이를 부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M&A 아닌 새로운 대안 절실”

그룹 내부적으로도 불만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리스크가 크다는 것을 알면서도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시키는 강덕수 STX 회장의 리더십에 불안감이 고조, 그룹 전체로 번지고 있는 양상이다.

강 회장이 불확실한 내부 상황은 등한시한 체 몸집 부풀리기에만 주력하는 것 아니냐며 위기설마 저 제기되고 있다. STX는 지주회사 체계로 대부분의 계열사가 STX그룹의 자회사이기 때문에 계열사 한 곳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그룹 전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

일각에서는 강 회장이 시장의 변화를 지나치게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내놓는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내외 경영환경이 전혀 나아질 것으로 보이지 않으면 불안심리와 함께 확대 재생산될 경우 단순 위기설이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강 회장의 무리한 M&A가 계속될 경우 그룹 전반에 과부화를 줄 수 있다. M&A만으로 성장하기보다는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