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스물, 3학년 2학기. 런던으로 떠나 13개월간 어학연수와 유람선 선원생활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 육로와 수로를 따라 오래전 실크로드라고 불리던 유라시아대륙횡단여행길에 오른다. 112일간, 경도 0도에서 동경 129도~1만6000km에 달하는 머나 먼 여행길.
여행경비 단돈 200만원. 변변한 여행안내서도 없이 세계 지도 한 장뿐,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는 여행자를 만나 정보를 수집하며 버스로, 배로, 기차로 옮겨타며 동쪽으로 동쪽으로 전진하는 순례길.
단 한 번의 여행, 단 한 번의 모험은 작가가 그동안 살아오면서 부정해 왔던 많은 것들을 긍정하게 하고, 한편 무의식적으로 좇던 많을 것들을 버리게 했다고, 지리멸렬한 세계에 대한 청춘의 열병을 치유하는 길이었다고, 그때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으리라고 작가는 고백한다.
작가는 머뭇거리는 청춘들에게 말한다. 푸른 영혼일 때 길을 떠날 것, 마흔이 넘으면 가난한 세계여행은 쉽지 않다. 당신이 40이 넘어서 길을 나선다면 하룻밤 재워주거나 자신의 차에 태워주기는커녕 “그 나이 되도록 돈 안 벌고 뭐했냐?”고 눈 흘길 테니.
그러나 65억 인류 중 어린시절 세계여행을 꿈꾸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유년시절 꿈을 꿨지만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찾아가는 청춘에게 사람들은 기꺼이 호의를 베풀 것이다. 여행의 신은 그런 인류의 마음을 입고 청춘 여행자를 돕는다.
노동효 저|나무발전소|1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