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IBM “나를 테러리스트로 만들었다”
국민은행·IBM “나를 테러리스트로 만들었다”
  • 조문영 기자
  • 승인 2011.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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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공항 ‘테러리스트 혐의’ 체포 신덕균 혁성정보시스템 대표

▲신덕균 씨
지난 2001년 9.11 테러가 발생한 이후 美 공항의 검문검색이 강화됐다. 알카에다 테러 조직의 테러 가능성을 대비해 보안 경계를 강화한 것. 지난 2008년 8월 28일 미국 시애틀 공항에서 한국남성이 테러리스트로 체포된 사건이 발생했다. 테러리스트로 체포된 선덕균(62)씨이다. 신씨는 연매출 200억원을 올리는 혁성정보시스템 대표이다. 코스닥 등록을 위한 기업공개(IPO)도 마친 유망 IT기업이었다. 신씨가 테러리스트가 된 기막힌 사연을 알아본다.

 

국민은행, 중소기업에 연 5억원 규모 SOS서비스 무상제공 요구

IBM은 협력업체와의 문제 생기자 대사관에 ‘테러범’신고로 물의

 

2008년 8월 28일. 신덕균 씨 부부는 미국 시애틀 공항에 도착한다. 신씨는 ‘테러리스트’으로 미국 국토안보부에 체포된다. 살인 및 폭파 테러에 위협이 있다는 혐의였다.

9.11이 발생한 이후 미국은 보안을 강화했다. 안보를 위협하는 테러에 대한 철저한 감시에 나선 것이다. 신씨는 시애틀 공항에 억류된 12시간 동안 살인·폭파 테러범으로 초강도 조사를 받는다.

총을 든 무장 경찰에 감시를 받았다. 조금만 위협적인 상황이라면 총살을 당할 수도 있는 위험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살인·테러범이라는 자백을 강요를 당했다는 것

신씨는 “시애틀 공항에서 초강도 조사를 받았다. 살인·폭파테러범 임을 자백하지 않으면 미국 내 테러범 수용소로 즉시 인도하겠다고 했다. 천신만고 끝에 추방당했다. 미국에 억류된 12시간은 지옥 같았다”고 했다.

신씨는 자신을 억류한 이유에 대해 미국 국토안보부에 질의를 했다. 하지만 국토안보부는 기밀사항이라며 답변을 함구했다. 대신 한국에 귀국한 뒤 국민은행과 IBM에 가서 확인하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미국 입국이 거부되고 강제 추방된 신씨는 귀국한 뒤, 지난 2009년 4월 IBM에 자신을 테러리스트로 신고한 사유를 질의했다. 이에 대한 IBM의 답변은 간단했다. 사실무근이라는 것이다.

지난 2009년 5월, 신씨는 IBM를 상대로 미국에 ‘테러리스트’로 신고한 사유에 대해 서울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한다. IBM은 1심과 2심 법정에서 테러리스트로 신고한 사실이 없다는 서면을 통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2009년 6월 25일 2심 재판부를 통해 IBM측은 “2004년 2월 20일에 미 대사관에 테러범으로 신고했다”는 내용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IBM은 재판 일주일 전인 6월 18일에 미국 대사관 보안과에 ‘IBM Letterhead'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2004년 2월 20일에 신씨가 2월 29일로 예정된 IBM Business Partner Summit(협력사 회의)개최를 방해하고 미국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겠다는 협박을 하여 미 대사관에 사실을 알린바 있다. 신씨와 IBM간의 미결 사항을 해결하기로 합의했다. 2004년 최초 협박에도 불구하고 신씨가 협박을 실행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 추후 폭력 협박을 한 바 없다. 미국 당국이 신씨에게 입국비자를 발급하거나 또는 다른 방법으로 미국입국을 허락하는 것엔 아무런 반대 의견이 없다.

신씨는 “IBM이 결국 자신들이 미 대사관에 테러범으로 신고한 것을 밝혔다. 이젠 내가 미국 내에서 활동하지 못하고, 입국을 거부한데 대한 사과를 해야 한다”면서 “지금까지 아무런 대응이 없다. 내가 국민은행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점은 IBM과 국민은행이 함께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신씨가 미국 정부로부터 테러리스트로 지목된 이후 사업은 위기를 맞이한다. 서버는 보안이 최우선인 관계로 거래처에 자신이 미국 정부로부터 테러리스트로 지목된 사실을 알리자 거래처가 모두 떨어져 나갔다. 한마디로 사업은 끝장났다. 협력업체와의 문제가 발생하자 이것을 해결하기보다 테러리스트로 신고한 IBM 때문이다.

신씨는 왜 국민은행보고 IBM과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하는 것일까. 그것은 이유가 있다. 신 씨는 본래 IBM고위 임원이었다.

90년대 후반 국민은행 전신인 주택은행이 서버를 구입할 당시 IBM을 비롯해 HP, 후지쯔 등이 입찰 경합했다. 신씨는 IBM임원으로 로비를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과 IBM은 SOS(System Operating Service/메인프레임 시스템 운영 정비 서비스)운영 비용 문제로 갈등을 겪는다. 국민은행은 서버를 구매하는 조건으로 무상 서비스를, IBM은 서버를 팔았기 때문에 국민은행이 SOS운영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국민은행, IBM, 그리고 신씨가 3자 협의를 통해 신씨 회사인 협성정보시스템이 국민은행에 SOS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하기로 한다. 2001년 9월에 계약을 체결한다. 이후 2002년 1월 1일부터는 SOS를 유상제공 조건으로 재계약을 체결하기로 약속한다. 국민은행은 SOS유상계약 체결을 미이행을 한다. 이에 신씨는 2002년 1월 1일부터 서비스제공은 중지를 통보한다. 다급해진 은행 측이 3월 계약을 해주겠다고 하여 협성은 3월말까지 서비스를 제공했다.

IBM의 국민은행 영업담당 실장인 임00씨는 ‘혁성과 구 주택은행 SOS계약 관련’제하의 이메일을 통해 “추후 혁성에 ACR account가 assian되면 혁성과 고객이 SOS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ITR팀과 함께 지원해 주기 바란다. 아울러 Account team도 협조하겠다”고 한다.

신씨는 IBM을 믿고 기다린다. 하지만 해결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는 동안 회사는 어려워졌다. 이 무렵 신씨 IBM과 관련한 문제로 검찰 수사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신씨는 국민은행과 IBM에 대한 배신감을 느꼈다고 한다.

신씨는 “화가 나서 협력업체 회의를 방해하고 미국 본사에 가서 1인 시위를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걸 빌미로 테러범으로 신고한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했다.

신씨와 IBM, 그리고 국민은행간의 갈등은 2007년 5월에 극적으로 해결한다. IBM은 신씨에게 그동안 손해에 대한 배상 책임을 진다. 대신 신씨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기로 하고, 자신의 아파트와 골프회원권 등을 담보로 제공한다.

그러나, 2008년 신씨가 미국 시애틀 공항에서 테러범으로 체포된 사건을 계기로 IBM과 국민은행 등과의 갈등이 시작됐다. 신씨는 테러범 신고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고, IBM은 협약을 깼다며 담보물들에 대해 경매를 했다. 감정적 갈등이 재현된 것이다.

이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9월 2일 IBM과 통화를 시도했다. 오후 5시경이다. 홍보실 직원은 퇴근했다. 통화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집이 멀어 아침에 일찍 출근해서 일찍 퇴근했다는 이유에서이다.

신씨와 IBM의 싸움에 국민은행은 어정쩡한 상태로 끼어있다. 하지만 국민은행에 책임을 모면하기 어렵다. 국내 리딩 뱅크인 국민은행이 중소기업에 연 4억원 이상 들어가는 SOS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받았다는 점 때문이다. 이는 과거 정부와 현 정부로 이어지는 공정사회에 어긋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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