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경영인시대’ 활짝열린다
‘여성경영인시대’ 활짝열린다
  • 최수아 기자
  • 승인 2011.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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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여성 임원 승진 바람…“첫 여성 사장은 누구”

삼성그룹이 여성 임원의 대대적인 승진을 예고한 가운데,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의 경영행보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최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여성도 최고 경영자가 되어야 한다”며 여성 인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12월 삼성 정기인사에 재계의 뜨거운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그룹 내 여성 인사들의 힘이 커지는 것만으로도 이부진, 이서현 이 두 여성경영인의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당연시되기 때문.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에게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말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건희 “여성도 사장까지 돼야”

이부진·이서현 영향력 확대 되나

 

지난 23일 이 회장은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출근해 그룹 여성임원진들과 오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여성이 임원으로 끝나서는 자신의 역량을 다 펼칠 수 없을 수도 있어 사장까지 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회장은 또한 “여성 임원들이 정말 일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일을 잘하겠구나 하는 기대가 크다”고 격려했다.

이어 “여성은 능력도 있고 유연하다. 경쟁에서 질 이유가 없다”며 “이길 수 있고, 이겨야 한다. 이겨내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이날 오찬 모임은 가정과 직장 일을 모두 맡아야 하는 여성 임직원들의 애로사항을 듣기 위해 마련된 자리로, 최인아 제일기획 부사장을 비롯해 여성 전문경영인 7명이 참석했다. 이 회장의 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차녀인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도 여성 임원 자격으로 배석했다.

이에 따라 올해 연말에 있을 정기 인사에서 여성 인력이 대거 승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그룹의 여성임원은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부사장을 포함해 총 34명이다. 또 삼성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 사상 최대 규모인 80명의 여성 직원을 부장으로 승진시켜 총 211명의 여성부장을 두고 있다.

이인용 삼성미래전략실 부사장 또한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임원 승진 조건을 갖춘 여성부장들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올해 여성 임원들의 승진바람을 시사했다.

 

이서현 부사장, 사장 승진 가능성 농후

 

특히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부사장의 경영기반이 더 넓어질 것으로 전망돼 이 두 사람의 영향력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의 ‘여성 사장’ 발언은 그룹 내 여성의 힘을 더욱 키워줄 것”이라며 “결국 두 딸의 경영기반에도 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계에 따르면 이서현 부사장은 지난해 말 승진 이후 매주 정기적으로 의왕에 위치한 제일모직 연구개발 센터를 찾아 케미컬과 전자재료 부문에 대한 회의를 갖고 있다.

또 소재, 컬러 등 전자재료 부문을 적극 활용하기 위해 지난 2월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열린 ‘MWC 2011’ 행사에서 참석, 세계적인 휴대폰 제조업체들의 전시관을 둘러보는 등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서현 부사장은 당초 재계의 주목을 크게 받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말 승진 이후 경영보폭을 더욱 넓히고 있다”며 “올해 제일모직과 제일기획이 좋은 경영실적을 올린다면 사장 승진은 충분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재용 사장 나서는 일 거의 없어

 

이부진 사장의 행보는 더욱 가열차다. 이부진 사장은 지난 4일 이건희 회장과 함께 서울 서초사옥에 동반 출근하는 모습을 보여 재계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더욱이 오빠인 이재용 사장이 마중을 나오는 풍경이 연출돼 눈길을 끌었다.

삼성 관계자는 “이 사장의 서초사옥 출근은 호텔신라 외에 에버랜드, 삼성물산 상사부문 등 계열사에 대한 보고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반적인 출근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이부진 사장이 이례적으로 부사장을 거치지 않고 바로 대표이사(CEO)로 승진하면서 삼성그룹 내 최초 여성경영자(CEO)로 그 존재감이 더 커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고운영책임자(COO)라는 다소 모호한 직함을 가진 이재용 사장과 자연스레 비교됐다는 설명이다. 사실 이재용 사장은 ‘권한과 책임’이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최고운영책임자이기 때문에 이러한 측면에서 대표이사와 큰 차이가 난다. 때문에 최근 부자지간이라 믿기 힘들 정도로 이 회장을 보좌하는데 충실한 모습을 보이는 이재용 사장의 행보에 일각에서는 “경영승계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는 이야기도 쏟아낸다.

이 회장이 이부진 사장과 함께 출근길에 동행한 것도 이재용 사장에게 ‘긴장을 늦추지 말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보낸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주회사격인 삼성에버랜드 경영권을 두고 이재용 사장과 정면으로 충돌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이부진 사장의 향후 영향력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속단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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