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PF 부실화 현실로…대안 없이 부실 채권 떠안은 캠코
저축은행 PF 부실화 현실로…대안 없이 부실 채권 떠안은 캠코
  • 최재영 기자
  • 승인 2011.08.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실PF 회수율 고작 0.6%…만기까지 3년도 안남아

매입가격 부적절 지적에 IFRS 도입시기 늦춰 부실화 가중

저축은행 살리려고 채권 인수했지만 결국 저축은행 숨통 조이는 꼴

 

저축은행 부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이달 초 드러났던 저축은행 PF부실은 금융당국이 진화했었다. 그렇다고 믿었다. 정치권에서 내다 본 PF 부실은 오히려 눈덩이처럼 부풀어졌다. 글로벌 경제 불안과 맞물리면서 이제 어떤 우리경제에 어떤 타격을 가할지 조바심을 낼 정도다.

 

지난 7월29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별관에서는 ‘PF 사업장 정상화를 위한 설명회’가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건설사관계자들이 몰려 큰 관심을 나타냈다. 캠코는 구조조정기금을 통해 6월까지 4차례에 걸쳐 부실 PF 439여개를 인수했다. 채권 규모는 5조원. 그렇게 부실 PF사업장 채권을 떠안았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3일 공개한 ‘저축은행 비리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현황보고’에 따르면 올 3월 기준 저축은행 PF대출 연체율은 2006년 10.9%에서 지난 3월 22.8%까지 급등했다. 저욱은행 고정이하여신비율도 10.6%까지 치솟았다.

이처럼 이미 부실화가 예견됐지만 정부는 캠코를 활용해 부실과 부실우려가 높은 사업장 PF채권을 전액 매입했다.

정부의 계획을 이랬다. 저축은행이 부실PF로 허덕이니 우선 캠코에서 3~5년 만기로 PF를 사주고 저축은행이 자구노력 끝에 돈을 벌어 다시 매입한다는 계획이었다. 최고 5년이면 PF사업이 잘못되더라도 저축은행이 감내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부실PF가 아니라 저축은행 부실이 문제였다. 연체율도 높아지고 회수금액도 작아졌다. PF채권 만기에도 갚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저축은행은 거의 없었다. ‘저축은행 PF대란설’이 시장에 나돌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캠코 부실PF 3년동안 0.6% 회수

국회 정무위원회 유원일 의원(창조한국당)이 23일 캠코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 동안 캠코가 3차례에 걸쳐 인수한 저축은행 부실PF채권 매각 회수금은 372억원에 불과했다. 이 기간 동안 캠코가 인수한 저축은행 PF채권은 5조4952억원(매입액 4조1025억원)이다. 회수율은 고작 0.68% 수준이다.

3차까지 매입액 중 보유채권이 5조688억원이나 남아 있어 저축은행 PF채권 정리 만기일인 2014년 12월말까지 캠코가 보유중인 저축은행 PF채권의 매각실적은 기대하기란 어렵다.

저축은행 부실이 깊어지고 저축은행 부실PF채권의 매각회수금도 372억원에 불과한 이유는 정부의 저축은행 PF채권 인수와 정리방식에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문제는 크게 3가지다. ▲저축은행 PF채권 회수예상가액과 매입가격 산정기준이 적정하지 않았고 ▲캠코의 PF채권 회수예상가액 및 매입대금 산정이 부적절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에 대한 국제회계기준(IFRS)도입시기를 2016년으로 미루면서 ‘사후정산방식’으로 PF채권을 인수해 부실처리를 미뤘다는 점을 들었다.

2008년 이후 캠코가 3차에 걸쳐 인수한 저축은행 PF채권 매입비율은 74.7%. 반면 매각된 PF채권 회수비율은 49.6%다. 이는 금융감독원의 저축은행 PF채권 ‘회수예상가액 기준’과 ‘매입가격 산정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2010년 9월 감사원의 ‘금융권 부실자산 및 정부위타자산 인수 관리실태 처분요구서’에 따르면 캠코는 2008년 12월부터 2009년 3월까지 저축은행 PF채권 1조5702억원을 환매조건부채권으로 1조2125억원 매입하면서 회수예상가액을 잘못 산정해 총 378억원을 과다 지급했다. 이에 따라 산정이 적절했는지를 다시 한번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저축은행 IFRS 기준 도입해야

저축은행에 대한 IFRS 도입시기를 2016년까지 미루면서 ‘사후정산’방식으로 PF채권을 인수해 부실처리를 연장시킨 것도 저축은행 부실화의 주요 원인이다.

정부는 시중은행 2010년 1월1일부터 상장 저축은행은 2010년 7월부터 IFRS을 도입할 예정이었다. 금융위는 저축은행에 대한 IFRS 적용을 5년간 유예하기 위해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올해 6월 27일 개정했다.

유 의원은 “정부가 저축은행에 대한 IFRS 도입을 유예한 이유는 부실PF채권을 사후정산방식으로 매입해주기 위해서다”며 “IFRS은 사후정산방식을 ‘진정매각’으로 인정하지 않지만 한국은 진정매각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캠코를 동원해 저축은해 부실 PF채권을 사후정산방식으로 매입하는 것은 저축은행 부실을 몇 년간 유예하는 조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는 매각일로부터 채권회수일(사후정산일)까지 BIS비율 등 저축은행 건전성 지표를 단기적으로 개선하는 효과라는 보려고 한다는 것이 유 의원의 설명이다.

저축은행 부실 문제가 시간이 흐를수록 심각하지만 캠코는 “돌려 받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저축은행 역시 타격을 피할 방법이 없다 정치권과 정부가 내놓은 대안은 만기연장이다. 또 올해 4차 채권 매입때는 채권 만기 기한을 5년으로 늘렸다.

저축은행으로서는 숨통을 틔운 결과만 됐을 뿐 현 시점에서 만기 채권을 감당할 여력을 가진 저축은행은 그렇게 많지 않다는게 저축은행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캠코에서 매입한 채권은 말 그대로 잠시 맡아서 가지고 있을 뿐이다”며 “문제 저축은행이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해야 하지만 어느 한 곳도 없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저축은행의 PF부실을 되돌리기 어려운 만큼 부실한 저축은행에 대한 과감한 구조조정과 함께 사후정신방식을 없애고 IFRS 기준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 의원은 “저축은행에 수신고에 비해 수익을 낼 운용처가 없는 만큼 신규예금자부터 예금보호한도를 2500만 원으로 낮추고 수익모델로 ‘서민금융기관’화 시켜 대부업체와 경쟁을 대안이다”고 주장했다.

정부 관계자도 “캠코가 PF 사업장이 부실해질 경우 사업에 대한 책임 논란으로 번질 수 있고 극단적인 상황으로 번지면 캠코에게 책임이 전가 될 우려도 높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