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허창수호(號)위기론 ‘실체’
전경련 허창수호(號)위기론 ‘실체’
  • 최재영 기자
  • 승인 2011.08.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누가 허창수를 울렸나?”

<뉴시스>
전국경제인연합회(허창수 회장, GS그룹 회장)는 올해로 50회를 맞이했다. 최악의 위기이다. 해체론이 사회로 확산되고 있다. 국민경제나 재계를 위해선 해체가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17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서 주관한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강화에 대한 공청회’에서 전경련 해체론이 거론됐다. 일각에선 ‘허창수 퇴진론’ ‘쇄신론’에 이어 ‘전경련 무용론’까지 터져 나왔다. 최근 전경련의 행태는 심각했다.

재벌이익에 반하는 입법을 저지하기 위해 여야 중진 정치인에 대한 ‘로비리스트’문건 작성이 폭로됐다. 사회공헌재단 설립을 발표했다가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번복했다. 국내 재계를 대표하는 전경련의 위상에 걸맞지 않은 행보이다.

갈지자 행보 뒤에 전경련이 권력인 것처럼 행동하고, 몇몇 간부가 사조직화한데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는 곧 리더인 허 회장에 리더십 부재가 원인이라는 시각이다. 누가 전 경련을 위기로 내몰고 있는가를 진단해 본다.

 

정병철 부회장의 독단적 행동이 전경련 위상 실추

재계일각, 허회장 리더십 위기만든 양철 물러나야

국회 “전경련 해체하라”강력한 메시지로 경고나서

 

 

“전경련이 시대 흐름을 읽지 못하고 있다. 해체하는 것이 국민경제나 재계를 위해 바람직하다”.

17일 오전 11시 국회지식경제위원회가 주관한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강화에 대한 공청회’에서 전경련 해체론이 공식 거론됐다.

한나라당 박진 의원은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 전경련을 발전적으로 해체해야 한다. 국가의 미래를 위한 싱크탱크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강창일 의원도 “시대정신도 읽지 못하고 불법 로비나 하는 전경련은 ‘전국경제인로비연합회’로 전락했다”고 비난했다.

여야 의원들은 대기업들이 일감 몰아주기,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문제, 사회공헌 등은 앞장서지 않고, 감세 주장만 되풀이 하는 잘못된 행태에 대해 질타했다.

한나라당 정태근 의원은 “대기업의 은 우월한 지위를 내세워 시장을 확대해 중소 문구시장까지 급속히 잠식하고 있다. 는 상황이다”며 “물품납품업체에 가격을 후려치는 등 불공정거래가 없는지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이화수 의원은 "대기업들이 사흘에 하나 꼴로 회사를 사들이고 있다. 그러고도 대.중소기업 상생을 얘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노영민 의원은 "대기업이 중소기업 기술을 빼앗고 납품단가를 후려치는 것은 악질적인 범죄행위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에 찬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허 회장은 "일부 기업의 일로 전체가 욕을 먹고 있다“면서 ”대기업이 사회공헌을 안 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건 아니다. 하고 있는데 홍보가 잘못됐다든지 더 많이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겠다“고 답변했다.

전경련의 역할을 두고 비판이 높았다. 의원들은 한 결 같이 작심이라도 한 듯이 ‘탐욕’ ‘약수’ ‘악질’등 원색적 단어를 사용해 대기업을 몰아세웠다.

이날 전경련 해체론이 처음으로 공론화된 것은 상당한 충격이다.

전경련 해체론은 누구의 잘못이 아니라는 시각이다. 스스로 자초했다고 보고 있다. 전경련은 공청회를 앞두고 재벌이익에 반하는 입법을 저지하기 위해 여야 중진 정치인을 상대로 한 로비를 위한 리스트 문건을 작성했다. 회원사들에 반발로 중단됐다. 하지만 전경련이 로비리스트 문건을 작성했다는 사실만으로 비난이 쏟아졌다. 구태를 못 벗어났다는 비난이다.

한나라당조차 로비 시도 파문에 "그동안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기 위한 우리 사회의 노력을 무력케 하려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김영환 식경제위원장이 "대기업에 대한 국민감정이 안 좋은데 전경련이 죽을 꾀를 냈다"고 비판했다. 이는 전경련의 구태를 지적한 것이다.

전경련이 인적 쇄신과 발상의 전환을 통해 조직을 재정비하던지, 아니면 해체하는 것이 해결책이라는 뜻이다.

 

정치인 할당 ‘로비문건’파문

이날 공청회는 국회와 경제단체간의 2개월 넘는 줄다리 끝에 성사됐다. 국회는 지난 6월말 ‘대중소기업 상생 공청회’를 열겠다며 “경제단체 대표들을 나와야 한다”고 하자, 경제단체장들이 거부했다. 그러자 국회가 ‘가만두지 않겠다’고 나오자 7월말 입장을 바꿔 공청회 참석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허 회장의 공청회 참석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참석하겠다던 허 회장은 공청회 전날인 16일 일본 출장 이유로 불참을 밝혔다. 대신 부회장인 정병철 상근부회장이 발언자로 참석하기로 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해외 기업과 비즈니스 미팅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치권이 발끈했다. 공청회가 아닌 국감에서 증인 출석시키겠다는 강력한 압박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허 회장은 17일에 급거 귀국했다.

김영한 지식경제위원회 위원장 측은 “허회장이 공청회 불출석 마음먹고 일본으로 향한 것으로 보인다”며 “부정적인 여론에 부담을 느껴 귀국을 결정한 것 같다”고 했다.

공청회가 열리는 과정에서도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희범 경영자총연합회 회장,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등 주요 진술인이 참석했다. 전날 일본에 출국했던 허 회장은 1시간가량 늦게 참석했다. 허 회장의 진술인 석에 회장 대신에 정병철 부회장이 앉아 있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강창일 의원이 제동을 걸었다.

강 의원은 “명패에 허창수 회장으로 돼 있다. 허 회장 아니시죠?. 명패 이름을 바꾸세요”라고 면박을 줬다.

회장이 불참하면 상근 부회장이 참석한다. 문제는 ‘로비 리스트’ 문건에 나온 행동 양식과 흡사하다.

‘매일경제’가 5일 보도한 문건에 따르면, 10일 사회본부(엄호성 본부장·상무보)주관으로 삼성, 현대차, LG, SK, 롯데, GS 등 주요 그룹별로 접촉할 정치인을 할당해 로비를 벌이자고 제안했다. 해당 정치인의 후원금 모금, 출판 기념회 등 각종 행사 후원 등에 대해 논의했다. 또한 국회의 청문회나 국정감사에서 대기업 총수에 대한 증인 채택 요구에 원천적으로 불참하고, 대신 해당기업 CEO를 내보낸다는 방침을 세웠다.

로비문건 파문이 확산되자 전경련은 진화에 나섰다. 실무진 차원에서 제의했다가 자체 폐기된 내용이라고 전면 부인했다.

그런데도 이번 허 회장의 일본 출국과 정 부회장의 참석 결정은 문건에 나온 국회 증인 채택 요구에 대한 대응 방침과 닮아있다. 이에 대한 해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 비난 몸살..해체해야

전경련은 식물단체로 전락 직전이다.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었다. 재계로부터도 마찬가지이다. 재계는 “전경련에 회비를 내는 것 조차 아깝다”는 내용이다.

재계는 올해 상반기에 법인세 감세 철회,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일감몰아주기 과세, 초과 이익 공유제 도입, 연기금 주주권 행사, 상업 개정 등 여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무엇보다 국민들의 반기업 정서 악화나 정치권의 재벌개혁에도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치 못하고 있다.

아무튼 전경련의 위기다. 해체되야 한다는 극단적 이야기도 나온다. 이런 위기는 재계 일각에선 정병철 상근부회장의 독단적인 행동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 2월 허 회장이 전경련 회장에 취임한 뒤 2인자 자리를 굳건하게 하면서, 전경련 산하 한경연 대표와 광고주협회장을 맡는 등 끊임없는 자리 욕심을 드러냈다. 또한 독선적인 조직운영을 일삼고 있다. 대기업과 정부와의 갈등을 조장했다. 언론과의 소통을 방해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선 경솔한 처신도 문제를 삼았다. 지난달 28일 제주도에서 열린 전경련 하계포럼에 참석한 부회장은 수도권이 갑작스런 폭우로 십 수 명이 사망하고 엄청난 피해를 입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부인과 골프를 즐겼다. 당시 전경련은 수해를 이유로 골프대회를 공식 취소했다.

이 같은 정 부회장의 독단이 각종 재계 현안문제를 해결하고 대처해야 하는 허 회장의 행보에 가장 큰 장애물로 작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재계에선 전경련이 최소한 예전 위상을 되찾기 위해선 정 부회장 교체를 비롯한 과감한 인적 쇄신을 단행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 모든 책임이 허 회장의 리더십에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2월 허 회장은 재계 대통령인 전경련 회장 자리에 오른다. 이 과정에서 LG그룹 CEO출신인 정 부회장의 역할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회장에 오른 뒤 과감한 리더십으로 전경련을 장악했어야 함에도 정 부회장에 휘둘렸던 게 지금의 위기를 맞은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재계의 한 임원은 “허 회장이 추대된 이후 전경련이 제대로 된 행보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허회장을 보필해야 할 정 부회장과 이(승철) 전무가 사무국을 쥐락펴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한 게 지금의 위기에 원인이다”고 했다.

정 부회장은 전경련을 위험에 빠트린 ‘나쁜 리더’라는 지적이다. 이른바 ‘완장’으로 비유되는 전경련 2인자인 ‘상근 부회장’ 위치를 이용한 독단적 행동 때문에 ‘반기업 정서’를 부르며 전경련을 위기로 내몰고 있다고 재계 일각에선 보고 있다.

10대그룹의 한 관계자는 "한 해에 수십억을 회비로 내는데 우리가 전경련에게 도움을 받기는커녕 이미지만 나빠진 것 같다. 전경련이 무슨 일을 하는 단체인지 모르겠다. 사조직도 아니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 부회장은 다른 입장이다.

그는 최근 한 방송과 인터뷰에서 "나도 기업인(LG전자 사장) 출신이다. 기업인으로 검증된 사람이다. 만인의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퇴진 운운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비판을 위한 비판이자 의도적인 부분도 있다"고 언급했다.

 

전경련 정체정 재정립 요구

61년 출범한 전경련은 자유 시장을 경제 창달과 국민경제를 발전시켰다. 하지만 정경유착이라는 어두운 그림자를 부인하기 어렵다. 최근 전경련의 부적절한 ‘로비문건’ 파문은 과거의 구태를 아직 못 벗어났다는 증거라는 게 일각에 시선이다.

국민은 ’허창수호(號) 전경련’에 바란다. 정체성을 재정립하다는 것이다.

대내외 환경은 지금 제도 개선, 규제 철폐 차원의 기업 이익을 넘어 국가경제 운용전략을 제시하는 민간 주도 싱크탱크로 거듭날 것을 요구한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처럼 정치ㆍ외교ㆍ국방ㆍ교육ㆍ환경ㆍ과학ㆍ저출산 고령화ㆍ양극화 등 전방위에 걸쳐 국가와 국민의 생각의 틀을 선진화하는 초석을 다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당한 부(富)의 승계 분위기 확산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부자들이 저평가 받는 것은 부의 변칙 대물림에서 비롯한다. 이제는 상속 증여에 합당한 세금을 제대로 내고 경영능력이 검증된 후계자가 기업을 물려받을 때가 됐다.

전경련 회원사부터 탈법 상속과 탈세, 재산 해외 도피, 비자금 조성, 사생활 문란 등에서 자유로워져야 건강한 자본주의와 창의적인 시장경제,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 구현을 앞당길 수 있다. 대기업 총수들이 대부분 창업 2세, 3세들이란 점에서 더욱 그렇다.

부의 사회 환원도 좀 더 당당해져야 한다. 연말이나 재해 발생 때마다 대기업들은 성금을 낸다. 국민들은 감동하지 않는다. 대부분 재벌들은 개인 재산보다 회삿 돈으로 생색내기 성금을 내기 때문이다.

워런 버핏, 빌 게이츠 등 미국의 억만장자 같이 개인 재산 절반을 내놓는 통큰(?) 사회환원은 아닐지라도, 회장님 개인 명의의 ’진정한’ 기부를 보고 싶은 것이다.

허창수호(號)전경련은 이제 시작이다. 깨어나야 한다. 처음부터 잘할 순 없다. 사회단체의 한 관계자는 “사회적 책임과 윤리경영을 바탕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와 나눔과 배려가 있으면 국민들은 자연 감동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지금의 위기는 사라지고 전경련에 대한 존경도 생겨날 것”이라고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