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경복궁·학교 옆 초호화 호텔 안 된다” 1인 시위
“대한항공, 경복궁·학교 옆 초호화 호텔 안 된다” 1인 시위
  • 이수영 기자
  • 승인 2011.06.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 “전통거리, 여학교 앞에 유해시설 왠 말”

대한항공(사장 지창훈)이 경복궁 인근 서울 송현동 옛 미대사관 직원 숙소 부지에 7성급 호텔 건립을 추진 중인 가운데 이를 반대하는 시민단체의 ·1인 시위와 반대 운동이 한창이다.

특히 해당 부지는 지난해 12월 법원으로부터 사실상 호텔 건립이 불가능하다는 판결이 내려진 곳이다. 때문에 사업 강행 의지를 밝힌 대한항공 측과 시민단체, 관할 관청 사이의 힘겨루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법까지 고쳐 대한항공에 특혜준 꼴"
22일 해당 부지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선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문화연대 약탈문화재 반환 특위 위원장)은 “바로 건너편에 조선의 정궁이 경복궁이 있고 인근에 광화문 국가상징거리와 각종 박물관 등 전통문화 현장이 밀집한 곳에 7성급 호텔을 짓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며

“무엇보다 학교보건법상 호텔이 유해시설로 규정돼 있는 만큼 직선거리로 50m도 채 안되는 곳에 학교 세 곳이 있어 교육여건 상으로도 옳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 소장은 또 “이 지역은 문화전통거리의 특색을 살려 ‘문화벨트’로 묶으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관광진흥법 개정안 등 실정법까지 일부 개정해 대한항공의 호텔 건립에 힘을 실어 주는 것은 사실상 재벌에 대한 현 정부의 부적절한 특혜”고 주장했다.

황 소장은 지난 2002년 덕수궁 터인 옛 경기여고 부지 내 미국 대사관 건립 계획에 맞서 4년 6개월여 만에 해당 계획을 백지화시킨 인물이다.

그는 “우리 문화유산인 덕수궁 터를 파괴하고 미국 대사관을 짓겠다는 한·미 정부에 끝까지 맞서 결국 지켜내지 않았나”며 “이번에도 한진그룹과 대한항공의 잘못된 계획을 바로잡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부지는 지난 2002년 삼성그룹이 사들여 호텔과 미술관 등을 건립할 계획이었으나 삼성 산하의 리움미술관이 개관하며 사업 계획이 백지화됐다. 이후 삼성은 한진그룹 계열인 대한항공에 땅 소유권을 넘겼고 호텔 건립을 둘러싼 갈등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조현아 전무 '역점사업' 최대 위기

대한항공의 호텔사업과 기내서비스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대한항공 전무(기내식기판 사업본부·객실승무본부 본부장)가 심혈을 기울이는 부문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특급호텔 건립이 조 전무의 야심작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그러나 관할 구청과 교육청, 시민단체 등이 얽힌 공방전에 경복궁과 학교 밀집지역 인근에 특급호텔이 들어서는 데 대한 비난 여론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편 지난해 12월 9일 서울행정법원은 대한항공이 제기한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내 금지행위 등 해제신청 거부 처분취소에 대해 기각 판결을 내렸다.

대한항공은 앞서 지난해 특급호텔 건립을 포함한 ‘복합문화단지조성안’을 중부교육청에 제출했다. 그러나 중부교육청은 학교보호법상 유해시설로 규정된 호텔이 학교 인근에 건립될 경우 학생들의 학습과 위생환경 등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이유를 들어 부결시켰다.

이후 대한항공은 중부교육청의 이 같은 조치에 불복, 법원에 중부교육청의 부결을 취소해 달라고 소송을 냈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한 것이다. 대한항공은 다시 서울고등법원에 항소, 이 건은 현재 법원에 계류 중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