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 스캔들’ 위험한 폭로 2라운드
‘신정아 스캔들’ 위험한 폭로 2라운드
  • 이수영 기자
  • 승인 2011.03.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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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아 블랙홀, 정관계 인사 줄줄이 빨아들일 것”

- “정운찬 총장 밤 10시에 날 불러내···” 폭로 파문
- ‘빌 클린턴 섹스스캔들’ 주인공 르윈스키와 닮은꼴
- “어려울 때 등돌린 인사들에 대한 복수극” 분석

‘신정아 스캔들’ 2라운드가 막을 올렸다. 최근 발간된 그의 자서전 ‘4001’이 정운찬 전 총리와 현 여당 중진 의원 등의 부적절한 사생활을 언급하며 메가톤급 파괴력을 발휘하는 탓이다.


일각에서는 그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과 섹스스캔들을 일으킨 모니카 르윈스키와 닮은꼴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문제는 르윈스키와 달리 신씨의 폭로가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신씨가 자서전 발간 직후 수천만 원의 인세 수입을 올리며 서점가 돌풍을 일으킨 만큼 이번 폭로전은 선정적인 노이즈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이 때문이다. 덩 여인의 ‘상하이 스캔들’에 이어 대한민국 전체가 ‘신정아 블랙홀’에 휩쓸리고 있다.

 

신정아의 ‘복수’ 시작됐다
‘신정아의 입’에 정관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사실여부를 떠나 부적절한 사생활이 실명과 함께 언급된다는 것 자체가 유력 인사들로서는 사망선고나 다름없는 까닭이다. 특히 4.27 재보궐 선거를 불과 한 달여 앞둔 시점에서 신씨는 왜 정운찬 전 총리와 현역 의원 등 여당 측 유력 인사를 겨냥한 걸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신씨의 자서전 출간 자체가 ‘복수’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2007년 신씨가 학력위조 혐의로 도마 위에 올랐을 때 그와 친분이 있는 정관계 인사 가운데 상당수가 신씨에게서 등을 돌렸다.


당시 변양균(62)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신씨의 부적절한 관계가 드러났을 때 청와대와 여당 측은 “개인사에 불과하며 사건의 본질이 아니다”라며 선긋기에만 급급했다는 평이 적지 않았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는 “신씨가 스캔들의 중심에서 마녀사냥 당하듯 공격받으며, 비판의 대상이 되고 정신병자로까지 내몰렸을 때 아무도 나서는 이가 없었다”면서 “신씨와 긍정적인 관계에 있는 사람들은 책에서 거론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표 교수는 또 “신씨가 자서전으로 벌어들인 수입은 그녀가 추구하는 사치스러운 삶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도 분석했다.


예상대로 책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4001’을 출판한 ‘사월의 책’에 따르면 초판 1쇄로 찍은 5만 부는 만 하루 만에 서점에 모두 풀렸고 2쇄로 최소 2만 부 인쇄가 시작됐다. 교보문고 서울 광화문점에선 23일 확보한 200부가 모두 팔렸고 인터넷서점 예스24는 22일 오후 4시 반부터 판매를 시작해 23일까지 4000부 이상 나가 독보적인 판매 추세를 보였다.

 

치명적인 ‘비밀’은 이것
‘4001’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신정아씨의 성장 과정과 함께 논란이 되는 부분은 그가 경험한 미술계, 언론계, 법조계 등 각 분야 유력 인사들에 대한 치부와 고발적인 내용들이다.


먼저 일명 ‘똥 아저씨’로 불리는 변양균 전 실장과의 관계는 빼놓을 수 없다. 신씨는 책에서 “변 전 실장과의 관계가 누가 누구를 이용하고 누가 득이고 실인지 따지는 관계가 아니었다. 시작부터 불륜이었고 마지막도 아프게 끝났지만 두 남녀가 5년이나 만나왔다는 것 자체가 ‘활용’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연인처럼 친구처럼 의지했던 그를 깎아내리는 것에도 거침없었다. ‘변 전 실장은 호텔비를 낸 적이 한 번도 없다’ ‘나를 자빠뜨린 뒤에는 예술의 예자도 꺼내지 않았다’ 과 같은 내용이다.


언론에 대해서도 신씨는 ‘배신’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적나라하게 고발했다. 해당 신문사와 기자들 실명을 그대로 공개했고 친분을 이용해 기사를 조작하거나 사실을 왜곡했다는 주장도 있다. 자신에게 서운하게 했던 기자들에 대해서는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또 현 여당 의원인 일간지 기자 출신 C씨가 술자리와 택시에서 자신을 성추행했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특히 정운찬 전 총리에 대해서는 “겉으로는 고상할 뿐 도덕관념은 제로였다”고 깎아내렸다. 물론 신씨의 자서전이 처음부터 정 전 총리를 겨냥한 것은 아니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정 전 총리와 관련된 내용이 책에서 극히 일부분에 불과한 탓이다.


그러나 정 전 총리가 동반성장위원장으로서 ‘초과이윤공유제’를 두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신경전을 벌였고 여당이 성남 분당을 지역 보궐선거에서 그를 전략공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와중에 책이 발간돼 반향이 커진 것 뿐이라는 얘기다.


신씨는 책에서 “정 전 총리가 서울대 총장으로 재직하던 2005년 서울대 교수와 미술관장직을 제의했다” “나를 만나자는 때는 늘 밤 10시가 다 된 시간이었다” “대놓고 자신을 좋다고 했다. 앞으로 자주 만나고 싶다. 심지어 사랑하고 싶은 여자라는 이야기까지 했다” 등의 주장을 폈다.


“정 전 총장은 처음부터 나를 단순히 일 때문에 만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만나려고 일을 핑계로 대는 것 같았다” “차마 표현하기 어려운 돌발행동을 보여줬다”는 그의 주장에 정 전 총리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맞섰다.

 

노무현 전 대통령 측 “신정아는 거짓말쟁이”
한편 신씨의 책에는 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일화도 담겨 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양정철 전 청와대 비서관이 해당 내용에 대해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라고 밝혀 논란이 빚어질 전망이다.
 

양 전 비서관은 지난 23일 개인 블로그에 “고인에 대한 악의적인 얘기는 없지만 사실이 아닌 내용을 사실처럼 주장하니 참으로 어이가 없다”며 “굳이 해명할 가치가 없다고 봤는데, 일부 신문들이 대단한 일이라도 되는 양 보도를 하니 진실은 알릴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신씨는 책에서 “(노 전 대통령이 자신에게)‘어린 친구가 묘하게 사람을 끄는 데가 있다. 말씀을 참 잘 하시네. 더 큰 일을 위해 세상에 나서보지 않겠냐’고 권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양 전 비서관은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거나 직접 전화통화를 해야 가능한 생생한 묘사요 어법”이라며 “그러나 노 대통령께서는 신정아씨를 만나거나 통화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신씨가 외할머니의 소개로 노 전 대통령과 만났다거나 노 전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나 기자회견 때마다 자신의 의견을 물었고, ‘말하는 것이 또박또박하’다며 청와대 대변인을 제의했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본인이 실명을 밝히지 않은 외할머니와 노 대통령의 인연도 처음 듣는 얘기”라며 “대국민 담화나 회견은 관련 참모들 중심으로 보안을 유지해 작성한다. 밖에 있는 사람들의 조언을 구하거나 자문을 얻는 것은 참모들을 통해 이뤄지지 대통령이 직접 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신정아씨가 청와대 인사 대상에 올랐던 적은 한 번도 없다. 모두 청와대 내부를 너무 모르는 사람의 자작극 같은 얘기”라며 “노 대통령이 신정아씨를 기억하는 건, 학력 위조 파문으로 변양균 전 정책실장과 청와대가 곤욕을 겪었던 사건 때문”이라고 일축했다.


양 전 비서관은 또 “신정아씨가 누구로부터 무슨 얘기를 들은 걸 갖고 그런 착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어 그런 주장을 했는지도 모르겠다”며 “하지만 금도를 지켜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일부에서는 신씨가 ‘제2의 장자연’이라는 평도 있다. 사회적 약자로 기득권층에 이용당한 불쌍한 여인의 한 맺힌 폭로전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신씨를 ‘피해자’로 확정하기에는 그의 혐의가 너무 무겁다.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학력을 위조하고 유력인사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점, 분에 넘치는 사치를 누린 것 등은 정당화될 수 없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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