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위기, 어떻게 해야 하나…
주요 20개국(G20) 정상들 한 자리 모여
금융 위기, 어떻게 해야 하나…
주요 20개국(G20) 정상들 한 자리 모여
  • 김노향 기자
  • 승인 2008.11.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계 경제를 흔들고 있는 금융위기의 해법을 모색하고자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이 15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모였다. G20 회의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제안해 개최했지만 유럽연합(EU) 의장국인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과 영국 고든 브라운 총리의 주도로 열렸다. 이번 회담은 각국 정상의 참여 규모로는 1999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창설 50주년 기념식 이후 최대 규모였다. 이 회의에서 각국들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반성의 계기로 삼아 국제금융시스템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위기 대응에 관한 국가 간 정책공조 방안을 모색하자는데 의견을 같이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 등 브레턴우즈 체제가 그 한계를 드러냈다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새로운 국제금융질서 구축에 관한 논의도 이뤄졌다. 그러나 IMF 재편을 비롯해 금융자본 규제 수위와 글로벌 금융감독기구 창설 등 각론을 놓고는 미국, 유럽, 신흥국가 간에 이해관계가 달랐다. 달러 중심의 브레턴우즈는 화폐의 가치를 금(金)의 가치로 나타내는 금본위제의 폐지로 이미 한 축이 무너졌다. 하지만 브레턴우즈 체제의 산물인 IMF는 남아 선진국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따라서 브라질, 인도 등은 신흥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해 IMF에서 발언권이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럽 내부에서는 프랑스가 미국 주도의 IMF 재편을 주장하지만 영국과 독일은 자국의 위상이 축소될 것을 우려해 IMF 유지 주장을 고수하고 있어 유럽이 미국에 맞서 통일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과도한 금융 규제는 무리 일단 미국은 금융개혁을 위한 토대는 만들어야 하지만 시장 규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위기 원인에 대한 진단과 향후 전망에 대해서도 인식차가 노출되고 있다. 금융시장 붕괴 위기는 미국의 모기지(주택담보대출) 및 감독기능 부실이 초래한 결과라는 데 동의하나 미국처럼 너무 높은 부채비율을 유지한 유럽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금융위기가 자유시장경제의 실패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그 연장선에서 미국은 정부 및 초국가적인 과도한 금융규제에 반대하고 IMF와 세계은행의 재편 대신 그 기능을 강화하자는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미국의 속도조절론은 자국의 이해관계를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상공회의소는 금융감독 강화 문제와 관련해 G20 정상회의에서는 “회계 같은 분야에서 국제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원칙을 채택하기를 희망한다”며 “파생상품 등 그동안 규제 대상이 아니었던 분야로 감독을 확대하는 방안은 원칙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광범위한 금융규제에 대해 완곡하게 반대 입장을 제기했던 것이다. ▲미국 중심의 경제 변화 필요 그러나 금융시장 규제에 대해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는 미국과 달리 유럽은 상황이 위중한 만큼 개혁이 전방위적으로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G20이 모이는 이번 기회에 브레턴우즈 체제의 산물인 IMF를 개혁하고, 글로벌 금융감독 체제 구축도 모색하는 등 고강도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앞서 유럽은 지난주 EU 정상회의를 열어 은행의 높은 리스크가 따르는 투자를 제한하고, 국제투기자본과 조세피난처로 이용되는 국가를 규제하는 내용의 요구사항을 마련했다. EU 순회의장인 사르코지는 13일(현지 시간) “2차 세계대전 후 기축통화 역할을 해왔던 달러화가 더 이상 그런 지위를 유지해 나갈 수 없을 것”이라며 달러화의 패권을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르코지는 “20세기 시스템을 21세기에 유지할 수 없다”는 현실 인식 아래 달러를 기축통화로 정한 브레턴우즈 체제 개편을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차제에 핵심 의제에 올리겠다고 밝혔었다. 한 마디로 전후 미국이 주도해온 세계경제의 축을 유럽으로 가져와야 한다는 인식을 드러냈던 것이다. 금융위기에 관한 국제공조에 대해 미국이 우방인 한국과 호주가 포함된 G20 대신 유럽이 중국, 러시아 등 브릭스 국가를 포함하자는 것은 이러한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됐다. ▲신흥국 미국ㆍ유럽 반반 지지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세계경제의 한 축으로 부상한 신흥국도 목소리를 높였다. 일단 중국은 달러화 중심의 기축통화 체제에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며 유럽과 화음을 맞추고 있지만 미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시장 특성을 감안해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았다. 그간 중국이 신 브레턴우즈 체제 대신 IMF의 개발도상국 지원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에 무게를 실어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IMF 등 국제금융기구 운영문제와 관련해 “특히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참석하는 러시아는 IMF를 대체할 새로운 기구 창설을 제기하고 달러 국제통화 다양화 등 기축통화 체제에 반기를 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른 브릭스 국가인 브라질과 인도의 경우 국가 간 자본 이동에 대한 감시와 함께 세계금융질서를 주도했던 선진국에 대한 규제가 강화돼야 한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IMF와 세계은행 개편 대신 이들 기관의 개도국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는 의견을 폈다. 이에 따라 이번 회담에서는 △경기 부양책등 각국정부의 거시경제 정책 공조 방안 △국제금융시장의 규제 강화를 위한 워킹그룹 선정 △IMF의 역할 재검토 등의 성과가 도출되고 차기 미국정부에서 새로운 논의가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