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로 매료시킬 대작 뮤지컬 ‘댄싱새도우’
산불로 매료시킬 대작 뮤지컬 ‘댄싱새도우’
  • 장혜진기자
  • 승인 2007.0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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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뮤지컬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열 것
8년의 준비기간, 총제작비 50억원, 차범석 선생의 ‘산불’이 모태인 대작 뮤지컬. 이 모든 내용이 대작 뮤지컬이라 꼽히는 ‘댄싱새도우’에 붙는 수식어다. ‘댄싱새도우’는 극작가 아리엘 도르프만, 작곡가 에릭 울프슨, 연출가 폴 게링턴이 한국의 ‘산불’을 세계인의 공감을 이끌 수 있는 보편성을 갖춘 현대적인 우화로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최고의 스태프들과 김성녀, 배해선, 김보경, 신성록 등 국내 최정상급 배우들의 출연으로 시작 전부터 주목 받았던 ‘댄싱 새도우’가 7월 8일부터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화려한 막을 올렸다. 탄탄한 스토리와 화려한 비주얼의 극치 2시간 40분 동안 진행되는 이 뮤지컬은 내전으로 황폐해진 마을 콘스탄자를 배경으로 세 남녀의 사랑과 갈등을 그린 작품이다. 북한군과 남한군의 대립을 태양군과 달군으로 우화적으로 표현했다. 남자들은 전쟁으로 목숨을 잃고 마을에 여자들만 남아 번갈아 찾아 드는 태양군과 달군의 횡포를 견디며 살아가고 있다. 그 중 숲을 수호하는 여인‘나쉬탈라’와 지긋지긋한 숲을 떠나 도시로 가고 싶어하는 관능적인 여인 사촌 ‘신다’가 주인공이다. 여기에 뛰어난 목수이지만 전쟁이 싫어 탈주한 ‘솔로몬’이 나타난다. 솔로몬을 나쉬탈라가 숨겨주면서 둘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신다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으로 그를 유혹한다. 또 다른 인물인 ‘마마아스터’는 마을의 우두머리로 마을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영혼의 숲을 파괴하는 것조차도 당연하게 생각한다. 마마아스터와 숲을 지키려는 나쉬탈라의 갈등도 점점 깊어져 간다. 비극적인 결말로 마무리되는 원작과 달리 솔로몬의 아이를 가진 신다가 죽음이 아닌 삶을 선택하며 희망의 메시지도 보낸다. 전쟁이 남긴 상흔, 거대한 운명의 폭풍 속에 휘말리지만 사랑과 희망의 가치를 잃지 않는 사람들의 아름답고 감동스러운 러브스토리를 만날 수 있다. ‘댄싱새도우’는 탄탄한 스토리와 함께 12그루 나무와 자연의 빛을 살려낸 조명으로 극장 속에서 숲을 만들어 내고, 신비로운 분위기로 관객을 압도한다. 또 춤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댄스 뮤지컬인 만큼 현대무용, 발레, 탱고, 포크댄스 등의 다양한 춤과 안무로 신선한 느낌을 준다. 그중 나쉬탈라와 솔로몬의 사랑과 갈등을 표현한 커플댄스가 눈여겨 볼만하다. 조·주연 배우들의 시너지 효과 김성녀는 마을의 우두머리 역할인 ‘마마아스터’를 맡아 카리스마를 맘껏 뽐내며 관객들의 기대를 충족시킨다. 배해선은 교활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신다’를 무리 없이 소화해 섬세한 연기의 극치를 선보인다. 신인배우로 주목되는 김보경은 ‘나쉬탈라’를, 신성록은 ‘솔로몬’을 맡았다. 김보경은 김성녀씨를 이을 연기자로 평가받으며 ‘나의 그림자와 춤을’을 솔로로 부를 때 그녀의 풍부한 성량을 느낄 수 있다. 신성록은 군대를 탈영해 마을로 들어서며 이야기를 시작해가는 솔로몬 역할을 맡아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저음의 부드러운 목소리로 강한 인상을 준다. 경쟁력 있는 배우들의 조화는 관객의 시선을 무대로 고정시킨다. 여기에 능력을 인정받은 쟁쟁한 배우들인 성기윤, 정영주, 황현정, 황만익, 고명석, 김경선, 이학민 등이 ‘댄싱 섀도우’의 조연을 맡아 출연진의 앙상블만으로도 작품을 만들었다. 배우의 몸이 무대 배경으로 표현되는 등 아크로배틱과 서커스, 현대적 테크닉이 많이 선보여 뛰어난 비주얼을 자랑한다. 팝과 클래식의 조화롭고 뛰어난 사운드 ‘댄싱새도우’는 특별한 음악적 장르를 벗어나 모던 팝부터 클래식한 음악까지 다양한 장르를 사용한다. 아련한 듯 마음을 울리는 서정적인 선율과 세련함으로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오는 음악으로 어느새 흥얼거리게 하는 매력이 있다. 나쉬탈라와 솔로몬의 듀엣 곡 ‘너를 보면’은 사랑의 노래로 관객의 감성을 자극한다. 주제곡 ‘그림자와 춤을’은 여러 장르로 표현되어 작품전체에 선보여 신선함과 통일감을 준다. 단아한 선율은 숲의 평화를, 불협화음은 숲의 분노를 나타낸다. 마을에서 탱고, 삼바, 캉캉의 배경으로 사용되는 경쾌한 음악은 극에 재미와 흥을 주어 생동감을 불어준다. 그리고 극의 하이라이트인 산불 장면에서 풀 오케스트라와 거대한 코러스의 웅장한 화음으로 산불이 타오르는 거대하고 처절한 상황을 극대화해 무대에서 보여줄 수 없는 불이라는 소재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상상의 실현을 보는 살아있는 무대 연출자 폴 게링턴과 무대디자이너 니콜라 제인 셔우는 숲을 천장에 닿을 17그루의 거대한 나무로 채웠다. 나무들은 수직적인 무대를 입체적으로 살려 숲의 웅장함과 풍성함을 표현했다. 마을은 전쟁으로 폐허가 되어 낡은 집들의 모습을 형상화 하며 큰 집이 아닌 마을 전체를 보인다. 특히 갈등의 절정에서 숲이 불타는 모습은 화려한 조명과 웅장한 음악 등으로 관객들에게 예상치 못한 감동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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