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한농, 그룹 리스크를 떠맡나
동부한농, 그룹 리스크를 떠맡나
  • 이상준 기자
  • 승인 2007.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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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등급 BB+ 하향 조정에 주가 폭락
지난 1일 동부한농이 부실한 반도체기업인 동부일렉트로닉스를 흡수합병하며 신설법인 ‘동부하이텍’을 새롭게 출범시켰으나 투자자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있다. 동부하이텍의 합병 발표 다음 날인 2일 주가는 2만1950원에서 잠깐 반등의 기미를 보인 후 21일 한기평과 한신평의 신용등급 하향 소식에 지난 주 1만8550원으로 주간 장을 마감했다. 동부하이텍은 3주 동안 3400원이 내려 15.49%가 떨어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전문가들은 합병으로 인한 위험성을 제기하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당분간 투자자들의 신뢰 회복이 이루어져야 주가 반등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현금흐름 불확실성·채무상환 부담 지난 21일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동부하이텍의 기업신용등급과 무보증 회사채 신용등급을 BB+(안정적)으로 평가해 투자부적격으로 분류했다. 또한 종전 동부한농이 발행해 이미 시장에 유통되고 있는 회사채의 신용등급은 종전(BBB)보다 낮아진 BBB-(안정적)로 평가했다. 이는 동부일렉트로닉스와의 합병으로 인해 동부한농 회사채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회사측이 담보설정을 통해 신용을 보강했기 때문이다. 한기평은 "두 회사의 합병으로 농약, 합금철 등 기존 사업부문에서의 창출 현금을 파운드리 사업의 효율성 제고와 반도체 재료 등 신규사업에 투여함으로서 성장잠재력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피합병 사업부문의 불확실성과 영업부진 등으로 현금흐름이 불확실해졌고, 과다한 차입급 승계로 인한 재무적 부담으로 합병법인의 채무상환에 부정적인 영향이 커졌다"며 등급평가 사유를 밝혔다. ▲“임의 합병으로 동부한농만 피본다” 동부하이텍을 필두로 한 동부그룹 제조 계열사의 경쟁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반도체 산업은 지속적으로 적자를 내고 있는 반면 그룹 전체 매출은 정체돼 있는 상태다. 동부그룹의 아킬레스 동부일렉트로닉스는 지난 2004년 동부전자가 아남반도체를 인수해 출범했으나 매년 수천억원 대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3330억원 가량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총 부채는 1조6990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대비 부채비율은 무려 458%이었다. 동부일렉트로닉스는 경영정상화의 일환으로 유상증자와 CB(해외전환사채)발행 등을 통해 계열사로부터 부족자금을 조달했고, 이로 인해 계열사의 리스크가 높아지면서 신용도 저하를 초래하기도 했다. 동부일렉트로닉스의 문제가 그룹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 것이다. 그러나 동부한농의 경우 동부그룹의 효자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이번 합병에 대해 증권 관계자는 “동부한농의 희생으로 동부일렉트로닉스를 구하려는 의도가 짙다”며 “결국 부실계열사의 리스크를 우량 계열사에 떠넘기는 꼴”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동부일렉트로닉스는 자체적으로 채무를 상환할 능력이 없다”며 “합병으로 인해 동부일렉트로닉스의 법적인 권리와 의무가 동부한농에 그대로 이전되므로 모든 부담을 동부한농이 떠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비메모리사업의 영업손실이 계속됐기 때문에 수조원에 가까운 추가 투자금을 얻기 위해선 계열사의 지원이 절실하지만 출자총액 제한 등에 묶여 현실적으로 지원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국내 1위 비메모리 위탁 생산업체 동부하이텍은 이달 들어 진대제 전 정통부 장관을 고문으로 영입해 경영자문까지 구하고 있지만 각종 현실적인 제약 등으로 인해 종합 반도체회사로 변신은 쉽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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