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예언문화사 & 정감록 역모사건의 진실게임
한국의 예언문화사 & 정감록 역모사건의 진실게임
  • 조남호 기자
  • 승인 2007.02.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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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서 한국사의 새로운 분석 코드
하늘에 떠 있는 해와 달 그리고 무수히 많은 별들의 비밀이 ‘과학적’으로 밝혀지기 전, 사람들은 해를 숭배했고 달에 복을 빌었으며 별의 움직임으로 앞날을 점쳤다. 문자가 보급되고 인쇄술이 발달하면서 유명한 예언가가 지었다는 이른바 비기(秘記)가 민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시절도 있었다. 정감록은 예언서 중의 최고 예언서였다. 정감록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새 세상을 꿈꾸었다. 오늘날의 눈으로 보면 예언은 전혀 근거 없는 미신이고, 예언의 시대는 이성에 눈을 뜨지 못한 암흑기일 뿐이다. 역사학에서도 이런 소재는 지하 영역에 속해, 도도하게 흐르는 역사의 수면 위로 감히 떠오르지 못했다. 그러던 참에 저자 백승종이 한국의 예언문화에 현미경을 들이댔다. 사회사 연구의 한 방편으로 시작된 연구였지만 역사의 중요한 길목에서마다 예언의 세계와 맞닥뜨렸고, 결국 한국사를 예언문화라는 새로운 코드로 다시 보는 계기를 마련했다.
저자는 이례적으로 두 권의 책을 한 번에 쏟아냈다. 두 책 모두 정치적 예언서를 주제로 삼고 있다. 그러나 접근 방식은 사뭇 다르다. 첫 번째 책인 ‘한국의 예언문화사’는 한국에서 유행한 정치적 예언서의 내용과 사상적 특징을 살폈다. 특히 18세기에 역사의 표면 위로 떠올랐던 정감록이 기존의 예언서를 어떤 식으로 계승, 발전시켰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두 번째 책인 ‘정감록 역모사건의 진실게임’은 영·정조 시대에 발생한 세 건의 역모 사건을 다룬 것으로 역모사건을 다각도로 파헤친다.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발랄하고 재기가 넘친다. ‘한국의 예언문화사’는 체계적이고 실증적이다. 사료를 꼼꼼히 분석하고 때로 거시적인 입장에서 예언서가 갖는 정치, 사회, 문화적 의미를 분석했다. 예언서에 의지한 역모사건의 전말도 각종 사료를 통해서 복구해냈다. 여기에 저자의 역사적 상상력이 가미됐다면? 조선왕조실록은 모든 걸 말해주지 않는다. 역사적 진실은 사료 안에서만 찾아질 수 없다. 아무리 뛰어난 고고학자도 깨져서 흩어진 청자조각만으로 본래의 모습을 완벽하게 조립해내지 못한다. 이가 빠진 조각 사이에는 보형물을 추가해야 한다. 그 보형물이 바로 상상력이다. 한국의 예언문화사가 청자의 형태를 어느 정도 복구한 것이라면 ‘정감록 역모사건의 진실게임’은 청자를 그대로 되살려낸 것이다. 그것도 아주 중요한 문양을 담은 아름다운 모습으로. 한국의 예언문화사 & 정감록 역모 사건의 진실게임 저자 백승종 | 출판사 푸른역사 386쪽 & 379쪽 | 1만6500원 & 1만4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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