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소박한 투자자’의 가슴 뛰는 이야기
<인터뷰>‘소박한 투자자’의 가슴 뛰는 이야기
  • 김영진 기자
  • 승인 2007.0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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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밸류자산운용 이채원 전무
“나는 겁이 많다. 겁이 많으니 소심하다. 투자를 할 때도 돈을 벌기 위해 애쓰기보다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돈을 잃는 게 무섭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난 가치투자를 고수할 수 밖에 없다. 좋아서 가치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한다고 얘기하는 것이 솔직한 심경이다.” 한국밸류자산운용의 이채원 전무. 이렇게 소심한 그가 자신의 투자경험과 사례, 투자철학 등을 담담하게 풀어놓은 책을 펴냈다. ‘이채원의 가치투자’라고. ‘한국의 워렌 버핏’으로 불리며 한국 가치투자의 일인자로 꼽히는 이가 가치투자를 ‘어쩔 수 없이’ 했다니, 뜻밖이다. 책에서 저자는 가치투자에 관한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숨김없이 드러내 놓고 있다. 가끔은 역(力)설적이게, 혹은 위트있게 자신의 투자철학과 살아온 얘기들을 풀어놓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비싼 옷보다는 몸에 맞는 옷이 나은 것처럼 투자도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그는 “주식투자도 이와 마찬가지”라며 “절대적으로 옳은 투자법은 없으니 ‘내 몸에 잘 맞는 투자법’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이것이 바로 ‘이채원의 가치투자’의 가치다. 이런 소심한 그가 어떻게 가치투자를 만나 지금까지 왔는지, 또 어떤 용기가 생겨 책까지 출판하게 됐는지 그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 봤다. -먼저 책 내신 거 축하드립니다. 책을 출간한다는 의미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제 생각에는 삶의 ‘쉼표’를 찍는다는 의미로 비춰지는데요. 그리고 얼마전 VIP투자자문의 최준철 대표는 서평에서 ‘가치투자의 한국 선교사(史)’를 썼다고 했는데, 적절한 표현인 것 같으신지요? “과분한 표현이지요. 별다른 의미는 두지 않았고 지금까지 제가 살아왔던 인생, 특히 투자인생을 정리한다는 의미로 책을 내게 됐습니다. 또 이 책은 저 혼자만의 것이 아닙니다. 시대를 앞서간 가치투자의 대가들의 것이기도 하지요. 그들의 사상을 저 나름대로 해석해놓은 참고서 정도라고 봐 주십시오.” -“나는 겁이 많다. 겁이 많으니 소심하다”라고 시작하고 있습니다. 또 책 곳곳에 스스로의 성격이 소심하다는 것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는데, 소심함과 가치투자와는 어떤 관계가 있는 거죠? “겁 많고 소심한 사람은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는 성격이지요. 이런 성격의 소유자는 잃지 않는 투자를 지향하는 고전적인 가치투자에 적합합니다. 하지만 가치투자도 때로는 과감할 필요가 있죠. 마치 절망 속에 던져버리는 주식을 기쁜 마음으로 채가는 주식시장의 ‘하이에나’ 처럼요.” -책 서두에 “비싼 옷보다는 내 몸에 맞는 옷을 골라라”라는 말이 인상적입니다. 다른 사고, 다른 방식을 인정하는 말과도 통하는 것 같은데요. 그래도 가치투자의 방법론을 조금 더 제대로 알리고, 대중화시키고 싶은 마음은 있으실 것 같은데요. “대중화시키고 싶어 책을 낸 것은 전혀 아닙니다. 단지 가치투자가 몸에 맞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고 해주고 싶은 얘기들을 이 책에 담았습니다.” -일반 투자자들이 자기에게 맞는 옷을 골라 입듯, 자신에게 맞는 투자법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양한 형태의 투자기법을 배우고 실전에 적용해 나가면 언젠가는 찾아지게 될 겁니다. 먼저 책을 많이 읽어야 겠죠. 벤자민 그레이엄의 ‘행복한 투자자’, 피터 린치의 ‘월가의 영웅’, 워렌 버핏의 ‘나, 워렌버핏처럼 투자하라’ 등을 읽으면 투자입문에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이채원의 가치투자 | 이콘출판
-가치투자자들을 만날때면 가치투자에 어떤 매력이 있길래 저렇게 빠질 수 있나 부럽기도 하고 겁이 날 때도 있습니다. “매력이 있어서 한다기 보다는 일단 체질과 성격에 맞아야겠죠. 또 제 개인적인 생각은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재주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가치투자를 선택하는 이들이 많은 것 같아요. 또 돈을 잃는 것이 싫어서 차선책으로 가치투자를 선택하는 것 같기도 하구요.(웃음)” -아직 골프도 못하시고 심지어 운전도 못하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최 대표 말로는 심지어 취미도 없다고 하셨는데, 정말 주식투자 외에는 하실 수 있는 게 없으신가요? “주식 외에 유일한 취미는 독서이고, 내 생활철학 중의 하나가 주중은 일(주식)과 함께 주말은 가족과 함께입니다. 앞으로도 골프는 할 생각이 없습니다.” -요즘 해외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앞으로 해외투자에 대한 계획은 없으신지요? “일본에서 5년간 살았던 경험도 있고 일본 주식시장전망을 밝게 보기 때문에 향후 일본주식의 운용을 검토중 입니다.” -책에는 가치주에 더해 ‘자산주’라는 말이 많이 나오던데, 가치주와 자산주가 뭐가 다른지 얘기해 주세요. “간단히 말해 가치주의 정의는 좋은 기업가치를 보유하고 있어야 하고 주가가 이러한 기업가치에 비해 낮은 수준에 있어야 합니다. 이 두 요건을 충족하고 있어야지만이 가치주라고 부를 수 있죠. 또 기업가치를 가진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수익가치와 자산가치가 충족돼야 합니다.” -책에는 가슴 뛰는 기업으로 한국이동통신과 성창기업을 예로 드셨는데, 아직도 전무님이 보기에 한국에 가슴이 뛰는 기업이 있나요? 있다면 어떤 기업인지 말씀해 주세요. “내재가치보다 저평가 돼 있고, 더 이상 하락하기 힘들 정도로 싼 가격에 거래되는 모든 주식이 제게는 가슴 뛰는 기업입니다. 그걸 찾기 위해 기업탐방을 열심히 다니는 거구요.” -워렌 버핏, 벤자민 그레이엄, 피터 린치 외에 우리나라에서 전무님이 존경하고 따르는 분이 있으신지요?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에 몸 바쳐 오신 장하성 교수님을 정말 존경합니다.” -마지막으로 전무님 이름 앞에 ‘한국의 워렌 버핏’이니 ‘가치투자의 전도사’ 등의 수식어가 항상 따라 다닙니다. 스스로 자신의 이름 앞에 어떤 수식어가 붙기를 바라시는지요. “그냥 ‘소박한 투자자’ 혹은 ‘소심한 투자자’라고 불러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또 사실 저의 주식운용스타일만을 놓고 보면 워렌 버핏보다는 피터 린치에 가장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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