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종합금융증권 김미연 애널리스트]
[동양종합금융증권 김미연 애널리스트]
  • 조권현 기자
  • 승인 2006.0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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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은 방심하면 죽는다"
학창시절, 오직 새벽 라디오 프로그램 PD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방송반 생활에 여념이 없던 소녀. 음악 매니아들과 교감을 나누겠다던 그 소녀가 이제는 어엿한 증권가의 포트폴리오 전략가로 분해 주식 매니아들과 교감을 나누고 있다. 주인공은 동양종합금융증권 투자전략팀 김미연 애널리스트. 올해로 증권가 입문 8년차가 된 그는 투자전략파트에서 활약하는 몇 안되는 여성 애널리스트 중 한명이다. 부서 내 분위기 메이킹에도 능한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는 시원한 웃음과 칭찬하기. 동료직원들에 따르면 그를 처음 만나는 사람도 5분만 같이 있다 보면 어느새 격이 없이 가까워진다. 만면의 미소를 띠고 상대방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김 애널리스트는 스스로 언변과 대인관계도 좋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그 자신감의 근원은 의외로 ‘자연과 벗하는 삶’이다. 주말이면 혼자서 등산을 즐긴다. “‘나홀로 등산’의 매력은 세상을 잠시 잊을 수 있다는 거죠.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오로지 산 정상만을 향해 갈 때는 모든 잡념이 사라지고 스트레스도 사라집니다. 그러다 보니 사람을 대할 때 여유가 생기고 기분 좋은 말도 술술 나오는 거 같아요.” 이 기분 좋은 여성의 매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외국에서 오래 살다온 부모님의 영향으로 대학생이 된 이후 모든 생활비는 스스로 해결했다. 그는 “안 해본 아르바이트보다 해 본 아르바이트가 더 많은 것 같다”고 말 할 정도다. 그의 엄청난 생활력 때문에 ‘또순이’, ‘악바리’, ‘깡다구’ 등의 별명이 연상됐지만 김 애널리스트의 사내 별명은 ‘후후(huhu)공주’. 스스로 공주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고 말한 그는 ‘huhu’란 단어에 대해서는 강한 집착을 나타냈다. 그가 ‘huhu’란 단어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대학 재학시절 모 경제신문 기자의 짧지만 흡입력 있는 글을 읽고 난 후 부터였다. “기사를 읽는데 단 몇 문장 안에 핵심적인 내용이 다 포함돼 있더라구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신문 기사에 반했었죠. 그 때부터 글쓰기에 매력을 느꼈고 아직 만나뵙지는 못했지만 그 기자 분은 저의 멘토가 됐습니다. 그래서 그 분의 이메일 아이디인 ‘huhu’를 벤치마킹해 그 때부터 제 모든 아이디는 ‘huhu’로 통일했죠.” 그래서일까? 김 애널리스트가 매주 보내는 글로벌 포트폴리오 전략 보고서는 절대 장황하지 않다. 굳이 어려운 말을 쓰려 하지도 않는다. 분석을 아무리 잘해도 표현이 너저분하면 읽는 사람 입장에서의 보고서의 가치는 형편없어진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렇다면 그의 날카로운 분석력을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촌철살인(寸鐵殺人)’의 필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99년 지점 인턴사원으로 있을 당시 리서치센터 서명석 차장(現 센터장)님께서 저를 리서치센터로 데려오셨죠. 그 때부터 투자전략팀 일원으로 생활해오면서 선배님들의 보고서를 빠짐없이 읽고 또 읽었습니다. 다독을 통해 장점만을 쏙 빼서 자기 것으로 만들면 그 만큼 도움되는 것도 없는 것 같더라구요. 지금도 센터장님을 포함한 모든 선배님들께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그런 노력파 후후공주에게도 잊지 못할 아찔한 에피소드가 있었다. 애널리스트 초년병 때 단기추천종목을 조정했다가 해당 투자자로부터 살인 협박을 받았던 것. “분명히 실적 전망이 어두워 스팟종목에서 제외시킨 것인데 한 투자자가 전화를 걸어와 ‘회칼(사시미칼)’ 맛을 보고 싶냐고 그러더군요. 대답은 ‘맘대로 하세요’ 라고 했지만 정말 떨려서 숨 넘어가는 줄 알았어요.” 모든 근심을 콧방귀 한 번에 날려버릴 것 같고, 빨간색 스포츠카를 타고 시속 200Km로 내달릴 것만 같은 이미지의 이 맹렬 여성도 영락없는 여자란 걸 느끼게 해주는 일이 아닌가 싶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아직도 운전면허를 따지 못했다는 것이다. 기자가 “혹시 흑기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냐”고 묻자, 그는 “안그래도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하려 했다가 서른 살이 넘은 여자 회원은 ‘재첩 가능’ 항목에 무조건 ‘그렇다’를 선택해야한다고 해서 포기했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김 애널리스트가 진정 원하는 것은 모든 투자자들이 절대 한순간도 방심하지 않는 것이다. 그는 모 방송국이 독일월드컵 경기 중계를 마치고 ‘축구는 ○○다’ 라는 자막을 내보낸 것을 인용해 ‘주식은 방심하면 죽는다’ 라는 말로 함축했다. “자기 스스로 전문가라고 생각하고 잠시라도 안일하게 시장에 대처하면 철저하게 수익률로 댓가를 치루게 됩니다. 절대 시장을 탓할 필요도 없습니다. 방심한 내 스스로가 가장 큰 잘못을 저지른 것이거든요.” ‘열심히’ 하는 것은 기본이며 ‘잘’ 해야 하는 것은 애널리스트의 가장 큰 덕목이라고 말하는 후후공주가 투자전략계의 ‘별’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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