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선물 이재흥 팀장] 끝까지 매수자를 찾아내는
'승부근성'이 비결
[KR선물 이재흥 팀장] 끝까지 매수자를 찾아내는
'승부근성'이 비결
  • 김민지 기자
  • 승인 2005.1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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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도·매수자 신속 연결해 매매 성사율 100% 가까워…"
"따르르릉" "A기업 2년짜리 1백개 10bp 팝니다." "네. 잠시만 기다리세요. 1백개 10bp에 체결 됐습니다." 수화기를 꽉 쥔 손에 땀이 배더니 몇 초 동안 귀가 멍멍해진다. "휴우∼" 깊은 한숨을 연거푸 내몰아 쉰다. KR선물 영업부 이재흥 팀장(37·사진)은 이런 전화를 하루평균 2백여통 정도 주고받는다. 그의 직업은 채권브로커(국내 선물거래). 채권브로커란, 이씨 설명에 따르면 채권을 팔려는 사람과 사려는 사람을 중간에서 연결해 매매를 이끌어 낸다. 그는 특히 투자신탁회사, 은행, 연기금 등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채권매매를 중개한다. 채권시장의 '중매쟁이'인 셈이다. 사실 주변에서 채권으로 돈 좀 벌었다는 이를 찾기란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 만큼이나 어렵다. 그 이유는 뭘까. "채권시장에선 1개는 1억원(기본단위는 100억)을 말하고 1bp(basis point)는 0.01%포인트입니다. 그만큼 투자 규모가 크고 기관매매이다 보니, 개인이 들어오기 힘든 시장이죠." 그가 채권과 인연을 맺은 것은 국민대 사학과를 졸업한 후 지난 1994년 쌍용증권에 입사하면서부터다. "당시 채권시장은 전산화 초기단계로 일종의 '블루오션(Blue Ocean)'이라 생각했어요. 우선 증권사 지점에서 일하며 독학으로 1년간 공부했습니다. 그 뒤 채권팀으로 바로 발령이 났죠." 하지만 생각만큼 일이 술술 풀리진 않았다. "처음엔 고객들이 제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상대를 안했어요. 저보다 최소 5∼6살이 많았거든요. 또 채권쪽은 상당히 보수적인 시장입니다. 당시 채권브로커도 200명이 채 안될 정도였으니. 뿐만 아니라 빼어난 학벌과 경력을 가진 분들도 많았고…. 이런 이유들로 고생했지만 저만의 굳은 심지로 쉽게 극복했습니다." 얘길 들다보니, 어쩌면 그는 평범한 인생들의 희망일지 모른다. 화려한 경력이나 연륜 없이도, 채권시장에서 자신만의 영토를 확보할 수 있다는 새로운 답안을 보여준 셈이다. 문득 궁금해졌다. 채권브로커가 되려면 특별한 조건이 필요한지. "저의 경우 채권에서도 선물거래를 하기 때문에 선물협회에서 시행하는 선물중개사 자격증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보통 증권사에 입사한 뒤 채권팀에 들어가 실무를 배운 후 채권브로커가 되는 게 정통 코스입니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브로커중 대부분이 2∼3년이상 증권사 채권부에서 근무한 사람들이죠. 실제 증권사 채권팀에는 5∼6년이상 경력을 가진 베테랑급 채권브로커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밖에 투신사, 은행, 보험, 종금사 등의 자산운용부서에서 채권브로커 관련업무를 배울 수 있어요." 이 팀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채권의 오묘한 매력에 점점 빠져들었다. 채권수익률의 매카니즘을 알게됐고 금리예측을 잘만 하면 채권매매로 엄청난 이익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을…. 또 완벽한 채권브로커가 되려면 단순 중개자로선 한계가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금리, 채권 나아가 금융시장 전반에 대한 탐구에 들어갔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10년이 지난 지금 국내 채권시장을 리드하는 베테랑 채권브로커로 변신한 것이다. 끝없는 도전과 자기계발의 결과다. 현재 그는 지난 6월부터 KR선물에 합류해 채권브로커(국내 선물거래)로 활동 중이다. 현재 힘든 점은 있는지 궁금했다. 이 팀장은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조차 얼마에 사고, 얼마에 팔아야 할지 감을 제대로 못 잡을 때가 많다"고 말한다. 터무니없는 값에 팔아달라고 주문하는 금융기관도 부지기수라고. 그래서 양쪽 다 섭섭하지 않게 가격을 조정하기란 여간 힘드는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 팀장의 매매 성사율은 1백%에 가깝다. 매도·매수자를 신속하게 연결시켜 단시간에 거래를 성사시킨다. 가격조건이 서로 다를 경우엔 합리적인 수준으로 양자를 수긍시킨다. 브로커 경력 10년째인 그에겐 남다른 비결이 있을 법도 한데, "숨은 비결은 없다"고 수줍게 웃는다. 단지 있다면 쉽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매수자를 찾아내는 '승부근성'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 그는 "한 건을 위해 수십번을 전화할때도 많습니다. 그래서 동시통화는 예삿일이고 심지어 수화기 3개를 한꺼번에 잡아야 할 때도 있지요. 단말기도 동시에 4개를 봐야 합니다." 장이 끝나는 오후 3시 이후 그의 본격적인 영업활동(?)이 시작된다. 시장조사·분석자료를 옆구리에 끼고 기존 기관과 신규기관에 섭외 활동을 나간다. 그땐 전화로 하지 못한 깊은 얘기도 나눈다. 또 시중자금 흐름이나 금리전망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제시하고 채권매매 타이밍도 컨설팅 해준다. 인터뷰 말미, 채권시장 전망에 대해 물어봤다. "최근 증시활황과 금리상승으로 채권시장은 연일 움츠러들고 있습니다. 채권과 주식시장의 상반된 성격을 흔히‘우산 장수와 짚신 장수' 속담으로 비유하는데. 과거에 비하면 채권거래 활성화로 '주가'가 한껏 높아진 상탭니다. 아마도 내년 상반기쯤 채권시장이 좋아질 겁니다"고 똑 부러지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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