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블러디사일런스' 박한근·박란주, "한여름 무더위 날리는 뮤지컬"
[인터뷰] '블러디사일런스' 박한근·박란주, "한여름 무더위 날리는 뮤지컬"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0.0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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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를 소재로한 창작극 <블러디 사일런스 : 류진 더 뱀파이어 헌터>가 지난 8월 15일 대학로 TOM 2관에서 개막했다. 뮤지컬 <블러디 사일런스>는 신예 작가 정호윤과 뮤지컬 <미아 파밀리아>의 엄다해 음악감독이 의기투합하여 개발한 작품이다. 

앞서 지난 2019년 창의인재동반사업 쇼케이스 ‘데뷔를 대비하라’에 선정되어 큰 호평과 함께 작품성과 가능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쇼케이스 이후 이대웅 연출과의 지속적인 멘토링을 통해 보완해 1여년 만에 대학로 무대위에 오르게 됐다. 

뮤지컬 <블러디 사일런스>는 기존의 뱀파이어 이야기와는 다른 색다른 코믹함과 신선함으로 중무장했다. 주인공이자 서울체고 사격부 선수인 류진이 뱀파이어 생제르맹의 계략으로 꽃미모의 뱀파이어 준홍을 만나면서 발생하는 사건들을 그리고 있다. 류진은 한 눈에 준홍에게 반하게 되고 그를 살리기 위해 구마사제 헌식을 돕기로 결정하면서 작품 속 이야기는 빠르게 흘러간다. 

본지는 이번 작품에서 쇼케이스때부터 본 공연까지 함께하게된 박한근, 박란주 배우를 만나 이번 작품에 참여한 소감과 일부 장면에 대한 에피소드 등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해당 인터뷰 내용에는 이번 작품에 대한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 있으며, 다음은 박한근, 박란주 배우와의 일문일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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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조나단 기자
사진 ⓒ 조나단 기자

Q. 반갑다. 인터뷰 시작에 앞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박한근 : 안녕하세요. 뮤지컬 <블러디 사일런스: 류진 더 뱀파이어 헌터>에서 뱀파이어 생제르맹 역할을 맡은 배우 박한근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박란주 : 안녕하세요 저는 장 '류' 진 역할을 맡은 배우 박란주 입니다.  

Q. 쇼케이스부터 본 공연까지 참여하게 됐다. 

박한근 : 네, 이 작품은 쇼케이스 당시 박란주 배우하고 함께 참여한 작품이었죠. '데뷔를 대비하라'라는 창작 지원 프로젝트에서 제작된 작품이었어요. 쇼케이스를 올렸던 작품이 1년 만에 디벨롭되서 본 공연으로 올라올 수 있게 됐습니다. 쇼케이스 때는 최헌식 역할을 맡았었는데 본 공연에선 새로 창조된 캐릭터이자 뱀파이어인 '생제르맹' 역할을 맡게 됐습니다. 

Q. 새로 창조된 인물인데, 캐릭터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영감을 얻거나 다른 작품들에서 차용한 부분들이 있을까 

박한근 : 일단 영화를 많이 찾아봤던 것 같아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를 시작으로 뱀파이어를 소재로 한 작품들을 많이 찾아보고 글을 읽어봤어요. 우리가 알고 있는 뱀파이어라는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부분들을 먼저 다 체크해봤던 것 같아요.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이는 뱀파이어들이 가지고 있는 송곳니나 검은색 망토, 피를 갈구하는 모습 등을 체크했죠. 일단 많은 것들을 찾아보고 캐릭터를 하나하나 구성해나갔습니다. 

Q. 다른 작품들에서 볼 수 없는, 나만의 시그니처가 있을까 

박한근 : 정확하게 어떤 작품인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그 영화인가 드라마를 보고 생각한 저만의 시그니처 동작이 있습니다. 굉장히 멋있는 동작이었는데, 작품에 써보면 좋겠다 싶어서 만든 동작이 있죠. 진지하기 때문에 웃음 짓게 만들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서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웃음) 

박란주 : 보면 바로 웃음이 터져 나올 거예요. 

박한근 : 네, 보시는 분들이 "뭐야, 도대체 저 자세는 뭐야?"라고 말할 그런 동작들이 있습니다. 괜히 멋있는척하는... 

사진 ⓒ 조나단 기자
사진 ⓒ 조나단 기자

 

Q. 각자, 내가 소개하는 뮤지컬 <블러디 사일런스> 

박란주 : 우리 작품은 제목 그대로의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박한근 : 맞아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작품입니다. 

박란주 : 사실 제목부터 일반 뮤지컬이랑 차이가 나고 있지 않나 싶어요. 16글자거든요. 일반적이지 않은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박한근 : 몇몇 관객분들이 B급 코미디라고 말씀하시는데 그것도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고, 저희 끼리는 C급까지 갈수 있지 않나라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Q. 맡은 배역에 대해 소개를 부탁하자면, 추가로 준비 과정에서 어려웠다거나 쉬웠던 부분들이 있었다면 덧붙여주길 바란다. 

박란주 : 일단 저부터 할게요. 제가 맡은 배역 장류진은 사격 선수입니다. 그런데 시합마다 2등을 기록하며 자격지심 덩어리가 되어버렸죠. 1등을 향한 질투와 분노가 내재되어 있기 때문에 생제르맹이라는 뱀파이어의 눈에 띄게 되죠. 생제르맹은 파이팅 넘치지만 욕심과 분노라는 감정에 빠져있는 류진의 피를 가지고 싶어 해요. 새로운 육체를 얻기 위해선 젊은 육체와 피의 정수가 필요하거든요. 그래서 그의 바람대로 그가 원하는 육체가 있는 목공소에 보내지게 되죠. 처음엔 좋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여러 사건들을 통해 좋은 에너지로 바뀌게 되는 친구입니다. 캐릭터를 준비하면서 특별하게 어려웠던 점은 없었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제가 어려서 육상 선수를 했었는데, 그때의 경험들이 많이 도움이 됐었거든요. 운동을 하면서 받은 스트레스, 자격지심, 패배의 아픔 같은 것들을 직접 경험해봤기 때문에 표현하는 데는 어렵지 않았고 오히려 몇몇 씬들을 만화적으로 드라마틱 하게 만드는 것에 더 고민하고 많은 시간을 투자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이번 작품은 캐릭터나 장면 등에 있어서 허용되는 부분들이 많았다 보니 제약이 걸리진 않았던 것 같아요. 어떤 부분들에서 더 과장되고 더 재밌게 이야기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것에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박한근 : 예전에 박란주 배우가 인터뷰를 할 때 '다음엔 꼭 총을 잡아 보겠다'라고 말을 했는데, 이번 작품에서 총을 잡게 됐더라고요. 

박란주 : 맞아요. 말했던대로 할 수 있게 돼서 정말 행복합니다.  

박한근 : 일단 저는 생제르맹 역할을 맡게 됐는데 그동안 한 번도 경험해본 적이 없는 캐릭터라서 많이 고민을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뮤지컬이라는 장르에서 그리고 있는 일반적인 뱀파이어가 아니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기 때문에 더 고민이 깊었죠. 이번 작품에서 1인 4역을 하고 있는데 여러 캐릭터들을 다 살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대사 톤이나 속도, 높낮이 등 모든 부분들을 계산적으로 연습했던 것 같아요. 쉽지는 않았지만 노력한 만큼 더 재밌었고 기억에 많이 남지 않나 싶어요. 앞으로 무궁무진하게 변할 수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하고, 마지막 공연까지 계속 발전하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진 ⓒ 조나단 기자
사진 ⓒ 조나단 기자

Q. 넘버들에 고음 파트가 많았던 것 같은데, 이런 부분들은 어렵지 않았나 

박란주 : 박한근 배우님은 워낙 하이톤이시고, 고음을 잘하시기로 유명한 배우시거든요. 오히려 키가 너무 낮아서 한근 배우님이 불러야 되는 음역에서 일부러 올린 파트도 있습니다. 이번 작품은 연습 때부터 모든 배우들이 목 관리를 시작했어요. 많은 작품들을 해왔지만 이렇게 목이 안 좋은 상태가 오랫동안 유지된게 오랜만이거든요. 저 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들도 연습 때부터 대미지가 조금씩 쌓여왔더라고요. 이번 작품에서 가장 큰 장르의 틀이 통통 튀는 코미디 작품이지만 저희들은 누구보다 잘 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노래를 할 때는 정말 잘 불러야지 관객들이 더 재밌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열심히 관리를 하고 있고, 실수 없이 하려고 지금도 연습하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박한근 : 잘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박란주 : 마지막 공연까지 이것을 유지하는 게 저희의 미션이지 않나 싶어요.  

박한근 : 맞습니다. 정말 잘하는 게 중요하거든요. 관객분들이 적지 않은 돈을 내고 공연을 보러 와주시잖아요. 너무 당연한 일이 아닌가 싶어요. 잘해야 되는 게 말이죠. 정말 잘해야되고 마지막까지 노력해야 되는 직업입니다. 

박란주 : 넘버들의 큰 틀이 록(ROCK) 음악이거든요. 포효를 하면서도 메시지를 전달해야 되는 부분들이 있어요. 이걸 잘 살려야 작품에서도 시너지가 생긴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연습을 거듭했고, 목이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모든 배우들이 노력했던 것 같아요. 마지막 공연까지 모두의 숙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Q. 진지해서 오히려 더 재밌던 것 같았다. 

박한근 : 잘하는 건 당연한 일이고, 우리가 진지할수록 관객분들이 더 재밌게 극에 빠져들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박란주 : 코미디, 희극이라는 것은 진지해야지 진정한 희극이 되더라고요.  

Q. 연습 때는 어땠나, 다들 웃음이 멈추지 않았을 것 같다 

박란주 : 사실 인터뷰 시작 하기 전에 했던 리허설 때도 엄청 웃었어요. 

박한근 : 연습할 때는 정말 웃다가 죽을 뻔했습니다.  

Q.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 

박한근 : 그냥 연습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장면에서 웃지 않고 넘어갔던 부분들이 없었어요. 무대 위에서 대사를 하다가 너무 웃어서 멈췄던 적도 있었죠. 아무래도 창작 초연이다 보니 연습을 하면서 다양하게 계속 시도해서 오늘 연습했던 부분이랑 다음날 연습했던 부분이 달라지면 거기서도 다들 웃음이 터졌죠. 

박란주 : 지금 공연되고 있는 우리 공연이 연습 때 검열에 검열을 거친 부분들이라고봐주시면 될 것 같아요. 정말 너무 많이 웃어서 우느냐고 진행이 안된 적도 많거든요. 

박한근 : 란주 배우나 저나 웃음 참는 걸 잘하거든요. 그런데 이번 공연을 연습하면서 정말 많이 웃었던 것 같아요.  

박란주 : 그리고 사실 연습 때 많이 웃어둬야 본 공연 때는 안 웃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다들 연습 때 더 웃었던 것 같아요.  

Q. 가장 많이 웃은 장면은?  

박란주 : 저는 극 중에 양파씬이 있거든요. 양파가 나오는 장면 시작부터 끝까지 제일 힘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진 ⓒ 조나단 기자
사진 ⓒ 조나단 기자

 

Q. 좀 전에 말함 양파씬을 두고 관객들이 '인소'(인터넷 소설)을 보는 것 같다는 후기가 이어졌다. 

박한근 : 우리 작품 안에서 그런 부분들이 정말 많아요. 패러디한 부분들도 많고요. 지금 기억나는 건 "나는 사제고, 너는 뱀파이어야!" 이런 대사들처럼요. 

박란주 : 말 그대로 손이 오그라든다는 표현이 제격인 대사들이 많이 있거든요. 찾아보는 재미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연습 때 정말 말도 안 되는 행동이나 대사들을 많이 시도했는데 다 말할 수 없어서 아쉬워요. 정말 엄선하고 엄선해서 지금 대사들로 정리됐다고 보시면 됩니다.

Q. 각자 가장 좋아하는 넘버가 있다면? 

박한근 : 일단 저는 '생제르맹'을 뽑아야 하지 않을까요. 사실 모든 넘버들이 다 좋아요. 개인적으로 부러운 넘버를 뽑자면, 류진이랑 준홍이 꽁냥꽁냥 하면서 부르는 '그린라이트'가 아닐까 싶네요.(웃음) 

박란주 : 사실 우리 작품에서 제일 외로운 게 생제르맹 역할을 맡은 두 배우님이 아닐까 싶어요. 왜냐하면 제가 연기하는 류진이나 준홍, 헌식은 친구가 돼서 여러 장면들을 함께하거든요. 그런데 생제르맹은 혼자서 외롭게 싸워나가죠. 그래서 '그린라이트' 넘버가 몽글몽글해서 좋다고 느끼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웃음) 

박한근 : 그렇죠. 아무래도 저는 제가 나오는 장면들을 딱 보여주고 들어가서 기다리거든요. 지금도 무대 뒤에서 기다릴 때 "그린라이트~" 가사가 흘러나오면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박란주 : 원래 악역은 늘 외롭고 쓸쓸한 법이죠... 

박한근 : 인생이란... 

Q. 넘버에 이어 각자 좋아하는 대사가 있을까? 본지는 개인적으로 "울부짖어라 피닉스 포포"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박란주 : 어떤 대사가 있을까요? 저는 음... "아저씨?"요. 아저씨란 말이 입에 착착 감기지 않나 싶습니다. 이 아저씨도 애정이 많이, 듬뿍 담긴 아저씨거든요. 대사 라기보다는 단어인 것 같지만... 한근 배우님은 어떤가요? 좋아하는 대사나 가사가 있을까요? 

박한근 : 저는 가사 중에 제일 좋아하는 부분은 '나 좋아하지'요. 저는 그 장면만 보면 웃음을 참을 수가 없더라고요. 정말 참을 수가 없을 정도로 너무 웃긴 것 같아요. 그리고 우리 준홍이들이 너무 잘하고 뻔뻔해서 더 재밌는 것 같아요. 이런 느낌이 담겨 있잖아요. "나 너 좋아하냐"  

Q. 류진이라는 인물이 사격부인데, 실제로 총을 쏴본 적이 있을까 

박란주 : 저는 단 한 번도 없어요. 아, 코로나 사태 이전에 사격을 할 수 있는 게임장에 가봤던 적은 있어요. 사실 볼 때는 쉬워 보였는데 직접 해보니까 어렵더라고요. 이번 작품을 맡게 되면서 일단 영상을 통해서 부족했던 부분들을 많이 채워나갔던 것 같아요. 현장의 상황을 무대 위에서 똑같이 재연할 순 없지만 실제로 사격을 하는 선수들의 표정이나 자세 등을 많이 참고했고 지금도 그 부분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 중입니다. 

사진 ⓒ 조나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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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극 중에 나오는 총기는 따로 제작을 한 것처럼 보였는데 

박란주 : 맞아요. 실제 사격에서 쓰이는 총은 가격도 비싸고 무게도 많이 나가기 때문에 무대 위에서 쓸 수 없어서 따로 제작했어요. 

Q. 무게는 어떤가. 

박란주 : 그래서 제가 어깨 운동이랑 상체운동을 정말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총을 들고 있는 자세가 진짜 선수들처럼 멋있게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 팔 운동을 정말 열심히 하고 있어요.  

박한근 : 사실 총은 그래도 따로 제작을 해서 무게를 줄일 수 있었는데 자동피스건은 리얼 소품이거든요. 저게 정말 무거워요. 그런데 계속 들고 있어야 하죠. 

박란주 : 피스건은 한 손으로 들기 정말 힘들어요. 그래서 1막 엔딩 때 양손으로 들거든요. 마지막 공연 때까지 한 손으로 드는 게 제 목표입니다.(웃음) 

박한근 : 사실 류진이 피스건을 들고 있을 때 제가 걸어 나오거든요. 정말 천천히 걸어 나오는데 프리즈 상태에서 부들부들 떨리는 게 다 보여요.(웃음) 

Q. 그러고 보니 류진을 목공소로 보내는 사격 코치가 생제르맹이 맞았던 걸까. 처음엔 그냥 정말 사격 코치고 우연히 목공소에 가는 줄 알았다 

박한근 : 이게 사실 연습할 때 여러 버전을 만들었어요. 그중에서 처음부터 지금까지 제가 챙겨가려고 했던 부분은 딱 하나였어요. 그건 우리 주변 어디든 악은 존재한다는 것이었죠. 그리고 악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사격 코치도 생제르맹이고 준홍을 꼬시는 보건 교사도 생제르맹이라는 설정을 가져가게 됐죠. 연습 때는 베니 신부님도 생제르맹으로 가볼까라는 고민도 있었는데 그건 조금 결이 다를 수도 있겠다 싶어서 제외했어요.  

Q. 사격 코치의 다리떠는 연기가 일품이라는 후기를 봤다. 

박한근 : 저요? 제가요? 전 그냥 앉아만 있는데요? 그리고 류진이한테 매달리고 질질 끌려다니는 것밖에 안 하는데 그걸 좋아하신다고요? 진짜요?(웃음) 

 

사진 ⓒ 조나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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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진짜다. 그러고 보니 작품 속에서 류진이 준홍에게 첫눈에 반하게 되는데, 준홍의 외모는 트와일라잇 소설 속 지문처럼 조각 같은 외모였던 걸까 

박란주 : 영화 속 이미지를 생각하지는 않았고, 원작 소설에서 나온 지문 그대로의 에드워드 컬렌을 생각했죠. 그래서 준홍이라는 인물들이 류진에게는 에드워드 컬렌처럼 조각 같은 인물로 보이는 거죠. 사실 우리 작품 속에서 그려지는 뱀파이어가 영화들처럼 소름 끼치게 하얀 분장을 하지도 않고 빨간 입술을 가지고 있지도 않거든요. 그냥 류진의 눈에만 그렇게 보이지 않나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모든 이야기가 끝나고 난 뒤 류진은 헌식의 '영흔'이 말했던대로 뱀파이어 헌터로서 살아가게 되는 걸까. 속편의 가능성은? 

박란주 : 공연을 관람한 많은 관객분들이 2탄이 나오지 않겠냐고 생각을 하시겠지만 저희는 일단 열린 결말로 끝내는 게 목적이었어요. 2탄이 나올지 안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B급 코미디 장르의 뮤지컬이 시리즈로 공연된 적은 없기 때문에 욕심은 조금 나는 것 같아요. 류진이 '피닉스 포포'의 주인이 되었으니 그 뒷이야기가 이어져도 재밌을 것 같기는 합니다.  

박한근 : 저도 사실 2탄을 기대한 건 아니지만, 약간 욕심이랄까 그런 부분들이 없잖아 있습니다. 생제르맹이 마지막에 구마를 당하고 사라지거든요. 사실 대본상에 없는 대사를 제가 하는데 "난 절대 사라지지 않아!"라고 소리치거든요.  

박란주 : 항상 악당들이 사라질 때 하는 말이죠. 

박한근 : 약간 "난 사라지지 않아, 지옥에서 만나자!" 이러면서 사라지는데, 뭔가 언젠가 다시 돌아올 거라는 뉘앙스가 섞여 있지 않나 싶습니다.  

사진 ⓒ 조나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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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두 사람은 뱀파이어가 되고 싶은지 궁금하다. 뱀파이어가 될 수 있다고 한다면 뱀파이어가 되고 싶은가 

박란주 : 전 인간으로 살다 죽는 걸로 하고 싶어요. 사실 어렸을 때부터 트와일라잇이라는 책을 정말 좋아했었거든요. 성인이 되어서도 모든 시리즈를 다 사서 읽을 정도로 좋아했는데, 그 속에서 그려지고 있는 뱀파이어들이 다 너무 외로워 보였어요. 사랑하는 사람이 늙어가는데 나는 영생을 이어간다는 게 너무 고통스러울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평범하게 살다가 죽는 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박한근 : 뱀파이어가 되면 장점이 뭐가 있을까요? 

박란주 :일단 죽지 않고, 늙지 않게 되죠. 

Q. 그리고 계속 잘생긴 모습을 유지하지 않을까. 조각 같은 외모에... 

박한근 : 음, 그렇다면 잘생긴 모습을 유지할 수 있다면 저는....  

박란주 : 그런데 먹는 것에 제한이 생겨요. 

박한근 : 그러고 보니 선지해장국만 먹어야 하는건가요?

박란주 : 아, 그리고 매번 주민등록증도 갱신해야 돼요. 너무 외롭지 않을까요? 삶이 불쌍해질 것 같아요. 

박한근 : 그렇다면 주위 사람들 모두가 뱀파이어가 되면 괜찮지 않을까요? 모든 사람들을 뱀파이어로 만들면 되죠. 인간 세상에서 뱀파이어는 외로울 테지만 뱀파이어들끼리 같이 살면 슬픈일이 없어지지 않을까요?

Q. 그렇다면 내가 혹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뱀파이어와 뱀파이어 헌터가 된다면? 내가 뱀파이어가 돼서 사랑하는 사람이 쏜 총에 죽음을 맞이하는 선택을 할까, 아니면 내가 반대되는 선택을 할까 

박란주 : 왜 이렇게 잔인해요. 우린 행복한 작품인데... 

박한근 : 그건 좀 가슴 아프지 않나 싶어요. 저라면 사랑하는 상대를 쏘지 못할 것 같기 때문에 차라리 그 사람이 날 쏴주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만약 그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살아남은 사람은 얼마나 큰 상처를 받게 될지 상상도 못하겠네요. 

박란주 : 그렇다면 저는 차라리 제가 쏘겠습니다. 살아서 남아있는 사람이 더 아플 거라고 생각해요. 

박한근 : 그럼 저는 제가 맞겠습니다. 차라리 제가 죽는 게 나을 것 같아요.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이 살아있는 게 낫지 않을까요? 

사진 ⓒ 조나단 기자
사진 ⓒ 조나단 기자

Q. 공연을 보러 올 관객들이 어떤 메시지를 찾아가면 좋을까. 아니면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나. 

박란주 : 저는 사실 연습을 시작하고 나서 들었던 생각이 있어요. 올해 정말 모든 관객들이나 배우,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모든 것들에 있어서 힘든 삶을 겪고 있잖아요. 그런 가운데도 정말 용기를 내주시고 좋아하는 배우들을 위해 공연을 보러 와주시는 분들이 계시잖아요. 공연을 보는 잠깐의 시간 동안만큼이라도 불안한 마음과 공포를 잊으시고 좋은 에너지, 웃음을 찾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밖에 없거든요. 이 말을 꼭 전해드리고 싶어요.  

박한근 : 같은 마음인 거 같아요. 정말 어느 순간 우리의 일상이 뒤바뀌게 됐잖아요. 점점 웃음이 사라지고 있다고 느끼는 시기인데 공연을 보는 시간 동안만이라도 잠시나마 웃음을 되찾게 해드리는 게 공연을 하고 있는 배우들에게 가장 큰 성공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우리 공연뿐만 아니라 대학로에 올라가는 모든 작품들이 다 소중하고 좋은 작품들이거든요. 다들 힘내셨으면 좋겠습니다. 

Q. 작년부터 올해까지, 말 그대로 코로나19 사태에 돌입했다. 지금은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게 당연한 일이 됐다.  

박란주 : 이게 익숙해진다는 게 정말 슬픈 일이 아닌가 싶더라고요.  

박한근 : 맞아요. 익숙해진다는 거 정말 무섭더라고요. 연기를 하고 있다가도 누군가가 마스크를 약간이라도 내리고 계시면 제가 연기를 하는데 더 걱정이 들 수도 있다는 것에 만감이 교차했어요.  

박란주 : 많은 관객분들이 웃고 싶으시고 응원해 주고 싶다는 게 다 보이는데 서로에게 피해가 갈까 봐 신경 쓰는 게 다 느껴지거든요. 그래서 안타깝지만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뮤지컬 <블러디 사일런스> 나에게 어떤 작품이고, 어떤 작품이 될 것 같나.  

박한근 : 저에게 지금 이 뮤지컬 <블러디 사일런스>는 '웃음과 힐링'을 주는 작품입니다. 저 스스로에게도 그렇고 공연을 보러 온 관객분들에게도 그렇지 않나 싶어요.  

박란주 : 저는 우리 작품이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시기에 작품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선물 받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앞서 박한근 배우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이 공연이 관객들에게 웃음과 힐링을 찾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작품이지 않나 싶어요.  

Q. 길고 긴 장마가 끝나고 한여름 열대야가 찾아왔다. 열대야를 이기는 나만의 방법이 있을까 

박란주 : 한여름 무더위에는 뮤지컬 <블러디 사일런스>를... (웃음) 

박한근 : 사실 <블러디 사일런스> 만한 작품이 없거든요? 극장도 정말 시원하고 배우들도 시원시원하게 노래하고 있습니다. 한여름 무더위 시원한 공연장에서...  

박란주 : 저는 정말 더울 때, 저희 리허설 영상을 다시 봅니다. 

박한근 : 이 무더위를 이겨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진 ⓒ 조나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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