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집단이기주의를 버려라
[데스크칼럼] 집단이기주의를 버려라
  • 편집부장 : 신동민
  • 승인 2004.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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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노조의 총파업 선언으로 시작된 한미은행 파업사태는 쉽게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른 고객 예수금 인출과 이탈이 뒤따르면서 은행의 장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미은행 총파업은 고용안정, 독립경영, 상장폐지 철회 등의 핵심쟁점사항에 대해 노사간에 서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은행측은 고용안정과 임·단협 협상은 서로 따로따로 처리하자는 입장이고, 노조측은 일괄타결하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노조의 경우 씨티은행으로 인수되는 과정에서 고용 보장과 안정, 노조의 경영참여, 한미은행 상장폐지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노사 실무협상에서 노조는 씨티은행과 통합후 한미은행 상호유지, 영업점 유지, 8.6% 임금인상 등 납득하기 힘든 주장을 하고 있다. 기업인수의 경우 기업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구조조정을 하는 것은 불가피하고 고임금을 받고 있는 한미은행 근로자들이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 하겠다. 물론 외국 자본이 국내 기업을 인수한 뒤 상장폐지를 통해 고배당과 유상감자로 국부 유출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해 상장폐지 철회라는 대의명분을 주장하고 있지만 과연 노조가 이 대의명분을 위해 희생을 감수할지는 의문이 든다. 만일 노조가 한미은행을 인수한 씨티은행이 정부와 시장 감시를 피해 마음놓고 이익을 챙겨가려는 속셈을 막기 위해 상장폐지 철회를 요구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사측이 받아들일 수 없는 경영참여나 임금인상, 영업점 유지 등의 협상조건을 내걸어서는 안된다. 이는 고임금 근로자인 은행원이 제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집단 이기주의로 볼 수밖에 없다. 사측의 경우 고용안정이나 임금협상 등에 대해서 한미은행 인수과정에서 인수 이후에도 해고 등 인원 감축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었고 임금협상에 대해서 난색을 표명하고 있는 입장이다. 그러나 경영간섭과 상장폐지 철회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상장폐지하는 경우는 자금이 풍부하여 더 이상 외부자금을 끌어들일 필요가 없는 때나 기업가치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기업가치보다 저평가 되어 시장에서 원하는 가격을 받을 수 없는 때, 정부나 주주의 감시를 받지 않고 대주주의 이익을 취하기 위해서 상장폐지의 절차를 밝고 있다. 특히 외국 자본의 경우 상장폐지를 통해 투자 이익을 최대한 환수하는 목적이 크다고 볼 수 있다. 하명구 한미은행장은 “상장폐지는 오히려 기업의 투명성 제고나 기업지배구조 개선 측면에서 불가피한 조치다”라고 말하지만 최근 소액주주와 기관투자가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정부의 감시가 강화되는 추세에서 씨티은행은 대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상장폐지를 하려고 하는 의도가 다분하다 할 것이다. 정부는 외국자본에 의한 국부유출이 되지 않도록 이와 관련한 법과 제도정비를 시급히 하여야 할 것이며 노조는 집단 이기주의를 버리고 기업의 발전 가치가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고 행동을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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