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전기차배터리 사업, 발 닿는 곳마다 '지뢰'
LG화학 전기차배터리 사업, 발 닿는 곳마다 '지뢰'
  • 박지혜 기자
  • 승인 2017.03.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국발 악재에 트럼프까지...울고 싶은 LG
▲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난관에 봉착했다.

최근 LG화학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를 계기로 중국 시장에서 급격히 위축된 모습이다. 이어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오바마 행정부가 진행해온 친환경차 확산 정책을 뒤집기 시작하며 미국에서도 빨간불이 켜졌다.

LG화학은 지난해 말 미국 시장에 출시한 제너럴모터스(GM)의 순수전기차 볼트(Bolt)EV’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친환경 차량 출시가 대폭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볼트EV의 미국 내 판매가 기로에 놓였다. LG화학 CEO 박진수 부회장의 경영 리더십도 위기를 맞았다.

 

연비규제 완화로 정책방향

 

지난 9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스콧 프루이트 신임 미국 환경보호청(EPA) 청장과 일레인 차오 교통장관은 앞서 7(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오바마 행정부에서 발의한 기업평균연비기준 강화정책을 사실상 철회하기 위한 법안 마련에 나섰다.

기업평균연비 제도는 미국 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회사별 자동차의 가중 평균연비가 일정 수준을 초과할 경우 벌금을 부과하는 방안이다. 미국 내 연료 효율이 높은 전기차 등 친환경차량 출시를 독려하는 게 목적이다. 이에 따라 자동차 업계는 친환경차량 출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GM을 비롯한 미국 주요 자동차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은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해당 법안이 업계에 지나친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17개 자동차 판매업체는 프루이트 청장에게 배출 규제 재고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트럼프 정부는 친환경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전기차에 지급해온 최대 7500달러(867만원)의 보조금도 축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볼트EV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LG화학은 난감한 처지가 됐다. GM이 트럼프 정부의 정책 기조에 동조하고 있는 이상 향후 전기차보다는 수익성이 높은 내연기관차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업계 큰 타격 예상돼

 

지난 2월 미국 시장에서 볼트 판매량은 952대에 그쳤다. 1월 판매량인 1162대에 비해서도 감소했다. 또 미국 전역 판매는 올해 7월 이후에나 가능해 갑작스런 판매량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볼트 판매 지역은 캘리포니아와 오레곤주로 한정됐다.

그러나 GM의 월간 미국 시장 총 판매량은 20만여대로 전기차 비중은 약 0.5%에 불과하다. GM은 볼트 판매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전기차보다 기존 내연기관차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트럼프 행정부에 연비와 배기가스 관련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요청한 대표 기업이 GM이다.

반면 LG화학이 처한 상황은 다르다.

LG화학은 올해 자동차 전지부문 매출의 5분의1을 볼트EV에 대한 배터리 납품을 통해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강창범 LG화학 전지부문 경영전략담당(상무)는 지난해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볼트EV의 올해 판매량을 증권업계의 전망치를 반영해 ‘3만대로 예상했다. 볼트EV3만대 팔리면 LG화학은 약 3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 이는 자동차 전지 부문 매출(15000억원)의 약 20%에 해당한다.

당초 LG화학은 부진한 중국시장을 고려해 올해 미국시장에 기대면서 전기차 배터리사업의 손익분기점(BEP)달성을 목표로 삼아왔다. 하지만 기대했던 미국시장마저 먹구름이 드리우며 판매목표나 BEP 목표달성이 간단치 않게 됐다. 지난해 LG화학은 전지부문에서만 약 49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볼트EV의 출시지역은 미국 캘리포니아와 오리건주로 아직 한정돼 있다. 따라서 올해 목표를 달성하려면 출시지역을 다른 지역으로 빠르게 늘려야 한다. 이는 GM의 마케팅의지에 달려있다.

이충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연비 관련 규제를 완화하면 완성차회사들이 전기차를 개발할 동력이 약화할 것이라며 “GM이 전기차볼트의 마케팅에 힘을 빼면서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LG화학의 전기배터리 사업은 박진수 부회장의 지휘 아래 수년간 집중 육성돼왔다. LG화학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19919억원을 달성했지만 전지부문에선 연간 493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올해 전망은 더 어둡게 점쳐지는 상황. 박 부회장의 경영 리더십도 본격 도마에 올랐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