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교’ 찾는 영화계, 신인 여배우들 파격적 노출
‘은교’ 찾는 영화계, 신인 여배우들 파격적 노출
  • 백서원 기자
  • 승인 2014.12.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인 주연으로 뽑아 베드신도 맡겨...영화계 트렌드

신인 여배우의 ‘노출’ 데뷔는 오래전부터 영화사의 한 축을 담당해왔다. 노출과 베드신이 있는 영화를 통해 빠르게 이름을 알린 이들은 왕성한 활동을 이어나갈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쉽지 않았고 연기력을 인정받은 일부만이 진짜 ‘배우’로 성장했다. 2012년 영화 ‘은교’는 이 같은 신인 여배우들의 대담한 노출에 불을 지폈다. 파격적인 베드신을 소화했다는 화제성에 연기력도 인정받을 경우 영화제 신인상까지 그들의 편이다. 여배우 기근 현상에 시달리는 충무로에서도 대중에게 확실한 존재감을 내보인 신인들을 환영한다.

은교의 화려한 출발

영화 ‘은교’는 캐스팅 단계서부터 관심을 끌었다. 이미 원작을 통해 독자에게 남아있는 소설 속 소녀의 이미지와 그녀가 보여줘야 할 ‘수위’에 관해서다. 제작진은 타이틀롤 ‘은교’에 한번도 대중에게 공개된 적이 없었던 신인을 택했다. 배우 김고은은 높은 수위의 노출을 감행해 화려하게 데뷔했다.

선택은 긍정적인 평으로 이어졌다. 김고은은 70세 노인 이적요(박해일)는 물론 그의 제자 서지우(김무열)와도 과감한 베드신을 선보여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줬다.

신인의 신선함은 영화 속 분위기와 맞아떨어져 베드씬 뿐만이 아니라 연기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얻었다. 김고은은 제33회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을 비롯해 대종상 신인여우상, 부일영화상 신인여자연기상, 영화평론가협회 신인여우상, 부산영화평론가협회 여자 신인연기자상, 올해의 영화상 여우신인상 등 여자 신인상이라는 상은 모조리 휩쓸었다.

그는 올해 '몬스터'와 배우 이병헌, 전도연과 함께 '협녀:칼의 기억'의 촬영을 마쳤다. 이후로도 '코인로커걸' 촬영에 들어가는 쉴 새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여배우 기근이라는 충무로에서 관계자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은 것이다.

지난 해 '짓'에 출연한 서은아도 200:1의 경쟁률을 뚫고 발탁됐다. 서은아는 첫 영화에서 교수 남편과 불륜 관계인 연미 역을 맡아 파격적인 노출을 보여줬다. 동양적인 마스크에 첫 주연작에서 전라노출을 한 서은아는 신인상을 휩쓸었던 김고은을 떠올리게 했다. 그는 지난 해 대종상 신인여우상을 수상했다.

성장은 ‘본인의 몫’

신인에게 주연을 맡겨 노출 연기까지 소화하게 하는 방식은 예전부터 있어왔다. 그러나 ‘은교’ 이후 눈에 띄게 활발해진 이 같은 캐스팅은 ‘트렌드화’ 된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올해 화제가 됐던 영화 ‘인간중독’의 임지연도 높은 수위의 베드신을 소화해냈다. 먼저 송승헌의 첫 베드신 영화로 알려져 관심을 모았다. 이어 영화 ‘색계’를 떠올리게 하는 홍보방식은 여배우의 노출 수위에 대한 궁금증도 불러일으켰다. 임지연은 신인답지 않은 과감함으로 언론과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제2 제3의 은교’는 계속됐다. 영화 '마담 뺑덕'의 이솜이다. 모델 출신으로 동양적이고 앳되보이는 외모를 지닌 이솜은 '마담 뺑덕'에서 정우성과 농도 짙은 베드신을 선보였다.

지난 4월 개봉한 '가시'의 조보아도 파격적인 베드신을 보여줬다. 장혁과 호흡을 맞춘 조보아는 체육 선생에 집착하는 여고생 연기로 시선을 끌었다. 역시 소녀 같은 외모로 ‘팜므파탈’ 캐릭터를 소화해야 했다.

이들 영화의 흥행은 부진했지만 첫 주연 스크린 데뷔만큼은 강렬했다. 올해 두각을 나타낸 신인 여배우들은 비슷한 과정을 거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한 영화사 관계자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톱급 여배우를 설득해 노출이나 베드신 있는 영화를 찍기란 쉽지 않다. 의욕적인 신인들에겐 이 모든 게 기회다. 특히 이름 있는 감독이나 제작사에서 연출할 경우 어느 정도 작품성이나 파급력까지 보장돼있단 생각에 경쟁률이 엄청나다. 연출자나 제작자 입장에서도 애초 기획이 무너질 일 없고 직접 새로운 보석을 발굴했단 보람도 있다. 대중 역시 오히려 신인에게 더 큰 흥미를 느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작품이 굳이 흥행하지 않더라도 일단 화제에 오르면 관심을 받는 것도 스타덤에 오르기도 쉽다. 그러나 그 이후가 문제다. 대중에겐 그 영화 속 이미지가 박힌 상태다. 새로운 캐릭터와 연기력으로 승부를 보지 않으면 결국 전작 안에 갇혀버리고 만다”고 지적했다.

“노출 협의 불가능”

2015년 크랭크인 예정인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역시 공개 오디션을 개최하는 등 신인 여배우를 주연으로 기용할 예정이다. 박 감독은 노출을 출연의 주요 조건으로 내걸었다.

그는 앞서 신인 배우 강혜정과 김옥빈을 영화 ‘올드보이’와 ‘박쥐’를 통해 강렬하게 각인시킨 바 있다.

제작사 모호필름 측은 오디션 공고에 “노출 연기가 가능한 여배우, 불가능한 분은 지원할 수 없다”며 “노출 정도는 최고 수위이며 노출에 대한 협의는 불가능하다”고 명시해 눈길을 끌었다. 영화화 소식이 발표됐을 때부터 이미 업계 안팎에선 캐스팅 물밑 경쟁이 치열했다.

‘아가씨’는 영국 소설가 사라 워터스의 소설 ‘핑거 스미스’를 원작으로 이를 한국 실정에 맞게 일제강점기로 시대 상황을 바꿔 각색한 작품이다. 원작은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소매치기 집단에서 자란 소녀가 귀족 상속녀에게 접근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려냈다. 특히 파격적인 베드신이 담겨 노출 수위가 주목을 받고 있다. 하정우가 남자 주인공을 맡았다.

한 배우 지망생은 “남자 위주로 제작되는 영화가 대부분이라 배역을 따내기가 쉽지 않다. 기존 여배우들도 설 자리가 없어서 고민이라는데 우리 같은 사람들은 비집고 들어갈 틈도 없지 않겠나”며 “늘 오디션을 보고 있고 열정도 넘치지만 솔직히 노출은 두려운 게 사실이다. 그러나 좋은 영화라면 엄청난 행운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일단 도전하고 있다. 유명한 감독에 주연급 캐스팅이라면 배우 지망생 누구라도 그 제안을 단박에 거절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