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뿐인 ‘소비자 보호’ 누가 하나
말뿐인 ‘소비자 보호’ 누가 하나
  • 강우석 기자
  • 승인 2012.04.02
  • 호수 88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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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금감원 ‘책임론’ 대두

소비자 피해접수 전년대비 22.3% 폭증
소비자보호․분쟁조정국 상담인원 줄어

보이스피싱, 대출사기 등 금융소비자 피해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방관’적인 태도가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금융소비자에 대한 안일한 민원처리와 분쟁조정 시 ‘책임 떠넘기기’ 등의 늑장 대응으로 금융소비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것.

금융위원회도 소비자보호는 뒷전인 체 최근 금융위 건물 이전 문제로 산하 기관인 금융투자협회와 신경전만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소비자 보호 인식 부족

지난 22일 금감원이 발표한 ‘2011년 금융상담 및 민원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상담 및 민원은 총 52만516건으로 전년 대비 22.3% 증가했다.

이 중 금융상담은 38만3108건으로 저축은행 영업정지 관련 문의가 전년 대비 24.2%나 늘었다.

또 금융민원은 8만4731건으로 저축은행 영업정지 관련 민원과 보이스피싱 카드론 피해, 가맹점 수수료 불만 등 신용카드 관련 민원이 전년대비 17.4% 증가했다.

이처럼 금융소비자 피해가 날로 확산, 소비자보호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자 금융당국은 그제서야 부랴부랴 올해 최우선 과제를 금융소비자보호로 삼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소비자보호에 대한 인식이 턱없이 부족해 당국으로부터의 소비자보호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금융소비자들은 소비자보호를 ‘실질적으로 금융소비자들의 권익을 지키는 것’이라고 정의하며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을 원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금융회사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이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 계속 같은 정책만 재탕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비자관련 부서의 인력부족과 소비자보호에 대한 미흡한 교육 환경은 이러한 우려를 부추기기에 충분하다.

실제 지난해 5월 기준 금감원 내 소비자관련 부서의 인력은 238명으로 전년대비 21명 늘었지만 늘어난 인력에는 소비자보호감독국, 분쟁조정국, 금융서비스개선국과 각 지방 지원까지 포함돼 소비자 상담 및 민원처리 인원은 사실상 줄어든 상황이다.

인원이 부족하다보니 1인당 처리해야 할 민원 건수는 자연히 늘어났다. 업권별로 분쟁조정을 총괄하는 팀장 한명이 한주에 처리해야 하는 분쟁만도 평균 70건에 달한다.

특히 소비자보호 관련 부서에서 변호사처럼 전문성을 갖춘 인력은 더욱 찾기 어렵다. 일반 민원처리 및 금융상담을 담당하는 소비자보호국과 달리 분쟁조정국은 금융회사와 금전을 놓고 다툼을 벌이는, 보다 전문적인 민원을 담당하고 있어 법률 전문가가 꼭 필요한 부서다.

하지만 현재 금감원내 변호사 32명 중 분쟁조정국 소속 변호사는 단 2명뿐이며 소비자보호국 소속 변호사는 단 한 명도 없다. 할 일은 많고 전문성은 떨어지다 보니 민원처리 시간 지연, 불성실한 답변 등 부작용이 잇따를 수 밖에 없다.

또 열심히 일해도 소비자들의 불만, 항의에서 자유롭지 못한 탓에 소비자보호국과 분쟁조정국은 금감원 내 기피부서로 낙인찍힌 지 오래다.

말뿐인 정책…시행여부 확인 어려워

더 큰 문제는 시행 여부 확인이 어렵다는 점이다. 감사원의 감사를 제외하고는 금감원의 업무를 감독하고 검사하는 기관이 사실상 없기 때문에 금감원이 스스로 공개하지 않는 한 대부분의 정책과 마찬가지로 금융소비자 정책 역시 제대로 실행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금감원은 지난해 5월 금융서비스개선국을 신설해 불합리한 금융제도와 관행에 대한 개선 실적을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이 실적공개도 문제가 있는 제도나 관행을 바꾸도록 ‘지도한 실적’일 뿐 금융시장에서 지도내용이 실제로 적용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금감원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감독 및 검사 결과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 감독 업무의 특성상 결과 노출이 시장의 혼란을 일으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업무 관행이 굳어지면서 소비자보호 관련 업무에 대해서도 지금껏 이행 여부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때문에 소비자들은 금융회사들이 금융당국의 정책을 얼마나 잘 이행하고 있으며 금감원이 이를 얼마나 제대로 관리감독하고 있는지 알 길이 없는 실정이다.

더불어 금감원의 새로 개선된 사항 없는 정책 재탕도 문제를 더한다. 금감원은 지난해 6월 금융소비자 피해 예방을 위해 꺾기, 펀드 불완전판매 등을 중점 점검하겠다고 발표했다.

금감원은 “꺾기, 금융상품 불완전판매 등 금융회사의 고질적 부당영업 행위에 대한 점검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왔으나 근절되지 않고 있다”며 “금융회사의 부당영업행위가 근절될 수 있도록 검사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금감원은 지난 1월 업무설명회를 통해 올해 소비자보호를 위한 주요 추진과제로 '테마검사 강화'와 '미스터리쇼핑 확대' 계획을 내놨다.

테마검사 항목에는 꺾기 등 금융상품 구속행위와 퇴직연금 과당경쟁, 펀드 불완전판매 등이 들어있었지만 지난해 검사 항목과 큰 차이가 없다.

올해 새롭게 추가된 내용이 있다면 지난해 10% 가량 판매규모가 증가한 방카슈랑스의 부당영업에 대한 테마검사 정도에 불과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금융당국은 올해 금융소비자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소비자보호 정책은 새로울 것 없는 정책이 재탕되고 있다”며 “소비자보호를 위해서는 정책 보완 수준을 넘어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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