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시사논평] 뉴 밀레니엄의 ‘적’과 ‘우방’
[양평 시사논평] 뉴 밀레니엄의 ‘적’과 ‘우방’
  • 양평 언론인 칼럼리스트
  • 승인 2021.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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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시작된 느낌이다.

뉴 밀레니엄의 축제 분위기가 채 가시지도 않았던 2001년 9월11일의 테러로 미국과 유럽 동맹국들이 아프간을 침공한 것으로 세기가 시작됐다.

그 20년 전쟁은 끝났으나 아프간에서 시작된 ‘새 역사’는 끝나지 않은 느낌이다.

그 새 역사란 ‘적’과 ‘우방’이라는 너무 쉬운 말의 뜻을 새삼 다시 살펴야 하는 시대를 맞았다는 것이다.

미국의 아프간 철수 과정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적과 우방이 뒤섞여 혼란스러웠던 점이다.

그 모습은 “국제사회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없다”는 낡아빠진 금언을 새삼 실감나게 한 셈이다.

 미국과 아프칸의 20년 전쟁은 끝났다.

 아프간에서 시작된 ‘새 역사’는 끝나지 않은 느낌이다.

그 새 역사란 ‘적’과 ‘우방’이라는 너무 쉬운 말의 뜻을

새삼 다시 살펴야 하는 시대를 맞았다는 것이다.

미국의 아프간 철수 과정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적과 우방이 뒤섞여 혼란스러웠던 점이다.

그 모습은 “국제사회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없다”는

낡아빠진 금언을 새삼 실감나게 한 셈이다.

 

지금까지는 우방이 적이 되거나 적이 우방이 되는 데는 상당한 시차가 있어 전문가들이 아니면 그 변화가 눈에 확연히 들어오지 않는 면이 있었다.

예를 들어 2차 대전에서 우방이었던 미국과 소련이 종전과 더불어 적이 되리라는 것은 뻔한 추세였고 미국에게 태평양 전쟁의 주적이었던 일본이 아시아 지역 반공의 보루로써 최대의 우방이 되리라는 것은 예상된 일이지만 그 과정은 꽤 세월이 흘렀다.

미국이 주도한 연합국들은 전쟁이 끝난 지 3년이 지난 시점에도 일본군국주의의 상징인 도조 히데키 등을 전범으로 몰아 사형을 집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의 아프간 철수 과정에서는 엊그제까지 적이었던 탈레반과 미국이 친한 사이 같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다 카불 공항에서 IS-K의 자살폭탄테러로 탈레반과 미군이 함께 사망자가 나왔으니 영락없는 동맹군의 모양새였다.

그것이야 혼돈 속의 우발적인 사건이라고 쳐도 그 후 미국이 탈레반에 이렇다 할 적개심을 보이지 않는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현재 미국이 탈레반을 적으로 치는지 아닌지를 자신 있게 말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그런가 하면 아프간에서 연합군으로 싸웠던 미국과 EU는 호주의 핵잠수함 건립 문제로 갑자기 으르렁 대고 있다.

프랑스와 호주는 2016년 프랑스의 방산 업체인 나발 그룹이 호주에 디젤 잠수함 최대 12척을 660억 달러(77조 원)에 공급하기로 계약했으나 그것이 무효화된 것이다. 호주가 미국과 영국의 지원을 받아 자체의 핵잠수함을 개발키로 해서다.

호주의 그런 조치는 미국과 영국 및 호주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새로운 3자 안보 동맹인 ‘오커스(AUKUS)’를 발족한 데 따른 것이다.

프랑스는 660억 달러를 날린 것보다 미 영 호 3국이 감쪽같이 동맹을 체결한 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오커스 발족을 위한 논의가 지난 6월 영국에서 열린 G7정상회담에서 이루어져 더욱 약 오른 표정이기도 하다. 그 정상회담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참가했음에도 세 나라는 감쪽같이 그를 따돌린 채 만났던 것이다.

물론 그것으로 오랜 우방이었던 프랑스 등 유럽과 미국이 적으로 바뀐 것은 아니지만 어딘지 미국의 ‘새로운 우방’에 밀려 남같이 비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왜 이런 풍조가 몰려오는 것일까. 뉴밀레니엄은 원래 그런 것인가. 아니면 지구의 환경변화와 그로인한 코로나 때문일까?

물론 그런 것은 아니고 최근의 현상만도 아니다. 기원전에도 줄리우스 카이사르가 “브루터스 너마저도!”라고 비명을 질렀지만 실은 태고쩍부터 적과 동지 그리고 적국과 우방은 식별이 어려운 데가 있다.

주한 미군 기지가 북한의 침공을 대처하는 역할을 넘어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는 전초기지라는 글은 흔히 볼 수 있다.

문제는 그런 글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일본을 견제하는...”

식의 글도 있는 점이다.

오늘날 일본이 미국의 태평양 전략에서 핵심적 우방이어서

중국으로부터 ‘미국의 앞잡이’라는 식의 비난을 받기도하기에

그것은 새삼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그런 냉엄한 국제정치의 현실에서 우리가 걸어야 할 첫걸음은

‘혈맹’이라는 미신 같은 용어를 사전에서 없애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동맹들이 부쩍 파열음을 내는 것은 심상치 않다.

예를 들어 지난 세기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의 총회는 줄곧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열렸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들어서면서 유럽 국가들에게 돈을 더 내놓으라고 다그쳐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 장사꾼 출신 대통령이 물러나고 점잖아 보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들어서자 미국과 유럽이 잘 될 것 같았던 순간 프랑스가 미국에게 뒤통수를 맞아 660억 달러를 날렸다고 길길이 날뛰는 판이다.

그렇게 된 원인의 규명은 너무 어렵지만 우리는 새삼 우리가 걸어온 길을 반추해봐야 할 일이다.

예를 들어 21세기에 접어들자 기존의 동맹관계가 혼란을 겪는 마당에 한국에서는 거꾸로 다른 나라 국기(성조기)를 받들고 시위를 하는 희한한 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혈맹(血盟)-. 기자는 오늘날의 신문사 국제부가 ‘외신부’로 불리던 시절부터 외신에 접했으나 ‘혈맹’이라는 뜻의 서구적 용어를 본 적이 없다.

그럴 수밖에 없다. 이번의 오커스 소동은 660억 달러에 오랜 우방이 남같이 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었지 않는가? 그런 상황에서 ‘혈맹’의 피 값은 얼마쯤 될까?

따라서 이제 우리는 ‘동맹(Ally)’이라는 말뜻을 새삼 다시 음미해야 할 시점이다.

그것은 간단히 정의하면 ‘(지금은) 우리 편인 나라’고 보다 자세히 정의하자면 ‘(지금은) 우리 편(이지만 적이 될 수도 있는 나라)’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얼핏 말장난 같으나 그것이 엄연한 사실임을 말해주는 물증 같은 것은 많다.

주한 미군 기지의 가치를 언급한 글 가운데서도 좋은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주한 미군 기지가 북한의 침공을 대처하는 역할을 넘어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는 전초기지라는 글은 흔히 볼 수 있다.

문제는 그런 글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일본을 견제하는...” 식의 글도 있는 점이다.

오늘날 일본이 미국의 태평양 전략에서 핵심적 우방이어서 중국으로부터 ‘미국의 앞잡이’라는 식의 비난을 받기도하기에 그것은 새삼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그런 냉엄한 국제정치의 현실에서 우리가 걸어야 할 첫걸음은 ‘혈맹’이라는 미신 같은 용어를 사전에서 없애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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