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포미니츠' 김선영·김수하 "공연 예술 총망라, 마지막 4분 기대해도 좋아"
[인터뷰] '포미니츠' 김선영·김수하 "공연 예술 총망라, 마지막 4분 기대해도 좋아"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1.0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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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 김선영이 전하는 강렬한 울림
라이징스타 김수하, 끊임없이 성장중인 그의 새로운 모습 기대해도 좋아
영화와 뮤지컬, 표현의 차이 있지만 전하는 메시지 다르지않아
정동극장 두 번째 뮤지컬 '포미니츠' 개막

4minutes, 단 4분간의 연주를 향해 쉴 틈 없이 달려가는 작품이 있다. 뮤지컬 <포미니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는 시간'을 그리고 있다.

정동극장은 올해 두 번째 뮤지컬 작품으로 <포미니츠>를 선택했다. 뮤지컬 <포미니츠>는 동명의 영화를 바탕으로 뮤지컬로 재탄생 시킨 작품으로  18세 천재 피아니스트 제니와 2차 세계 대전 이후 60여 년간 여성 재소자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쳐왔던 노인 크뤼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작품은 뮤지컬 배우 양준모가 기획했으며, 그는 작품의 저작권 협의를 위해 손수 영화의 원작자를 찾아가는 등 공연을 제작하기 위해 온 힘을 쏟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작품을 통해 예술감독으로 관객들과 만난 그는 "배우와 창작진의 도움으로 이 작품이 탄생했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본지는 개막 이후 극 중 천재 피아니스트 제니 역을 맡은 김수하 배우와 크뤼거 역으로 또 다른 모습을 선보이고 있는 김선영을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이 생각하는 뮤지컬 <포미니츠>는 어떤 작품일까. 다음은 두 배우와의 일문일답이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Q.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김선영 안녕하세요. 저는 뮤지컬 <포미니츠>에서 크뤼거 역을 맡은 김선영 배우입니다.

김수하 안녕하세요. 저는 제니 역을 맡고 있는 김수하 입니다. 반갑습니다.

Q.  원작이 있는 작품이다. 

김선영 저 같은 경우에는 양준모 배우가 이 작품을 가지고 뮤지컬을 만들고 싶다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기획을 하고 있을 당시부터 공유를 해줘서 미리 영화를 봤었죠. 영화를 보면서도 뮤지컬로 만들어진다면 어떤 작품이 나올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나 지금 무대에까지 오게 됐습니다.

김수하 저는 다들 아시다시피 준모 선생님과는 사제지간이다 보니, 선생님이랑 작곡가님이 <포미니츠>의 데모 녹음을 하고 싶어 하셔 가지고 그때 제니 역할로 '지켜'라는 곡, 오스카 곡을 두곡 녹음을 했어요. 지켜는 크뤼거와 듀엣곡입니다. 그때 준모 선생님이 녹음하기 전에 영화를 보고 오면 도움이 될 거라고 하셔서 봤는데 되게 충격적이고 신선하고 재밌게 봤었던 것 같아요. 이걸 녹음만 하고 끝낼 게 아니라. 이게 공연으로 정말 올라가게 된다면 해보고 싶다 하는 욕심이 조금 생겼던 것 같아요. 워낙 음악도 잘 나왔고 마음에 들어서 욕심을 가지게 됐었어요. 그리고 공개 오디션 공고가 나온 걸 확인하고 오디션에 참여해서 제니 역을 맡게 됐습니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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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영화와 공연 간의 차이가 있지 않나. 첫 대본을 받았을 때 어떤 느낌을 받았나.

김수하 저는 첫 줄을 읽자마자 이건 대박 나겠다는 걸 느꼈어요.(웃음) 너무 세련된 작품이었거든요. 

Q.  어떤 부분에서 그걸 느꼈을까

김수하 처음에 원래 초고는 아니지만 이번 바뀌기 전에는 제니가 피아노 위에서 깨어나는 걸로, 처음 대본을 받았었거든요. 그것도 너무 신선하고, 작가님이 워낙 세세하게 적어주셔 가지고 '이 네모는 제니가 살고 있는 세상이다', '바깥으로 나갈 수 없는 극한의 처지를 보여주는 공간', '피아노는 독방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제니를 가두고 있는 공간' 등 정말 세세하게 적어놓으셔서 이해하기도 편했고, 구조들도 신선하고 세련됐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김선영 저는 처음 대본을 구체적으로 보기 시작했을 때는 어쨌든 작품을 하기로 했을 때는 이게 잘 될까 안될까를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요. 그런 건 우리가 걱정할 건 아니니까 이걸 어떻게 하면 잘 만들어질까에 대한 그림을 그리고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사실 처음에는 이게 너무 멋있는데 무대 화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궁금한 게 되게 많았었어요. 대본을 보면서 너무 궁금했고, 이걸 연출이 어떻게 풀어내고 이야기할 것인가, 내가 알기론 이 작품이 소극장 작품인데 소극장에서 무대를 어떻게 꾸며지고 표현이 될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들이 생겼던 것 같아요. 

Q.  리딩, 연습, 리허설을 하면서 상상하던 무대를 만나게 됐을 때 느낌도 다 달랐을 것 같은데

김선영 일단 이 작품은 연출의 상상력이 중요한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영화에서 그대로 옮겨올 수 없으니까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데 있어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잖아요. 연습실에 딱 왔을 때 피아노 한대와 원형 사각 턴테이블이 다였어요. 그걸 보자마자 "아, 굉장히 연극적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실제로 연출님도 우리는 연극적인 약속에 의해서 이루어질 거다고 말씀하셨었죠. 그것이 관객하고 잘 만나진다면 좋은 작품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됐고, 그 연극적인 부분이 우리끼리만 연극적이고 멋있다고 할 것이 아니라 부족했던 부분들이 있으면 그걸 우리가 다 메꾸워 주어야 하거든요. 그런 합이 잘 맞아야 연극적인 작품이 빛날 수 있기 때문에 그 작업을 촘촘하게 만들어가는 걸 중점으로 연습했던 것 같아요.

김수하 극장에 왔을 때 저는 가장 처음 보였던 게 무대 벽면이 그대로 보이는 거였거든요. 그 조명들이 정말 크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그게 너무 포미니츠 스럽고 제니 같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무대는 숨기고 진짜처럼 보이려고 하는 무대가 있다고 생각했을 때, 저희는 이렇게 말하고 있는 거죠. "우리는 그냥 이런 작품이야, 우리는 여기에 조명이 있어. 그리고 이렇게 조명을 쏘고 있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그런 부분들이 참 재밌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더 재밌게 무대에서 리허설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Q.  영화와 다르게 뮤지컬은 한두 곡을 통해 캐릭터의 서사를 보여주다 보니 누군가는 서사가 부족한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던데

김수하 어떤 말을 하기가 조심스럽지만, 저는 늘 외국, 런던에서 공연을 했을 때 힘들었던 게 똑같은 작품, 배우더라도 어떤 관객들을 아 오늘 너무 좋았어, 너무 잘했어라는 평을 남겨주시는 분들도 계시고, 다른 한편으로는 완전 별로였는데라는 평을 남기시더라고요. 물론 저 조차도 영화를 보거나 뮤지컬을 봤을 때 이건 좋았고 저 부분들은 안 좋았어라고 말하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처음 데뷔했을 때는 엄청 스트레스를 받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조금씩이라도 이런 부분들을 모두 다 받아들이려고 하고 있어요. 그냥 나라는 사람이 이런 사람이라는 걸 나로서 존재하고 무대에서 열심히 연기하고 노래하는 걸 보여준다면 언젠가는 인정해 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거든요. 막연할 수도 있지만요. 이번에도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겠지만 한 분이라도 저희 작품을 보시고 감동을 받으시고 행복했다 행복하다고 느끼신다면 저희는 좋을 것 같아요. 
 
김선영 어찌 되었던 우리 작품은 창작 초연작품이잖아요. 정말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품들도 몇 년에 걸쳐서 수정을 하거든요. 그리고 수하 말처럼 한 명 한 명 만족시킬 수 없어도, 대부분의 관객분들이 만족도를 느낄만한 작품을 만들고 그럼에도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면 수정을 하면서 좋은 공연으로 만들어 나가야겠죠.   우리도 이제 처음 따끈따끈하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초연으로 끝날 게 아니라 멀리 봐야한다고 생각해요. 한 번의 공연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계속 공연될 수 있는 중심을 잡아가야 하거든요. 그리고 어떤 부분들에 있어서 조금만 더 보충이 필요하다는 요청이 있다면 그걸 또 채워야 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이번에 만들어진 걸 가지고 여러 의견들이 꾸준하게 요청이 된다면 다음 시즌에는 분명하게 수정 보완돼서 만들어져서 올라갈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걸 향해서 우리도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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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제니 역할, 연기 노래뿐만 아니라 피아노도 친다고 했는데 어려움은

김수하 피아노는, 피아노에 관해서라면 정말 눈물이 한강을 이루지 않을까요?(웃음) 처음에는 이게 제가 잘할 수 있는 걸 넘어선 것이었어요. 노래나 연기나 춤은 할 수 있는 선에 있었는데 피아노는 그걸 넘어섰어요. 하지만 저한테 주어진 것이고 제니를 표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었기 때문에 그냥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많이 울고 속상하고, 저 자신에게 화도 났지만 그래도 어떻게 연습을 해서 공연이 올라갔고 관객분들도 마지막 제니의 연주에 제 생각 이상의 감동을 받으시는 것 같아서 스스로도 뿌듯함을 느끼기도 하고 참 감사한 것 같습니다.

Q.  크뤼거는 선생님이자 극 중에선 마음을 열어주게 되는 가족보다 더 가족 같은 인물인 것 같았다

김선영 원체 나이나 경력에 비해서 출중하기 때문에 잘 할 것이라는 건 예상을 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피아노를 쳐야 하고 본인 입으로 말했지만 제니라는 인물이 천재 피아니스트거든요. 거기에서 오는 압박감이 되게 있었던 것 같더라고요. 연습 기간 동안 힘들어하고 고뇌하는 모습이 본인은 얼마나 힘들겠어요. 그런데 저는 옆에서 바라보면서 그 모습들이 다 너무 아름답더라고요. 그건 본인이 가장 괴롭겠지만 저 시간을 거치게 된다면 이 친구가 얼마나 단단해지고 더 깊어질지를 아니까 좀만 더 견뎌줬으면 좋겠고 잘 해나갈 거라고 생각했죠. 저는 너무 잘 아니까요. 그렇다고 제가 어떤 걸 해주거나 할 수는 없잖아요. 고민을 들어주고 의논만 해주는 거죠. 그런데 너무 잘 묵묵히 잘 견디고 해왔고 무대에서도 그 노력만큼 좋은 결과들이 보이고 있어서 너무 뿌듯해요.

Q.  피아노를 쳐봤을까

김선영 어릴 때부터 조금씩 쳐와서 칠 줄 만 알아요.

김수하 저도 어릴 때부터 조금씩 쳐올 걸 그랬어요.(웃음)

Q.  크뤼거는 제니에게서 한나의 모습을 발견했던 걸까, 제니라는 인물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김선영 어찌 보면 제니의 모습에서 한나가 뭐라고 특징적인 걸 규정할 수 없지만 겹쳐 보였던 게 첫 순간부터 있었던 것 같아요. 그다음에는 제니가 쏟아내는 말들 중에 어찌 보면 제 자신(크뤼거)이 하고자 하는 말들이 있지 않나 싶었어요. 크뤼거와 한나의 모습이 투영된 거 같은 모습들이 장면 장면을 거치면서 알게 모르게 느낄 수 있거든요.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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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크뤼거에게 있어서 한나라는 존재는

김선영 제니가 마지막 4분에 크뤼거에게 해방감을 준 것 같은, 과거로 돌아갔을 때 그런 존재이지 않았을까 싶었어요. 제가 그리는 서사와 작가가 준 서사에서 크뤼거는 어릴 적부터 가정 환경에서 되게 억압받았다고 봤어요. 부모에게서 사랑을 얻기 위해서 피아노를 쳤을 것 같았어요. 그에게는 재능의 유무가 필요 없었던 거죠. 그러다 보니 원리원칙, 클래식에 대한 집착이 생겼을 거고 그게 어떻게 보면 그런 환경과 상황, 교육에 의해서 만들어진 게 아닐까란 생각도 들어요. 그런 인물이 자꾸 규칙과 원칙을 벗어나버리는 인물을 만나죠. 자기는 원리 원칙을 지키자 끊임없이 불안해하고 있는데, 자유롭고 흐트러져 보이지만 그 안에서 자기와는 다른 강인함을 보여요. 마치 저는 그래요 한나와 크뤼거가 과거에 금지된 연인이었던 것이 영화에서도 그려지지만 저는 그 이상의 것이 표현되길 바랐어요. 그렇기 때문에 사랑하는 감정, 공산당 이상으로 금기시된 동성의 연애, 그 사랑을 느끼었던 원초적인 게 무엇이었을까. 사람이 호감을 느끼고 집중하는 덴 이유가 있거든요. 남녀관계를 떠나서 동료, 친구일 수도 있는 거잖아요. 나한테 없는 것 내가 갈망하는걸, 벗어나고 싶어 하는 무언갈 가지고 있는 존재가. 나와 어떤 정신적인 소통하기 시작했을 때 그 사람을 갈망하기 시작하거든요. 한나에게도 그런 게 있지 않았을까. 그게 단순히 연애의 감정을 뛰어넘은 인간에 대한 욕구 같은 게 아닐까 싶었어요.

Q.  제니, 크뤼거와의 호흡도 중요한데 피아니스트와의 호흡도 중요하지 않나

김수하 처음 어려웠던 건. 전 피아노에 '피'자도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제 뭘 어떻게 해야 될지, 어떻게 시작해야 되는지도 몰랐었어요. 그리고 협주도 해야 되다 보니 처음엔 큰 벽을 만난 것 같았어요. 그런 걱정들이 앞섰지만 피아노 두 분을 만나고, 두 피아니스트분들이 정말 많이 도와주셨어요. 그 뭐라고 해야 하죠? 공부 많이 하는 동네 있잖아요.

김선영 대치동?

김수하 네, 대치동 쪽집게 과외처럼요. 피아노를 치는 데 있어서 기본을 배워서 이야기를 만든다기보다는 우리가 쳐야 하는 몇 개의 곡을 디테일하게 팠죠. 모션, 표현의 강함과 여림 등의 표현 등을 살리기 위해서 쪽집게 과외를 받았어요. 제가 천재가 아니지만 천재 피아니스트가 되어야 했거든요. 거기에 연기도 해야 했기 때문에 쉽지 않았어요. 피아니스트란 직업도 연기를 해야 되더라고요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그리고 재밌었던 건 그렇게 연습을 할 때 야마하의 그랜드 피아노로 연습을 했었거든요. 그리고 공연장으로 넘어왔을 때 처음으로 스타인웨이의 피아노를 보게 됐죠. 그런데 정말 제대로 배워보지도 않은 저인데도 그 차이가 느껴지더라고요. 정말 신기했어요. 처음 피아노를 쳤을 때 준모 선생님이 오셨었는데 "(스타인웨이 피아노) 쳐봤어? 어땠어?"라고 물어보셔서, 제가 "가벼워요"라고 답했거든요. 선생님이 "야, 이제는 진짜로 누구한테 피아노 좀 쳐봤다고 할 수 있겠다. 성장했네"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 피아니스트분들과 협주를 하고 쪽집게 과외를 받으면서, 피아노의 '피'자도 몰랐던 김수하가 이제는 '피' 자에 'ㅇ'까지는 알아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지 않나 싶어요.(웃음)

한나라는 존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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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럼 마지막 공연을 끝낸다면 '피아노'라고 다 말할 수 있을까

김수하 그럴 수 있을까요? 사실 연습을 할 때에 첫 공연이 끝나고 언니들이 "브라바!"라고 외치면 정말 시원할 것 같다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그동안의 감정들이 싹 씻겨 내려가면서 해냈다는 느낌이 생길 것 같았는데 아니더라고요. 우리는 영화 촬영처럼 한 번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앞으로 몇십 번을 똑같이 잘 해내야 하는 공연이고 그래야 한다는 부담감이 저에게 더 먼저 다가왔던 것 같아요. 첫 공 이후에 더 부담감을 느꼈어요. 그래서 첫 공연 이후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 마지막 공연 때까지 작품 속 제니처럼 천재 피아니스트의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서 제 자신을 더 괴롭히고 있지 않나 싶어요. 

김선영 안 그래도 수하랑 첫 공연을 하고 나서 "수하야 어때?"라고 물어봤었거든요. 방금 말했던 것처럼 눈물이 흐를 것 같았는데 안 났다고 말하더라고요. 문득 들었던 생각이 오히려 마지막 공연이 돼서야 그게 씻겨내려가지 않을까 라는 거였어요. 진짜 마지막 공연일 때 말이죠. 물론 언제 재연으로 올라갈지 모르고, 그때 또 수하가 할지 모르겠지만 그동안 연습해왔던 게 주마등처럼 스치면서 그제서야 피아노에게 애정을 가지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데 공연은 끝나버리는 거죠. 

김수하 진짜 그럴 것 같아요. 정말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시원 섭섭한 감정이 올 것 같은데요?

Q.  영화와 뮤지컬 두 작품에서 열린 결말로 끝난다. 마지막 장면에서 달콤쌉싸름한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김선영 저는 그래서 영화가 그렇게 끝날 때 더 감정이 올라오더라고요. 제니는 그 이후에 어떻게 될까, 크뤼거는 어떻게 살아갈까. 물론 그들이 살아갈 삶의 그림을 그릴 수도 있겠지만 그 상태로 남겨주고 싶은 느낌이거든요. 영화를 보면 마지막 엔딩을 보여주지 않고 멈추거든요. 그 뒤는 누구도 예상할 수 없죠. 그 모습 그대로 그 이상을 생각하고 싶지 않은 먹먹함이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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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럼 두 사람이 생각하는, 제니와 크뤼거는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까 

김수하 제 개인적인 희망이 있다면, 저는 수하로서 제니를 봤을 때 제니가 누명을 벗고 천재 피아니스트로서의 삶을 살아가길 바라고 있어요. 전 세계를 오가면서 신나게 피아노를 치는 그의 모습, 그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음악 그리고 표현하고 싶은 음악을 연주하는 모습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다가갔을 때는 불가능하겠죠. 사실 어렸을 때 영화들을 보면 막연하게 이들이 다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이 이후의 이야기는 행복할 거야 하는 생각들을 했다면 요즘에는 현실적으로 봤을 때 이건 불가능할 거야라고 바라보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제니가 행복한 삶을 살길 바라고 있습니다.(웃음)

김선영 일단 전 크뤼거는 교도소 더 이상 안 갈 거 같아요. 우선 제니를 교도소에서 데리고 나온 순간부터 문제가 시작됐잖아요. 크뤼거는 제니를 만나고 그가 경연에 올라갈 수 있게 도움을 주고, 경연을 시작한 순간부터 그 스스로를 얽매였던 모든 것에서 벗어날 수 있었어요. 크뤼거는 그제서야 피아노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되지 않았을까 싶더라고요. 그 스스로 가지고 있던 의무감 또한 벗어던지지 않았을까 싶어요.

한나라는 존재는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Q.  크뤼거와 뮈체의 관계에 대해서

김선영 크뤼거처럼 이야기하기는 힘들 것 같은데, 저는 개인적으로 크뤼거가 뮈체를 다뤘던 방식 자체는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도 그렇고 크뤼거도 그렇고 뮈체가 정말 음악을 사랑했을까에 대해서부터 시작하거든요. 그는 음악을 사랑하기보다는 누군가로부터 사람으로서 인정받고, 어떠한 행위에 대해서 인정받고자 하는 인물이라는 걸 파악했던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뤼거는 말해요. "뮈체한테는 재능이 없어, 하지만 계속 연주해 줬으면 좋겠어. 너 자신을 위해 연주를 하면 행복할 거야"라고요. 이게 또 다른 답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누군가를 위해서 살지 않아도 되고, 나 자신을 위해서 살아야 한다는 건요. 본인이 사랑하고 좋아하는 일을 한다면 재능이 있고 없고가 문제라고 여겨지지 않을 것 같거든요. 

Q.  지금까지 인생 중에서 제일 행복했던 포미니츠(사 분)가 있다면? 

김선영 저는 자주 이야기를 했었던 것 같은데 힘들었지만 아이가 태어났던 순간, 그리고 지금 핸드폰 속에 있는 영상들 중에 하나인 처음으로 두 발로 걸어서 거실로 뛰어나오던 모습이요. 사 분이라고 말하기엔 부족할 수도 있지만 그 순간들은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경험이었고 잊을 수 없는 순간들이었던 것 같아요.

김수하 저는 첫 데뷔 무대요. 모든 무대가 끝나고 나서 커튼콜이 있었고 이마저 무대의 막이 내려와서 딱 끝났을 때 정말 온갖 감정들이 다 쏟아져 나왔던 것 같아요. 그때 <미스 사이공> 앙상블로 데뷔를 했을 때인데 그 모든 순간들과 공기,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축하해'라면서 안아주고 응원해 주는 그 모든 순간들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어요. 정말 펑펑 울었었거든요. 그저 막연하게 뮤지컬을 좋아했던 학생이 어느 순간 꿈으로만 생각했던 무대에 올라서있다는 것 자체가 엄청 큰 감동이었어요. 

김선영 데뷔를 거기서 했었던 거죠? 영어로 말하고?

김수하 네, 영어로 말했던 무대였어요.

Q.  지금까지 잘했고, 잘해왔고, 앞으로도 잘 나아갈 거니까? 기대해보겠다. 다음 질문이다. 첫 공연이 시작한 뒤 보름이 지났다. 연습을 포함해 요즘 나의 가슴을 울리는 대사나 가사가 있다면

김수하 저는 언니의 마지막 솔로곡에서 "그 애도 네가 사랑한 걸 알 거야"라는 한마디요. 그 말이 사실 제니가 제일 듣고 싶었던 말이었을 것 같았어요. 나조차도 나 자신에게 해주지 못했던 말인데, 그걸 내가 믿을 수 있게 된 사람 즉 선생님이 그 말을 해주는 거죠. 그로 인해 지난 시간들 속에서 스스로 죄책감에 홍수에 빠져 고통만 가득했던 모든 순간, 시간들이 씻겨내려 가지거든요. 그런 느낌을 받아요 무대에 올라가고 있는 제니로서 말이죠. 언니들의 표정과 호흡들이 제니로서도 그렇고 저 자신으로서도 그렇고 진짜 감동받고 치유받는 순간인 것 같아요.

김선영 저는 원작 영화를 봤을 때 크뤼거 집에서 제니와 말하는 대사들요. 사실 어떻게 보면 그 대사, 그 장면 때문에 제가 이 작품을 하게 된 거거든요. 그래서 이 대사와 장면을 뮤지컬에서 어떻게 만들고 표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많이 기대했고 궁금했었어요. 사실 처음 대본에서 그 장면 마지막 넘버 뒤에 대사가 한두 줄 밖에 없었거든요. 그래서 연출과 작가한테 "이 부분들이 많이 희석되어 있다. 이 부분들에 대해서 조금 더 명확하게 이야기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어요. 그런데 마침 작가와 연출진 모두 그 부분에 대해서 생각을 하고 있었더라고요. 그래서 그 뒤로 대사가 독백처럼 조금 더 늘어났는데, 그 덕분에 영화와 흡사한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었지 않나 싶어요. 

한나라는 존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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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모두 해야 할 일이 있다. 네가 해야 될 일, 그가 해야 될 일, 그리고 내가 해야 될 일들이 모두 다 다르다. 내가 해야 될 일은 어쩔 수 없이 60년을 견디는 거였지만, 이제 20살 밖에 안된 너는 대낮처럼 밝고 창창하기 때문에 네가 할 일은 여기서 당장 엉덩이를 떼고 움직여. 걸어나가서 네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거다"라고요. 저는 영화를 보면서 그 순간 가장 소름 돋았거든요.

김수하 저도 이 대사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 대사 자체가 실제로 저보다 많은 경험을 하고 배우로서 자리하고 있는 두 선배님들이 저희한테, 저에게 하는 말처럼 다가왔고 제니에게도 변화를 일으키는 말이지 않나 싶었어요. 

김선영 사실 그게 어떻게 보면 크뤼거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두려운 마음에서 시작된 감정인 거 같아요. 제니한테 '네가 그러면 해야 되는 일이 뭐야. 누군가의 머리에 총을 쏘고 수십 년간 감옥에서 썩으면서 갇혀있다가 생을 마감하는 거? 그게 네가 할 일이야? 아니야 너는 이제 인생을 살기 시작했어. 넌 여기 앉아있으면 안 돼'라는 말을 하거든요. 크뤼거가 그만큼 고된 인생을 살아온 만큼 그 상태라면 이 아이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다 보이는 거잖아요. 그가 어둠 속에 있는 게, 안타까움 넘어선 두려움으로 다가올 정도였을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아이를 어떻게든 그 어둠 속에서, 홍수 속에서, 시궁창 속에서 끄집어내주고 싶었고 그를 이끌어냈죠. 

Q. 마지막으로 공연 보러 올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수하 안녕하세요. 여러분 <포미니츠>란 작품이 정동극장에서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에 발걸음을 옮겨주시는 게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공연장을 찾아주신다면 그 순간만큼은 모든 배우들이 잊지 못할 행복한 시간이 될 수 있게 무대 위에서 정말 열심히 살아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선영 저희 뮤지컬 <포미니츠>는 영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입니다. 영화에서 그려졌던 충격적인 장면들, 예를 들어 종이를 먹게 한다든지, 제니가 크뤼거의 뺨을 손바닥이 아니라 주먹으로 때린다던지 그런 부분들 모두 무대에서 재연되고 있습니다. <포미니츠>라는 작품은 어떻게 보면 다른 뮤지컬들과는 다른,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부분들 또한 좋은 충격으로 다가갈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정말 좋은 피아노 선율과 노래와 춤, 그리고 모든 예술을 총망라한 마지막 4분 씬까지 즐기시고 가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작품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건 재능이 있건 없건, 평범하건 아니건 간에 우린 누구나 멋있고 재밌게 살아갈 이유가 있고 또 인생을 단편적으로 바라볼 이유가 없다는 걸 작품 속 이야기를 통해 전달하고 있습니다. 조금은 낯설 수도 있지만 이 작품만큼 강렬하고 즐거운 작품은 없을 테니까 공연장에서 만날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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