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 작가산책] 이경미 시인의 詩세계 '자연 속 삶의 진실을 노래하다'
[정병국 작가산책] 이경미 시인의 詩세계 '자연 속 삶의 진실을 노래하다'
  • 정병국 전문기자
  • 승인 2018.11.1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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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인간의 정서와 얼마나 친화하는지 시어로 승화
이경미 작가
이경미 작가

‘무지렁이 아낙이 미쳐가고 있다. 밥 대신 시를 짓고, 찬거리 손질 대신 시를 다듬었고, 별 달 꽃들도 따 담아 보글보글 끓였다’고 고백한 밀양이 고향인 이경미(59) 시인. 도전 십년 만에 당선 전화를 받던 날 너무 좋아서 껑충껑충 뛰다가 치마폭에 걸려 넘어져 거실에 뒹굴었다는 시인의 詩세계를 들어본다. 

‣첫 시집이 출간됐다. 소감이 남다를 텐데 어떤가?

-첫 시집을 대하는 순간 솔직히 눈물부터 나더라. 애써 참았지만, KTX를 타고 아산으로 귀가할 때 결국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아! 이제 비로소 시인이 됐구나. 라는 기쁨보다 시 속에 나를 세운, 이경미라는 한 여성이 대견스러웠다. 앞으로 나갈 수 있는 제2의 인생을 열었기 때문이다.

자연을 토대로 인간 심리를 시에 담아

‣첫 시집 출간을 다시 한 번 축하한다. 이경미 시인에게 시가 주는 삶의 의미란 무엇인가?
-행복한 질문이다. 느지막이 등단 길에 올라 글과 소통하니까 외롭지 않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우다보니 나날이 새롭다. 젊었을 때보다 더 뜨겁게 살아가는 것, 그것이 시가 준 삶의 의미이다. 너무 정직하게 대답했나요?

‣오히려 통속적인 질문을 감싸줘서 고맙다. 그렇다면 이경미 시인의 시문학 세계는 무엇인가?

-자연을 토대로 인간의 심리를 묘사하고 싶다. 말 못 하는 식물이나 미물들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동공을 넓히고 귀를 연다. 사람이나 자연이나 품어보면 똑 같다. 자연에도 아픔이 있고 슬픔이 있어 나는 그 목소리를 시에 담고 싶다.

‣예를 시로 든다면?

-글쎄요? 질문의 요지가 매우 물증 추긍적이다.(웃음) 아직 연륜이랄 것도 없는 무명시인이라 나의 시문학을 대변하는 작품은 없다. 그러나 꼭 거론한다면 ‘육쪽 마늘’을 뽑고 싶다. 이 시의 숨결은 어머니의 희생적 사랑이다. 어머니는 늘 자식 곁에 있듯 마늘도 껍질 속에 여섯 자식을 품고 있다. 그 마늘에서 모성애와 형제자매의 모습을 보았다. 짧은 시라 낭송하기도 쉽다.

/ 서로의 체온으로/ 소리 죽여 껴안은/ 육 남매

‣낭송 목소리가 참 좋다. 시의 배경은 이 시인의 어머니와 형제자매 이야기인가?
-맞다. 빛이 바래 쭉정이가 되어가면서도 알맹이를 보호하려는 희생이 바로 어머니의 자식 사랑이다. 그런 어머니가 허물어질까 봐 말없이 서로를 꽉 잡아주며 의지하는 모습이 우리 육남매와 흡사해서 가족 사랑의 시로 썼다. 때문에 애정이 많이 간다.

‣시인들이 싫어하는 질문이다. 시작(詩作)의 나쁜 습관이 있다면?
-부끄러움을 드러내야 하는 질문이다. 처음부터 그랬는지 모르지만, 나의 시상은 사물로부터 나온다. 시의 주제가 사람이든 자연이든 또는 무생물이든 무엇인가 통하지 않으면 우울해진다. 뭐랄까? 시상의 주제와 함께 호흡하지 않으면 한 행(行)도 못쓰니 상상력이 많이 부족한 시인이 분명하다(웃음).

시인의 올바른 자아만이 사회에 기여

‣그렇다면 시맥이 막혔을 떄 어떻게 해결하나? 범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습벽은 없는가?
-없다. 난 한 가정의 아내요, 어머니다. 그 안에서 모든 작업이 진행된다. 시맥이 막혔을 때는 그냥 마음 한 곳에 쌓아둔다. 애써서 풀어가려하지 않고 보다 시상의 주제와 내가 하나가 될 때까지 기다린다. 시는 ‘소통의 예술세계’가 아닌가. 시와 독자가 그렇듯이 시인과 시상 역시 감성의 소통이 이뤄졌을 때 비로소 시가 탄생된다.


‣시인으로서의 아픔과 보람이 있을 것이다.

-친정아버지에게 딸이 늦깎이 시인이 되었다고 말씀을 드릴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아픔이다. 그러나 ‘당신께 드리고 싶어요’ 시에서 묘에 ‘시집 한 권 놓아드리고 싶어요’라고 했는데 이제 그 소원을 풀 수 있게 됐다. 너무 이기적인 대답일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자식으로서, 시인으로서의 가장 큰 보람이다.

남편과 자식들의 달라진 눈빛도 보람이다. 뭐랄까? 우리 엄마가, 내 마누라가 시인? 뭐 그런 신기한 눈빛에 어깨가 으쓱거린다. 또 독자들로부터 소소한 글 한 줄이 눈물겹게 와 닿았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보람과 부담스러움을 동시에 느낀다.

‣시인은 예술가이자 공인이다. 사회적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궁금하다.
-시인으로서 부끄럽지 않은 작품으로 감동을 주는 게 가장 큰 역할이 아닐까? 시인은 시인다울 때 시인으로서 비로소 존경받는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인의 자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올바른 자아의 시인만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시인은 늦깎이다. 뒤늦은 시문학 입문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늦었다고 걱정할 필요 없다. 시의 세계에는 늙음과 젊음이 없다. 나이를 생각하지 말고 도전하면 된다. 도전의 끝은 밝은 양지 아닌가. 이렇게 말하고 보니 꼭 토정비결 투로 권고하는 것 같아서 웃음이 난다.

‣앞으로 계획은? 이상적 꿈 말고 현실적 계획을 들려 달라.

-동시집을 내고 싶다. 나이가 들면서 동시 세계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또 동시와 시의 캘리그라피 전시회로 어린이와 어른들에게 즐거운 공간을 만들어 주고 싶다. 이것은 분명 시인으로서 새로운 도전이자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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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하 2018-11-13 18:54:34
첫 시집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정성스레 쓰신
시인님의 마음 속 이야기가
많은 이들의 마음에 넓고 깊게
스며 들었으면 합니다.

건강하시고
소망하시는 일
다 이루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