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家 ´형제의 난´ 3차전 초읽기 들어갔다
금호家 ´형제의 난´ 3차전 초읽기 들어갔다
  • 이지은 기자
  • 승인 2011.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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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석화, 前경영진 배임 혐의 고소

금호家 형제의 갈등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박찬구 회장(사진)이 이끌고 있는 금호석유화학(금호석화)이 금호그룹 전 경영진을 위조문서작성혐의로 고발한 사실이 알려졌다. 지난 2009년 두 형제간의 경영권다툼과 올 6월 금호석화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금호산업ㆍ금호아시아나ㆍ금호타이어)회장을 포함한 그룹 관계자 4명을 사기 및 위증 혐의로 고발한 데 이어 이른바 ‘형제의 난’이 3라운드에 돌입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금호석화가 지난달 20일 금호그룹 전 경영진을 위조문서를 작성혐의로 고발한 사실이 드러났다. 자사의 전 경영진이 대한통운 인수과정에서 적법한 절차 없이 금호렌터카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는 확약서를 작성했다는 것.

고발된 인물 가운데 박삼구 회장 측 인사로 분류되는 기옥 전 대표가 포함돼있어 형제간 반목 고조에 관심이 쏠렸다. 기 전 대표는 지난해 3월까지 금호석화 임원으로 재직하다 박찬구 회장이 금호석유화학 CEO에 취임하자 자리에서 물러나 현재는 금호산업 대표직을 맡고 있다.

 

“박삼구 회장 지시 추종해 재산상 손해 입혀”

 

금호석화의 고발에 따라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검사 윤희식)가 수사에 나섰다고 19일 검찰이 밝혔다.

고발장에는 기 전 대표 등이 2008년 1월 '금호석화가 1000억원 규모의 금호렌터카(현 금호RAC)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는 내용의 회사명의 확약서를 만드는 과정에서 이사회를 소집하지 않은 채 서류를 작성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금호석화 측은 "기 전 대표가 독단으로 유상증자 참여 서류를 작성했고, 박 전 관리담당상무는 법인인감 관리자인 한모 상무가 출장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임시로 관리하던 법인인감을 무단 날인했다"며 “법인인감 사용대장과 공문철에도 확약서 관련 기록을 전혀 남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금호알에이시(옛 금호렌터카)가 대한통운에 렌터카 사업을 양도한 전 경영진을 배임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수사하던 중에도 이 같은 의혹이 드러나 금호석화 측에 소명을 요구했다.

금호석화 측은 "당시 경영진의 행위는 금호렌터카의 재무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대한통운을 인수하려는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의 지시를 추종해 금호석화에 재산상 손해를 입게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조된 확약서는 금호렌터카에 제공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컨소시엄이 대한통운을 인수하는 과정에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완전히 등 돌린 상태”

 

한편 박삼구·박찬구 회장의 경영권다툼이후 고발사건이 잇따르면서 두 사람사이에 앙금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9년 6월 금호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영이 악화되자 박찬구 회장은 지주회사격이었던 금호석화의 지분을 매집했다. 이에 따라 형제간 동등한 지분을 보유한다는 약속이 깨지면서 이후 형제의 경영권싸움이 시작됐다.

그 다음달, 박삼구 회장이 동생 박찬구 회장을 해임하고 자신도 경영에서 물러났다. 결국 그룹은 박삼구 회장의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유화학로 쪼개졌다.

동반퇴진 이후 지난해 3월 두 회장은 나란히 경영에 복귀했다. 계열분리 문제가 일단락된 듯 보였고, 약 2개월 후 모친 이순정 여사가 별세하자 형제가 빈소에서 손을 잡고 다정하게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돼 화해 분위기가 감돌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4월 박찬구 회장이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갑작스런 압수수색을 받자, 금호석화 내부에서 수사 배경을 두고 박삼구 회장 측근이 계열분리를 반대하는 편에서 비자금 정보를 흘렸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비자금 주인은 누구?

 

박찬구 회장이 지인과 처남이 운영하는 협력업체와 거래과정에서 대금을 부풀려 지급한 뒤 차액을 돌려받는 방식으로 200억~300억대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다. 또한 박찬구 회장은 아들 박준경 금호석화 상무보와 함께 100억원대 손실을 회피수단으로 2009년 6월 대우건설관련 사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금호산업 지분을 전량 매각한 혐의도 받고 있다.

그러나 박찬구 회장은 검찰조사과정에서 비자금 조성 혐의를 부인하고, 비자금 조성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관련돼 있다고 밝히면서 박삼구 회장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더 나아가 박찬구 회장 측은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반대로 박삼구 회장을 포함한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 4명을 사기 및 위증 혐의로 고소하면서 강력한 맞대응에 나섰다. 당시 금호그룹이 산업은행과 약정을 체결하기 전 대우건설 매각을 내부적으로 결정해 주가 상승을 위한 시간벌기를 했다는 것. 법정에서 ‘형제의 난’ 2라운드를 시작한 셈이다.

이후 이번 금호석화의 고발까지 3개월 가까이 금호석화와 금호아시아나의 분쟁은 소리 없이 이어졌다.

한편 금호석화의 계속되는 공세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검찰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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