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 방송 · 산업 ‘인수전쟁’ 치열해진다
은행 · 방송 · 산업 ‘인수전쟁’ 치열해진다
  • 이상준 기자
  • 승인 2008.0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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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지주 · MBC · 대한통운 등 쟁탈전 막올라
올해 재계의 최대 화두는 단연 기업인수·합병(M&A)다. 돈이 될 만한 대형 M&A 매물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데다 상당수 기업이 신성장동력 확보 수단으로 M&A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은행과 방송사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그 이유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청년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금융업’과 ‘미디어업’을 주요 신성장 산업으로 지목했던 산업부문이란 점 때문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일부 기업들은 M&A를 위한 자금은 물론 전문 인력까지 확보할 만큼 적극적으로 준비해오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 기업 · 산업 · 외환은행 먼저 금융업과 관련해 이 당선자는 이미 국책은행이 기업은행의 완전민영화, 산업은행 투자부문의 민영화를 선언한 상태다. 산업은행의 경우 산하의 대우증권도 투자부문 민영화 때 함께 패키지로 묶어 시장에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이뿐이 아니다. 공적자금 투자로 사실상의 공기업이었던 우리은행도 새해 단계적 민영화에 들어가고, 론스타가 내놓은 외환은행도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매각협상이 진행될 전망이다. 이들 은행 중 어느 것 하나만 인수해도 기존 금융판도에 일대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 말 그대로 내년에 은행 등 금융권에 일대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 당선자는 금산분리, 보다 정확히 말하면 은행 · 산업자본 분리 완화 방침을 밝힌 상태다. 현재 이 당선자측은 현행 4%로 돼있는 시중은행에 대한 산업자본의 의결권을 10%, 15%로 단계적으로 높여가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이 당선자의 금산분리 완화에 대한 재계의 기대도 대단하다. 이미 삼성그룹을 비롯한 대다수 재계는 차기 신성장 산업으로 금융업을 꼽고 있다. 금산분리에 부정적 여론을 감안할 때 금산분리가 완화된다 할지라도 곧바로 대기업이 은행을 소유하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나, 중장기 차원에서 컨소시엄 또는 펀드 형태로 은행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게 재계와 금융계의 일반적 판단이다. ▲MBC · KBS2 민영화 재계는 민영화 대상에 오른 MBC, KBS 2TV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한나라당은 대선 때는 물론, 대선직후 MBC 민영화 추진의지를 강력 피력했다. 또한 비공식적으론 KBS 2TV 역시 민영화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이들에 대해선 우선 메이저 보수신문사들의 관심이 크다. 한나라당이 새해에 신문 · 방송 겸업금지 규제를 풀겠다는 분명한 입장인 만큼 민영화될 방송사를 인수할 경우 대도약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미 A신문사의 경우 3대 대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전에 뛰어드는 방안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등 보수신문사들 움직임이 간단치 않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보수신문사들에게 공중파 방송을 넘기는 데 대해선 아직까지 미온적이다. 거센 여론의 역풍을 우려해서다. 때문에 보수신문에 대해선 방송 · 통신 칸막이 해제로 가능해진 IPTV쪽으로 진출하기를 희망하는 분위기다. 대신 민영화될 방송사는 중소기업 컨소시엄 등에게 넘기는 방안을 검토 중 이다. 때문에 방송사에 대한 재계 관심이 비상히 높다. 이미 한 대기업은 총수지시로 민영화 대상에 오른 방송사 인수에 어느 정도 자금이 필요한지에 대한 조사를 끝낸 것으로 알려진다. 약 2조원 정도의 현금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풍문이다. 민영화 방송사에 대한 외국 미디어그룹 등 외국계 관심도 지대한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고 있다. ▲대한통운, 하이닉스, 현대건설 등 초대형 매물 즐비 은행, 방송사 외에 초대형 매물들도 시장에 한꺼번에 쏟아질 전망이다. 대한통운, 현대건설, 하이닉스 등 IMF때 공적자금이 투입되면서 공영화된 대형 기업들이 그들이다. 이들을 인수하기 위해선 이미 주요 대기업들이 모두 태스크포스(TF Team)를 만들어 오래 전부터 준비를 해왔고 총알도 상당히 비축해 놓은 상태다. 재계는 이들 매머드 기업이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재계 판도에 일대 지각변동이 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매각이 예정된 대형사들 지분을 시가로 환산하면 35조원에 육박한다”며 “증시가 계속 상승하고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는다면 매각 규모는 40조원 이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쌍용건설은 현재 인수의향서를 받고 있으며 중견 기업인 신세계, 오리온 등이 인수전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과 손잡은 우리사주조합이 24.72%의 우선매수청구권까지 보유하고 있어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대한통운은 인수의향서 접수 결과 항공업계 맞수인 한진과 금호아시아나를 비롯해 GS, 현대중공업 등이 인수의사를 밝혔다. 하이닉스반도체의 채권단 지분 36%도 매각이 추진된다. 시가총액이 11조원임을 감안하면 채권단 지분 가치만 4조원이 넘는다. LG그룹이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 지분 매각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과 현대그룹이 눈독을 들이고 있으며 두산그룹도 기회를 엿보고 있다. 매각이 계속 늦춰지고 있는 대우조선해양도 본격적인 매각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대우인터내셔널은 교보생명 상장, 미얀마 가스전 개발 등 기업가치 산정의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되는 시점인 하반기쯤 매각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자칫 과도한 M&A는 재계의 외형부풀리기 또는 자산거품만 초래할 뿐, 실질적 투자 활성화로 이어지지 못할 위험성도 다분한 만큼 M&A의 환상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고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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