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판매 시중은행에 골프 접대한 증권가
홍콩 ELS 판매 시중은행에 골프 접대한 증권가
  • 허홍국 기자
  • 승인 2024.0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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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H지수 ELS 상품 판매 채널 확보 위해 다수 증권사 골프 로비 드러나
신한, 국민, 하나, 우리은행 등 4대 금융지주 은행서만 12조 4400억 팔려

[한국증권신문_허홍국 기자]

서울 여의도 증권가 © 뉴시스
서울 여의도 증권가 © 뉴시스

증권업계가 홍콩H지수 ELS(주가연계증권)를 판매한 한 시중은행에 골프 접대를 통해 관련 상품 판매에 열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다수 증권사가 가담한 만큼 홍콩H지수 ELS 만기 손실 책임서 증권가도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홍콩H지수 ELS 만기 손실 규모는 지난 26일 기준으로 3121억 원에 이른다.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최종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4대 금융지주 중 한 곳 계열사인 A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A은행 본점 ELS 상품 운용 실무 업무를 맡았던 B씨가 지난해 6월 ‘청렴 유지의무’ 위반으로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B씨는 ELS 상품구조 결정 및 증권사 선정 업무를 담당하던 책임자로, 지난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다수 증권사로부터 최소 15회 이상 골프 접대 등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B씨는 이 같은 감찰 결과에 따라 은행권서 중징계로 간주되는 정직 3개월을 받았고 별도로 이의 제기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 골프 비용은 증권사, 캐디비는 본인

A 은행은 감찰반서 B씨에 대해 정직 1개월을 요청했지만, 징계위원회서 ‘경종’을 울리기 위해 정직 3개월로 상향 징계했다.

다수 증권사로부터 접대를 받긴 했지만, 상품 선정에 영향을 준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 깔렸다.

증권사들은 B씨를 접대하며 골프 비용을 부담했고, B씨는 캐디비를 직접 지출했다. 골프 접대 총 비용은 일반가 기준으로 그린피를 회당 약 25만 원으로 산정하고 추산하면 375만 원 수준정도다.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 액수다.

이를 뒤집어 보면 증권가도 홍콩H지수 ELS 판매에 집중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다수 증권사가 A은행 담당 직원을 통해 ELS 열풍을 조장한 셈이다.

이에 대해 A 은행 관계자는 <한국증권신문>과 통화서 “금감원 검사를 받고 있어 확인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H지수 기초 ELS 총 판매 잔액은 19조3000억 원으로, 이중 은행에서만 82.1%인 15조9000억 원이 판매됐다. 그 나머지인 3조 4000억 원은 증권가가 팔아치웠다.

이 가운데 신한, 국민, 하나, 우리은행 등 4대 금융지주 은행에서만 판매된 홍콩H지수 ELS 판매액은 12조 4400억 원이다.

또 KB국민·신한·하나·NH농협 등 4대 은행서 판매된 홍콩H지수 ELS 만기 손실액은 지난 26일 기준으로 3121억 원으로 집계된 상황이다. 확정 만기 손실률은 53%로, ELS 투자금액의 절반을 잃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사진 왼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9일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있다. © 뉴시스
김주현 금융위원장(사진 왼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9일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있다. © 뉴시스

◇ 12곳 금융사 홍콩 ELS 판매 실태 정조준

금융감독원도 국민·신한·하나·농협·SC제일은행,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KB·키움·NH·신한투자증권 등 12곳 금융사에 대해 판매 실태를 조사 중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홍콩H지수 ELS 사태와 관련해 “작년부터 여러 점검을 했고 검사를 진행 중”이라며 “다양한 연령대별 판매 창구에 대해 현안 조사 중인데 검사가 끝나면 어느 정도 구체적 내용을 말씀드릴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더 문제는 홍콩H지수 ELS 전체 잔액의 79.6%인 15조 4000억 원의 만기가 올해 중 도래하고, 이 가운데 올 상반기에만 52.7%인 10조 2000억 원이 몰려 있다는 데 있다. 만기가 돌아올수록 손실액이 커지고 있어 금융시장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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