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TRA] 조직혁신으로 '코트라 열풍' 일으켜…
[KOTRA] 조직혁신으로 '코트라 열풍' 일으켜…
  • 김민지 기자
  • 승인 2005.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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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공기업 경영실적평가 기관·사장 1위
서울 서초구 양재IC에서 성남방향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간 지 10여분, 나즈막한 언덕 위에 사방이 유리인 12층 높이의 현대식 건물이 한 눈에 들어왔다.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국내외 기업 간의 투자와 산업· 기술 협력 등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정부투자기관이다. 글로벌 기업 무역을 주도한 ‘혁신’이 모두 이곳에서 시작돼 전세계로 전파됐다. 현재 해외 무역관은 8개 지역본부 105개 무역관(75개국)과 국내 1본부 13개 무역관(인천공항사무소 포함)을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전세계를 움직이는 핵심 동력(動力)이 무엇인지 궁금했는데, 현장에서 만나본 KOTRA 직원들의 공통된 의견은 단연 ‘성장(Growth)’이었다. ◆ 43년 지켜온 ‘기업의 살림꾼’ KOTRA의 역사는 4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급속하게 산업화가 이뤄졌던 1960년대 무렵. 지난 1962년 6월21일 국내외 기업 간의 투자·산업과 기술협력 등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전액 출자한 비영리 무역진흥기관으로 출범됐다. 그 당시 사명(社名)은 대한무역진흥공사. 그 후 2001년 현재의 명칭인 ‘KOTRA’로 변경했다. 주요 사업은 크게 국내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해외 수출마케팅 지원과 유망 잠재 투자자 발굴, 외국인 국내 투자유치를 추진한다. 이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무역거래 알선사업도 수행하고 있다. △해외시장 조사 대행 △해외세일즈 출장 지원 △국내외 박람회 등 해외 시장 개척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KOTRA의 최근 5년간 영업실적은 매년 고른 이익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2000년 1223억원이던 매출액이 2002년엔 1460억원, 2003년 1627억원, 지난해에는 181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매년 대략 200억 정도 오르고 있는 셈이다. ◆ 고객·성과… ‘작은 거인’ 성공비결 KOTRA는 지난 2003년 공기업 경영실적 평가에서 기관과 사장 1위를 기록했다. 2004에는 WTO/ITC에서 주관한 ‘세계 최우수무역투자진흥기관상’을 수상, 올해는 ‘2005년 대한민국 훌륭한 일터(GWP)’대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평가가 매번 좋았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00년 공기업 기관 평가 4위, 사장 평가 7위에 머물렀고 공기업 고객만족도 평가는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외부에서 KOTRA를 바라보는 시각은 냉담했고 ‘KOTRA무용론’까지 대두될 정도였다. 그러나 이후 강력한 ‘KOTRA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우선 직원들 스스로 ‘무엇을 위해 코트라가 존재하느냐’는 질문을 던지면서 시작됐다. 결론은 KOTRA의 모든 기능이 ‘고객’과 ‘성과’를 향해 집중돼야 한다는 것으로 모아졌다. 현장 중심 자율경영체제를 재구축해 본사는 슬림화하고 해외와 지방 현장 조직을 강화했다. 그리고 사내 기획조정실 산하에 ‘미래전략연구팀’이라는 태스크포스팀도 구성한 것. 이들은 혁신의 방향을 설정해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등 혁신전도사로써 바람몰이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수행된 사업은 실적중심으로 다면평가를 실시했으며, 평가 결과는 공정하고 객관적 절차에 따라 인사와 연봉 차등지급에 반영했다. 여타 공공기관은 물론 KOTRA가 설립될 당시 모델로 삼았던 일본무역진흥회(JETRO)도 이제는 KOTRA의 경영혁신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 해외무역관, 특화산업 전담으로 ‘개편’ KOTRA가 인재양성소는 아니지만 최근 KOTRA 출신 인사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그래서 한국의 ‘CEO 사관학교’란 별명도 붙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KOTRA 창립 이래 첫 내부 출신 ‘수장’인 홍기화 사장(사진). 그만큼 남다른 각오와 함께 취임 5개월 만에 대대적인 조직·기능 개편을 주내용으로 하는 ‘코트라 혁신 플랜’을 내놨다. KOTRA는 지난 1일부터 해외 75개국 105개 무역관을 지역 특성에 따라 10개 특화 산업 전담무역관 군(群)으로 개편하는 ‘벨트사업’을 추진하고, 기존 본사 조직을 5본부 4실 27팀으로 개편했다. 이번 조직 개편의 핵심인 ‘벨트 사업’은 자동차, IT, 문화콘텐츠, 플랜트, 섬유, 기계, 환경, 의료, 농수산식품 및 광산업 등 10개 산업 벨트로 나뉘며 상호 네트워킹을 구축해 대(對)업계 지원을 강화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산업별 전담 무역관은 해당국와 지역에 관계없이 관련 분야 마케팅 업무를 전담하게 되는데 예를 들어 미국 내 모든 IT 전문 박람회는 IT 특화무역관인 샌프란시스코 무역관이 주도적으로 관련 분야 업체의 참가와 시장개척활동을 지원하게 된다. 이와 함께 단기간 내 벨트사업의 정착을 위해 공사 연간 자체사업 예산의 30% 이상을 벨트사업에 투입하고 매칭 펀드형 공동 사업도 적극 개발할 예정이다. 또한 KOTRA는 다른 한편으론 조직경쟁력 강화를 위해 소위 ‘순혈주의(純血主義)’를 과감히 탈피, 개방형 인사 제도를 도입했다. 이를 위해 거시·산업경제, 국제통상, 중국경제 분야의 박사급 전문인력 5명을 공개 채용해 정보조사본부에 배치함으로써 정보 분석 기능을 크게 강화시켰다. 해외마케팅 교육과 연수사업의 본격적인 추진을 위해 KOTRA 아카데미 원장도 외부에서 영입했다. 외국인 투자유치 전담조직인 인베스트 코리아에 근무하는 계약직 전문위원에 대해서는 해외무역관 근무와 정규직으로의 전환 기회를 부여하고 지방 전문직에도 승진 문호를 개방했다. 특히 그동안 본사에서 파견된 직원으로만 보임되던 해외무역관장에 현지 채용직원도 보임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등 창립이래 가장 혁신적인 인사제도의 틀이 마련했다고 KOTRA측은 전했다. 이 밖에도 해외조직망의 경우 시장 잠재수요가 낮은 것으로 나타난 애틀란타(미국), 베오그라드(세르비아), 무스카트(오만), 베이루트(레바논) 등 4개 무역관을 폐쇄하고 상트페테르부르크 무역관의 개설을 보류키로 했다. 그 대신 미래 시장 거점 확보를 위해 다마스커스(시리아) 무역관을 새로 개설하는 한편, 모스크바 등 브릭스(BRICs) 지역과 베트남 등 신흥 성장시장 소재 무역관 11곳의 기능과 인력을 보강해 국내 수출업체의 현지진출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 국내 첫 ‘쿠바시장 진출’ … 또 하나의 승부수 카리브해 최대 수입시장인 ‘쿠바의 빗장’이 활짝 열렸다. KOTRA는 마지막 남은 사회주의 국가이자 우리와는 아직 미수교국으로 남아 있는 쿠바의 수도 아바나(Havana)에 지난 9월 12일 무역관을 공식 개설했다. 이에 따라 KOTRA는 전 세계 75개국에 걸쳐 105개 조직망을 운영하게 됐다. KOTRA 관계자는 “아바나에 무역관이 개설됨에 따라 쿠바를 포함한 카리브 연안 국가들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진출이 더욱 활기를 띌 것”이라며 “특히 연간 1억5000만 달러 정도로 추산되는 쿠바와의 교역규모도 최소한 5억 달러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쿠바는 인구 1130만명, 면적 11만 ㎢의 카리브해 최대 국가로 니켈, 코발트 등 지하자원이 풍부하고 사탕수수와 담배 등도 국제시장에서 뛰어난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미국의 쿠바 경제제재에도 불구하고, 캐나다, 스페인, 영국 등의 지속적인 쿠바 교역과 투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현재 현대, 기아자동차 등이 쿠바 자동차 시장의 30% 정도를 점유하고 있고 LG,대우 등 가전제품의 시장점유율이 70%에 달할 정도로 한국산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쿠바 국민들의 한국 제품에 대한 인식도 상당히 호의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향후 양국간 교역이 빠른 속도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기업들의 경우에는 쿠바를 컴퓨터 소프트웨어(스페인어 제품 개발 등)를 비롯한 IT 제품의 중남미 시장 공략의 연구개발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적성국가로 분류되는 쿠바의 시장을 열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KOTRA는 아바나 무역관 개설을 위해 지난 1996년부터 쿠바 최대 국제박람회인 아바나 국제박람회에 참가하면서 무역관 개설 필요성과 설립 가능성을 타진해왔다. 2002년 11월에 쿠바 주요 경제단체인 상공회의소, 쿠바 무역진흥센터와 투자진흥센터 등의 유관기관과 업무약정을 체결하고 상호 협력사업을 추진하는 등의 노력 끝에 무역관을 개설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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