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인터넷은행들, 中신용자들 대상의 중금리대출 실적 채워야
금융당국, 올해 실적 기준으로 내년 금융사 대출총량 한도 결정
시중은행 대출금리 급격한 인상...대출 제한이 이자급등 부르나
"연말까지 대출 못 받나?"
은행들의 우려했던 최악의 상황이 현실화될 처지에 놓였다. 금융당국이 대출총량 규제를 엄격하게 적용하겠다는 모습을 보이면서, 금융권 일각에서 올해 연말까지 은행들의 대출 업무가 중단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서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9일 시중은행장들과의 간담회를 갖고 "감독기관으로서 계속해서 신중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시중은행들의 대출총량 규제를 강경하게 유지할 것임을 천명했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그야말로 비상이 걸렸다. 상당수 은행들이 이미 대출총량 목표치를 초과하거나, 꽉 채운 상황이어서 남은 4분기 동안 진행할 대출 여유분이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근거로 4분기에 은행들이 사실상 대출 업무를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 대출총량 한도까지 채운 은행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현재 가계대출 사업과 관련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부동산급등에 따른 대출 증가세로 인해 금융당국에 신고했던 대출총량 한도 끝까지 차올랐기 때문이다.
실제 NH농협은행은 지난 8일 신규 가계대출은 중단한 바 있다. 현재 전세자금대출을 제외한 모든 가계대출을 멈춘 상황이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KB국민은행의 상황도 비슷하다. 전년도에 신청했던 대출총량 한도를 거의 채운 상태라 신규 대출에 민감한 반응이다.
그나마 신한은행은 다른 은행들과 달리 여유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은행의 경우 연초부터 금융당국의 대출총량제 도입에 민감하게 대응하면서, 신규 대출을 엄격하게 심사했다"며 "이 때문에 오히려 다른 은행들이 이미 대출총량 한도를 채운 것과 달리 신한은행은 좀 더 여유로운 상황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은행들도 같은 상황이다. 오히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은 금융당국이 요구했던 중금리대출 실적을 맞춰야 하는 상황이라 고신용자에 대한 대출은 멈추고, 중신용자들에게는 대출을 허가해주는 묘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신용관리를 잘해온 일반 금융소비자들이 오히려 금융사들에게 외면받는 상황인 셈이다.
주요업무를 여·수신(대출·예금)으로 삼고 있는 은행들이 이처럼 신규 가계대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금융당국이 올해부터 도입한 '대출총량제'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전년 말 대비 6%선에서 관리하겠다면서 대출총량 규제를 시행했다. 은행별로 최대 해줄 수 있는 대출규모를 젼년 대비 6% 정도로 제한한 것이다.
◆ 내년 총량 한도에 올해 실적 반영
문제는 금융당국이 내년에 적용될 대출총량 한도다. 금융당국이 올해 실적을 반영해 금융사들의 내년도 대출총량과 한도에 차등을 두겠다고 밝혀왔기 때문이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들은 금융당국의 이 같은 방침에 심각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올해 대출 총량 한도를 지킨 금융사에게는 한도를 늘려주고, 반대로 한도를 넘긴 금융사의 대출한도가 줄 수도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은행들은 가장 먼저 우대금리를 축소하고 대출금리를 인사하는 등 수요축소에 안간 힘을 쓰고 있다. 시장금리가 인상되는 만큼 투자를 위한 신규 가계대출 수요가 축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금리 인상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이다.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금리는 지난 3일 기준 연 3.96~5.26%에 달한다. 연초 시중은행들의 가계대출 금리가 연 1~2% 내외였던 점과 비교하면 1년 새 금리만 최대 5배 이상 급등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한국은행이 이달 말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시중은행들 역시 주담대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즉 올해 연 6%대 금리시대를 맞을 수도 있는 상황인 셈이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들과 시민단체들은 무섭게 치솟는 금리에 우려스런 반응이다. 대출이 반드시 필요한 실수요자들 입장에서는 대출총량제로 신규 대출도 어려운 상황에서 이자부담까지 져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시중은행들의 금리 인상 움직임에 별다른 반응이 없는 모습이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9일 시중은행장드과 간담회를 가진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금리라는 것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으로 시장 자율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급격한 금리인상 상황은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우려해 대출총량제를 도입하면서 불거진 부작용 중 하나"라며 "금융당국이 추진한 제도로 인해 발생한 문제에 시장논리를 내세워 면피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