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쟁이 상장사들, 느슨한 규정에 자사주 매입 '시늉'만
거짓말쟁이 상장사들, 느슨한 규정에 자사주 매입 '시늉'만
  • 서종열 기자
  • 승인 2021.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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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취득과 달리 증권사 통한 신탁계약 규정 느슨해 논란
자사주 매입 공언했다 계약기간 이후 신탁계약 해지하기도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자사주 매입을 공시했던 상장사 중 일부가 목표액을 채우지 못했음에도 증권사들과의 자사주취득신탁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 한국증권신문DB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자사주 매입을 공시했던 상장사 중 일부가 목표액을 채우지 못했음에도 증권사들과의 자사주취득신탁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 한국증권신문DB

"자사주를 매입해 주가를 끌어올리겠다."

일부 상장사들이 자사주 매입을 공언하고서도 느슨한 규정으로 인해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요구된다. 

현행 증권업법 규정에 따르면 상장사들이 자사주를 취득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직접 증권시장에서 자사주를 매입하는 직접 취득방법과 증권사들과 신탁계약을 통해 간접적으로 매입하는 '자사주취득신탁계약(이하 신탁계약)'이 있다. 

문제는 신탁계약을 통한 방법이다. 공시에 밝힌 금액만큼 자사주를 취득하지 않아도 해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자사주 매입 공시를 한 상장사들 중 계약금액의 70%도 채우지 않고 신탁계약을 해지한 상장사는 24곳에 달한다. 목표액의 90%를 채우지 않고 사실상 시늉만 한 상장사들도 40곳에 이른다. 

아예 자사주를 매입하지 않는 곳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코스피상장사인 휴켐스다. 휴켐스는 지난달 200억원 규모의 신탁계약을 해지했지만, 자사주는 단 한주도 매입하지 않았다.

시늉만하다 신탁계약을 해지한 상장사들도 있다. 코스닥에 상장된 옵티시스는 10억원의 신탁계약 중 단 1.89%만 자사주를 취득한 후 계약을 해지했다. 

코스피 상장사인 두올도 상황이 비슷하다. 두올은 지난 9월24일 20억원 규모의 신탁계약을 해지했다. 두올이 지난해 9월 신탁계약을 통해 자사주를 매입한 금액은 겨우 4960만원으로 전체 계약금액의 2.5%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밖에도 텔레칩스, 쎄트렉아이, 조선선재, 에스제이그룹, 삼화페인트공업 등도 계약금액의 절반도 채우지 않고 신탁계약을 해지했다. 

자사주 매입을 공언한 후 신탁계약을 체결했지만, 약속된 금액을 채우지 않고도 해지가 가능한 이유는 자사주취득신탁계약 규정이 느슨하기 때문이다. 직접 취득의 경우 일별 매수 수량과 주당 취득가액 등을 구체적으로 공시해야 하지만, 신탁계약으로 자사주를 매입하면 월별 취득수량과 총 금액만 표시한다. 특히 취득상황보고서를 사후적으로 공시할 수 있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증권사를 통한 자사주취득신탁계약은 6개월이 지나면 해지가 가능하다"면서 "자사주 매입을 약속했지만 시늉만 하고 목표액을 채우지 않는 상장사들로 인해 향후 주가가 하락할 수 있어 투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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