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광장]미국 연기금은 배당주를 선호한다
[월요광장]미국 연기금은 배당주를 선호한다
  • 미래에엣투자교육센터 강창희 소
  • 승인 2005.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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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강창희 소장


2001년 초 모 공익단체의 기금운용 자문위원을 맡고 있을 때의 일이다.
이 단체는 정기예금 금리가 9%이상만 되면 다른 고민을 할 필요 없이 예금금리수입만으로 1년 사업을 해나갈 수 있었다. 그런데 은행금리가 갑자기 3~4%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문제가 생겼다. 금리수입만으로는 사업예산이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기금운용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없겠는지 자문위원들에게 문의를 해왔다. 자문위원들은 논의를 거듭한 끝에 배당주펀드투자를 제안했다. 당시에는 종합주가지수가 600~700대에 있었기 때문에 예상배당수익률이 10%를 웃도는 종목이 50종목도 넘었다. 이중에서 우량회사를 10종목만 골라 펀드로 구성하여 투자하라는 것이었다.


“다만 주가는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에 회사의 경영내용이 나쁜 방향으로 가지 않는 한 주가의 등락에 신경 쓰지 말고 주식을 장기보유 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결과적으로 투자원금의 10% 이상에 해당하는 배당금을 매년 받게 된다. 이 방법은 미국의 많은 연기금들과 배당수입으로 생활비를 충당하는 고령투자자들이 활용하고 있는 투자방법이다”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 제안에 대해 기금운용 책임자들은 처음에는 매우 큰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일주일 정도 검토를 거친 후에 내린 결론은 펀드투자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주가가 오르면 다행이지만 만약에 하락을 하여 펀드가 손실을 보게 되면 가을의 국정감사에서 기금운용 책임자들이 문책을 당할지 모른다는 것이 그런 결론을 내리게 된 이유였다.
이런 사정은 우리나라 각종 연기금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일 것이다. 연기금들이 은행정기예금이나 채권에 운용하여 필요한 사업비를 마련할 수 있는 시대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국내 연기금들은 미국의 연기금들이 예금과 채권 중심의 기금운용을 주식 중심으로 바꿔온 경험을 심각하게 연구·검토해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된다.
현재 미국 연기금들의 자산운용은 주식투자가 중심이다. 주요 연기금의 주식운용비율은 60%를 넘는다. 국내 최대의 연금인 국민연금의 주식보유비율은 9.2%, 공무원연금, 사학연금은 6~7% 수준이고 대학기금들의 경우에는 제로에 가깝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 연기금들의 주식 관련 상품 비중이 얼마나 높은지를 알 수 있다.
그런데 현재 주식관련상품 중심으로 운용되고 있는 미국의 연기금들도 1970년대까지는 은행예금과 채권운용이 주력이었다. 이것이 1980년대 이후 저금리 시대가 정착이 되면서 주식 중심의 운용으로 변모해온 것이다.


특히 각 대학들은 많은 연구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운용방침 등을 자문하는 투자위원회를 설치하고 운용자체도 외부기관을 활용하는 적극적인 운용자세로 바뀌었다. 현재 주요대학 기금이 운용자산을 배분하고 있는 내역을 보면 단기운용은 1~2%에 지나지 않는 반면 장기운용 그 중에서도 주식 관련 상품의 비중이 70~80%를 차지할 정도이다. 대학들이 장기운용의 이점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연기금들이 특히 중시하는 것은 배당주 투자이다. 코카콜라나 디즈니랜드와 같이 꾸준히 이익을 내면서 높은 배당 성향을 유지하는 회사의 주식에 주로 투자하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회사의 주식은 성장성은 높지만 그동안 배당을 주지 않는 정책을 펴왔기 때문에, 2003년에 배당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꾼다는 발표가 있기 전까지는, 많은 연기금들이 이 회사의 주식을 투자대상에서 제외시켜 왔었다.
우리나라의 각종 연기금들도 이제는 이와 같은 미국 연기금들의 경험을 참고로 하지 않으면 안되는 환경에 처해있음에도 현실은 그렇지 못한 듯하다.


따라서 가장 시급한 것은 각종 연기금들이 주식투자를 할 수 있도록 관련 법규정을 보완하는 것이다. 각종 연기금 또한 장기주식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관련 시스템을 어떻게 바꾸어야 할 것이며, 필요한 인재는 어떻게 양성할 것인가에 대한 검토를 서두르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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