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인터뷰] '무인도탈출기' 손지애 "고뇌하는 청춘들에 전하는 위로"
[더인터뷰] '무인도탈출기' 손지애 "고뇌하는 청춘들에 전하는 위로"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1.0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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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원 연출 겸 극작가의 창작 뮤지컬 <무인도 탈출기>가 오는 8월 1일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성황리에 공연되고 있다. 뮤지컬 <무인도 탈출기>는 세 명의 청춘이 연극 공모전에 상금을 타기 위해 지하 단칸방에서 이야기를 만들며 스스로의 삶의 행복과 가치를 찾아가는 작품이다. 

극중 취업 준비생 봉수와 동현은 30대가 되었지만 꿈보다 현실에 치여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이들과 같은 건물에서 살고 있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수아는 우연히 두 남자가 살고 있는 단칸방에 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그려진다.

뮤지컬 <무인도 탈출기>는 2016년 연극으로 무대에 올라간 작품이다. 이후 2017년 연극, 2020년 뮤지컬로 탈바꿈했다. 올해는 뮤지컬로 따지면 재연인 셈이다. 

본지는 초연에 이어 재연 무대까지 함께한 뮤지컬 배우 손지애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뮤지컬 <정글 라이프> <알렉산더> <무인도 탈출기> 등을 통해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배우다. 다음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다시 무대를 찾은 그와 나눈 인터뷰로 공연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음을 미리 밝힌다. 

한편, 뮤지컬 <무인도 탈출기>는 오는 8월 1일까지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2관에서 공연된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Q.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손지애  안녕하세요. 저는 1990년 9월 2일생 현재 뮤지컬 <무인도 탈출기>에서 수아 역할을 맡고 있는 손지애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Q.  이 작품은 어떻게 알게 됐고, 참여하게 됐나

손지애  이 작품은 작가 겸 연출을 맡은 윤상원 연출님께서 먼저 연락을 주셨었어요. 윤상원 연출님은 어떻게 알게 됐냐부터 시작해야 될 것 같아요. 사실 같은 역할을 맡고 있는 박란주 배우님, 그러니까 란주언니가 저희 학교 48기거든요. 그리고 제가 2년 뒤에 들어와서 50기이고 윤상원 연출님이 다른 과에서 편입을 해서 들어오셔서 52기였어요. 그래서 사실 학교 다닐 때부터 작품을 되게 많이 했었고 많이 봤었거든요. 제가 기억하고 있는 연출님은 되게 열정적이었던 분이었어요. 그리고 졸업을 하고 나서 제가 배우라는 직업을 가지고 작품을 할 때마다 공연을 다 보러 오셨었거든요. 저도 공연을 하면 다 보러 가려고 했었고요. 어떻게 보면 친구이자 선후배로서 연락을 하면서 지냈는데 작년에 뮤지컬 <알렉산더>라는 작품을 할 때 연출님이 공연을 보러 오셨었거든요. 공연이 끝나고 오빠가 "지애야, 이 작품 다음에 준비하고 있는 작품 있어?"라고 물었고, 저는 준비된 작품이 없어서 "아니, 나 다음 작품은 없어"라고 답했죠. 그러니까 오빠가 "그럼 조금 기다려봐"라면서 같이 공연 하나를 해보자고 말씀해 주셨어요. 그래서 저도 너무 좋아서 하고 싶다고 "나 같이하고 싶어! 할래"라고 바로 답했죠. 그 작품이 연극에서 뮤지컬로 바뀐 <무인도 탈출기>였어요. 사실 이 작품에 나오고 있는 배우들이 다 동문이거든요. 그래서 같이 하자고 먼저 말해준 연출님이 너무 고맙고 처음 리딩을 하러 갔을 때 다들 반갑게 맞아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그렇게 시작을 하게 됐습니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Q.  초연에 이어 재연까지 함께하고 있다.

손지애  작년엔 동양예술극장이라는 곳에서 되게 짧은 기간 동안 공연을 했었거든요. 그래서 사실 아쉬움이 많이 남았었어요. 이렇게 밝고 유쾌한 극이 오래 공연되야지 관객분들도 공연을 보시고 힐링하실 수 있으실 거라고 생각을 했었거든요. 공연이 끝나고 막연하게 있었는데 올해 또 계획을 했다는 소식이 들려와서 사실 "아, 나도 하면 너무 좋겠다"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요. 다시 불러줄지 몰라서 그러고 있었는데 같이 하자고 이야기를 해주셔서 "할게요!"라고 바로 말했던 것 같아요. 정말 정말 감사한 일이죠.
 
Q.  달라진 점이 있을까?

손지애  사실 조금씩 혹은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해요. 일단 이 작품의 시작은 연극이었고, 뮤지컬로 바뀌었잖아요. 그리고 작품이 가지고 있는 메시지가 점점 더 구체화되는 것 같고, 불필요한 부분들이 조금씩 덜어지고 있는 과정에 있는 것 같았어요. 어떻게 보면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 분명 달라진 부분들이 있고, 부족했던 부분들이 조금씩 바뀌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Q.  캐릭터적인 부분에서 변화는?

손지애  이번 시즌에 란주 배우님이 들어오면서 확실해진 부분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인물에 대해서 대화를 많이 나눴었고 불필요한 부분들은 덜어내려고 했고,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특징이나 캐릭터성을 살리려고 노력했어요. 그리고 이 인물, 28살의 윤수아라는 인물이 가지고 있는 특징, 그리고 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인물이라면 가지고 있을 고민들을 생각해 봤죠. 인물에 초점을 맞추고 다른 두 역할과 비교했을 때 밀리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두 인물만큼 크게 집중되는 역할을 아니겠지만 그들 사이에서도 이 인물이 가지고 있는 고민과 고뇌가 드러나길 바랐어요. 인물의 서사를 조금이라도, 짧게라도 나타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런 부분들도 고민을 많이 했었죠. 

Q.  그래서일까 개인적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의 모습이 많이 투영돼 보였다

손지애  잘 한 거겠죠?(웃음)

Q.  같은 배역을 맡고 있는 두 배우와 차별된 나만의 수아가 가지고 가는 노선이 있을까

손지애  일단 제가 바라본 수아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누군가에게 도시락을 가져다주는 사람이었어요. 그리고 이야기를 만드는 게 재밌구나라는 걸 깨닫게 되는 사람이었죠. 그리고 다른 사람과의 소통을 통해서, 인간관계 속에서 성장하고 나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되죠. 제가 바라본 수아는 성장하는 친구였어요. 사실 작년에 제가 그렸던 수아는 되게 정해진 틀에 갇혀있었어요. 같이 작업을 했었던 배우님들에 따라서 정해진 틀에서 작품을 바라봤다면 이번에는 작품 속 수아처럼 어떤 상황이나 반응에 조금 더 유연하게 그리고 즉흥적으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했어요. 그래서 정해진 틀 속에서 조금 벗어나더라도 되받아 칠 수 있었고, 내 대사가 끝나더라도 다른 두 사람에 흐름 속에서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었죠. 이 공간, 이 시간 속에서 수아는 어떻게 할까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Q.  당황스러웠던 적은 없었나

손지애  없다면 좋았겠지만... 엄청 많았습니다!(웃음) 진짜 너무너무 많아요. 사실 어떻게 제가 유연하게 받아친다고 하지만 사실 당황스러울 때가 엄청 많았어요. 다들 막 상황에 몰입해서 침을 엄청 튀겨서 다 닦고 이어나갈 때도 있었고, 어느 날은 정원 배우님이 천 원짜리를 들고 오셔서 말하는 걸 바로 앞에서 봤었던 적도 있었죠. 또 막 뛰어다니다가 넘어지려고 하는 걸 보기도 하고, 안경도 부러지고, 양말도 갈아 신고 나와야 하는데 그대로 신고 나왔는데 양말에 구멍이 나있어서 웃음을 참아야 할 때도 있었죠. 사실 너무너무 많아서 말로 다 할 수가 없어요.(웃음)

Q.  제일 당황스러웠던 건 뭐가 있을까

손지애  사실 공연을 하면서 말문이 막힌 적이 한 번도 없었거든요. 그런데 이 작품이 사실 정해진 틀이 있지만 그만큼 풀어져 있어서 즉흥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장면들이 많아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장면이 통으로 뒤로 날아가 버린다거나, 날아갔던 장면을 다시 끌어와서 이어나가는 경우도 있거든요. 뒤에서 보다가 깜짝 놀랐다가 다시 안심하고, 또 깜짝 놀라게 되는 경우들이 있어요. 물론 다들 너무 베테랑이라 어떻게든 해결을 하는데 정말 하면서도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죠. 그럴 때가 제일 당황스러워요.(웃음) 

Q.  그래서 그럴까 진짜 이들이 친구 같다는 느낌도 드는 것 같더라

손지애  맞아요. 연출님도 그렇고 인물들의 기본적인 틀을 제외하고 그날그날 배우들의 합에 따라서 매번 다른 공연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진짜 친구들이 대화를 하는 것 같았고, 연습실에서부터 연출님이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하셨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때 연출님이 정확하게 지켜줄 부분들을 체크해 주시고 그 이외엔 우리가 서로 호흡을 맞추면 된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많은 부분들이 열려있었죠. 

Q.  사실 하나하나 합이 짜인 공연보다 즉흥적으로 진행하는 극이 더 어렵지 않나.

손지애  맞아요. 정해진 합이 있는 작품은 그 합만 맞추면 되니까 괜찮은데 그렇지 않은 경우에, 이번 작품은 진짜 쉽지 않아요. 왜냐하면 진짜 상대방을 잘 보고, 상대방이 하는 말을 잘 들어야 되거든요.(웃음) 사람 입을 잘 보지 않으면 놓쳐버려요. 그리고 우리가 하는 말이 맞물려버리면 관객분들이 우리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못 들으시거든요. 그러면 안 되기 때문에 정말 대답을 하고 싶어도 참고 말이 끝나면 이어가고 해야 해요. 되게 집중을 해야 하죠. 그래서 정말 말하고 싶으면 손을 들어요. "내가 말할 거야!"라고요. (웃음) 물론 실제로는 못 들고 속으로 듭니다.

Q.  확실히 느껴졌던 것 같다.

손지애  사실 무대 위에 서있는 세 명의 배우들도 배우들이지만, 모든 감독님들이 다 촉감을 열고 공연에 임하고 있어요.(웃음) 조명 감독님, 음향 감독님, 무대 감독님, 그리고 분장 선생님 모두가 긴장하고 공연을 더 완벽하게 시작하고 마무리하기 위해서 신경을 쏟고 있습니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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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혹시 작품 속 수아처럼 아르바이트를 해본 적이 있을까

손지애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해본 적은 없는데, 저의 막내 이모부가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친척 동생들이 도와준다고 알바를 하거든요. 제가 시간이 많지가 않아서 친척 동생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했었어요. 어떻게 일을 하고 어떤 에피소드가 있었는지 물어봤죠. 정말 많은 사람들, 다양한 사람들이 오가고 어떻게 보면 똑같은 일상 속에서 지루함을 느끼기도 하고 작품 속 수아처럼 눈에 딱 들어오는 사람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이야기를 들어보니 작품 속 수아가 하는 행동이 이해가 되기도 했던 것 같고, 도움이 많이 됐어요. 

Q.  복권을 실제로 사봤던 적은?

손지애  저는 진짜 한 번도 사본적이 없어요. 아빠가 로또가 한참 유행할 때 자주 구매를 하셨었거든요. 그런데 당첨이 안 됐어요. 어느 날은 저보고 번호를 찍어달라고 했던 적이 있는데, 제가 그때 "아빠 이거 하는 것보다 그냥 로또 살 돈으로 치킨 사 먹으면 안 돼?라고 말을 했거든요. 아빠가 충격을 받으셔서 로또를 끊으셨죠. 사실 이런 건 당첨이 안 된다고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말을 했던 건데 아빠는 그 뒤로도 가끔 생각날 때 저한테 "그때 치킨 사 먹자고 했던 말 기억하니"라면서 말하세요. 

Q.  다음번에 복권을 선물로 주겠다.

손지애  당첨되면... 나눠야 할까요?(웃음)

Q.  10퍼센트... 주면 좋을 것 같다.

손지애  다 녹음됐죠? 당첨되면 나누겠습니다.

Q.  당첨된다면 나(본인, 손지애)에게 주고 싶은 선물, 혹은 좀 전에 이야기했던 부모님에게 주고 싶은 선물이 있을까

손지애  사실 어렸을 때부터 막연하게 꿈꾸고 있는 게 있거든요. 어릴 때 별장 같은 게 유행이었어서 커서 엄마랑 아빠가 살 수 있는 별장을 지어주겠다고 마음먹은 게 있어요. 지금의 삶에서 별장은 꿈에서 멀어져있는데 돈이 생긴다면 별장을 지어주고 싶습니다!

Q.  만약 10억이 된다면, 지방에 땅을 잘 알아보면 가능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손지애  네, 그럼 10억을 벌어야겠네요. 제 목표가 생겼습니다.

Q.  지금까지 모아둔 돈은 없나

손지애  네, 무소유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무소유라서 누가 제 돈을 가져갈 걱정을 안 해도 돼서 마음이 편해요. 사고 싶은 것은 없지만 나중에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만 있습니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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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럼 만약 유급 휴가를 받게 된다면, 돈을 받으면서 여행을 갈 수 있다면 어느 나라 혹은 어느 도시로 가보고 싶나

손지애  저는 일단 바로 가방을 준비해서 공항으로 갈 거예요. 돈만 챙겨서 유럽으로 가는 제일 빠른 비행기에 탑승하겠죠. 돈이 있으니까 남은 건 여행 가서 살 거예요.(웃음) 제일 좋은 자리에 앉아서, 도착하는 나라와 그 도시 날씨에 맞게 옷을 사서 돌아다니지 않을까요? 

Q.  평소 여행 스타일이 즉흥적인 편일까

손지애  사실 평소의 저라면, 저는 일단 여행 가기 전에 그 나라의 언어를 배우는 편이에요. 그 나라의 언어 그리고 기초적인 말들을 익히려고 해요. 만약 일본을 간다고 했으면 기초적인 인사를 비롯해 음식을 시키거나 길을 물어보는 것 같은 말들을 다 외워서 여행을 가죠. 여행을 가서 현지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그 안에서 예기치 못한 상황들이 생기고 저만이 가질 수 있는 추억들이 생기는 게 너무 재밌고 좋더라고요. 아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맛집을 찾아요. 하루 종일 500원짜리 빵만 먹다가 정말 맛있는 맛집이나 미슐랭 식당이나 레스토랑을 예약해서 정말 맛있는 음식, 밥 한 끼를 먹는 편입니다. 그런데 이제 어딜 갈 수가 없어서 정말 아쉬워요. 사실 그리고 제가 독일어를 공부했었는데 어딜 갈 수가 없어서 이걸 사용하지 못해서 아쉬움이 있습니다.

Q.  코로나가 빨리 끝나야 할 텐데 아직까지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손지애  맞아요. 진짜 작년에 한참 심했을 때 대학로 거리에 사람들이 한 명도 없어서 죽은 도시 같았거든요. 그리고 1년 동안 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거나 나가게 돼서 임대 현수막이 걸려있는 모습을 보게 됐죠. 너무 슬펐고 무서웠어요. 지금도 새로 문을 여는 가게보다 없어지는 가게들이 많아서 안타까워요. 

Q.  마지막으로 끝인사 겸 내가 하는 공연을 봐야 할 이유가 있다면?

손지애  이 작품은 지금 이 시대, 2021년을 살아가고 있는 여러분을 담은 공연이라고 생각합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공연장에 와서 함께 즐겨 주셨으면 좋겠어요. 예전처럼 같이 웃고 떠들면서 호흡할 수 없지만 저희가 웃음과 진한 감동을 분명히 전달해드릴 테니까 오셔서 함께 웃고, 울고, 놀고 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 공연까지 최선을 다할 테니까 꼭 제 공연이 아니더라도 보러 와주세요!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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