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떠난 금감원, '종이호랑이' 되나
윤석헌 떠난 금감원, '종이호랑이' 되나
  • 서종열 기자
  • 승인 2021.0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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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KO부터 펀드사태까지...'여의도호랑이' 윤석헌 원장, 7일 퇴임해
NH투자증권 등 일부 금융사들, 금감원 권고안에 불(不)수용 움직임
윤석헌 금융감독원 원장이 지난 7일 3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금융감독원
윤석헌 금융감독원 원장이 지난 7일 3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금융감독원

"윤석헌 원장이 퇴임하니까 분위기가 바로 바뀌네요."

금융권저승사자로 불리던 금융감독원의 위세가 한풀 꺾이는 분위기다. 지난 7일 강경한 태도로 금감원의 위상을 높였던 윤석헌 원장이 퇴임한 이후, 금융사들이 금감원의 결정에 반발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윤석헌 원장은 지난 3년간 금감원 원장으로 재직하며 과거 '금융권 저승사자'로 불리던 금감원의 위상을 되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0년을 끌어왔던 KIKO 논란부터, 최근 발생한 사모펀드사태에 이르기까지 감독기관으로서의 강경한 모습을 구축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7일 3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면서 금융권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윤 전 원장 체제에서 결정됐던 금감언의 결정안들에 대해 금융사들이 반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NH투자증권이다. 금감원은 지난 6일 옵티머스펀드 사태와 관련 NH투자증권 측에 "계약 취소에 따른 전액 배상하라'는 분쟁조정위원회 권고 결정을 내린 바 있다. 

NH투자증권은 그러나 금감원의 권고를 불수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분조위의 '계약 취소' 권고안을 받아들일 경우, 향후 진행될 예정인 구상권 청구소송에서 불리할 수 있다고 여기고 있어서다. 

10년 넘게 분쟁 중인 KIKO 사태와 관련해서도 금융사들은 금감원의 권고안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윤 전 원장은 취임 직후부터 KIKO사태와 관련 재조사에 착수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특히 2019년에는 6개 은행을 상대로 피해기업 4곳에 255억원을 배상하라는 권고안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금감원의 KIKO 배상 권고안을 수락한 은행은 우리은행, 단 1곳 뿐이다. 10곳에 달하는 시중은행들이 협의체를 꾸려 자율조정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배상 움직임을 결정한 은행은 없는 상황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사들을 긴장시켰던 윤석헌 전 원장이 퇴임하면서 금융사들이 과거 금감원의 권고나 결정에 반발하려는 움직임이 많아지고 있다"며 "감독기관인 금감원의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후임 원장의 인선이 빨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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