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를 잊어야 투자의 고수
원가를 잊어야 투자의 고수
  • 한국증권신문
  • 승인 2005.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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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이나 주식투자를 하면서 자신이 산 가격, 즉 원가에 대하여 집착하는 모습을 많이 본다.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얼마를 주고 샀으며 지금 얼마의 이익이 났는지 손해가 났는지가 매매의 기준이 됨으로써 조금만 이익이 나면 팔거나 본전 생각에 가지고 있다가 큰 손실을 보게 된다. 대학을 졸업하고 수출 전선에 뛰어들어 많은 경험을 가진 수입상들과 거래를 하다 보면 신출내기 세일즈맨이 당하는 경우가 많다. 공장을 쫓아 다니면서 의욕적으로 제품에 대하여 배우면서 3년 정도 영업을 하였을 때가 가장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러나 독립해 바이어의 에이전트를 하면서 세일즈맨들의 모습을 반대편에서 바라보니 누가 고수인지 분명히 드러났다. 세일즈맨이 견본도 정확히 준비하여 놓지 않고 상담 중에 가격을 내기 위해 원가계산서를 가지고 계산기를 두드리는 모습을 보면 너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 거래를 하여서 이익을 남기지 않고 주는 것이라고 하거나 목표가격을 제시하면 맞추어 주겠다는 것이 단골 메뉴이며 어떤 스타일을 주어도 생산하지 못하는 것이 없다. 바이어가 무리한 요구를 하여도 주문에 욕심을 내다가 대형 사고를 낸다. 이런 영업사원들은 경쟁회사나 경쟁국가에 대하여 정보가 전무한 상태로서 자신의 원가에만 집착하지만 정확한 원가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어느 정도 수준이 되면 제품과 생산에 대하여 상당한 기술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어 시장의 흐름도 읽으면서 바이어에게 터무니 없이 당하는 일은 없다. 자신의 원가가 얼마인지도 정확히 알고 있고 가격 인상 요인에 대하여 원자재, 인건비, 환율 등 조목조목 논리적으로 설명을 한다. 견본과 원가계산서가 준비되어 상담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으며 자기 공장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어 무리한 주문은 받지 않으며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회사에서 인정도 받고 흠 잡을 데 없지만 최고의 세일즈맨이 되기에는 충분하지 못하다. 최고의 세일즈맨이 되려면 바이어의 보따리를 볼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원가에 집착하지 말고 시장가격과 바이어가 지불할 수 있는 가격을 보아야 한다. 바이어가 다른 곳에서 30불 이하에 구매할 수 없는 제품을 생산원가 20불이라고 25불에 팔아서 20%의 이익을 남겼다고 좋아할 것인가? 제품이 규격화가 안 되는 패션 제품은 보기와는 많이 차이가 나는 경우가 있다. 보기와 다르게 생산 원가가 비싼 것이 있고, 어떤 제품은 보기도 좋으면서 생산 원가가 싼 제품이 있다. 바이어들은 가격을 대비하기 위하여 종전에 사갔던 물건과 유사한 제품의 가격을 받아 보는데 대부분의 세일즈맨들이 이 함정에 걸려든다. 지난 번에 수출한 제품과 유사한 제품은 가격을 최대한 낮추어야 한다. 새로운 가격에 어느 정도의 여유가 있는지 협상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대형 할인 매장에도 미끼 상품이 있어 소비자가 가격비교에 민감한 제품에서는 마진을 남기지 않지만 가격 비교가 잘되지 않는 농수산물이나 1년에 한 번 정도 구매하는 저가 제품에는 충분한 마진을 남긴다. 바이어를 앞에 놓고 두드리는 계산기는 가격을 알기 위한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연출용이 되어야 한다. 부동산이나 주식을 팔아야 할지 가지고 있어야 할지 궁금하면 자신에게 지금 그 돈이 있으면 살 것인지를 물어보라. 사고 싶다면 보유하고, 사지 않겠다면 파는 것이 좋다. 매매의 기준은 자신의 원가가 아닌 시장 가격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프로기사가 되면 정석을 잊어야 하는 것처럼 최고의 세일즈맨이 되려면 원가를 잊어야 한다. 원가라는 족쇄에서 벗어나 자유스럽게 시장의 가격 흐름을 읽을 때 투자의 고수로 거듭난다. 자료제공 : 슈어넷 작성자 : 재테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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