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문신구 감독, "인간이기에 저지를 수 밖에 없던 원죄"
[인터뷰] 문신구 감독, "인간이기에 저지를 수 밖에 없던 원죄"
  • 조나단
  • 승인 2019.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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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개봉한 영화 <원죄>(原罪; Original Sin)는 인간의 원초적 고민인 '원죄'에 물음표를 던진 영화로 문신구 감독이 20년 만에 들고 온 작품이다. 영화의 줄거리는 어릴 적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를 안고 종신 수녀의 길을 택한 수녀 에스더(김산옥)는 종신 서약 후 첫 부임지인 해안가에 위치한 성당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선천성 소아마비인 상문(백승철)을 우연히 만나게 된다. 상문은 자신을 선천성 소아마비로 태어나게 하고, 한때 미군에게 몸을 팔며 생계를 이끌었던 아내마저 떠나버리고, 하나밖에 없는 딸(이현주) 마저 간질병으로 고통받게 되자, 신을 저주하며 세상을 원망하며 죽지 못해 살고 있다. 지금은 중학교를 다녀야 하는 딸이 생선을 팔아 번 돈으로 술과 담배에 의지하며 살아간다.

에스더 수녀는 상문과 간질을 앓고 있는 딸의 어려운 처지를 알게 되고, 신부와 의논해 도우려 하지만 고정관념에 얽매인 신부와 상문 부녀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한다. 에스더는 어느 날 우연한 계기로 상문과 딸 사이의 엄청난 비밀을 알게 되고 신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상철을 위해 자신의 몸을 희생할 각오로 상문의 저주를 하나님의 사랑으로 품으려 한다. 반면 상문은 에스더를 처음 본 순간부터 이상한 성적 망상에 빠져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급기야 수면제를 먹고 잠들어 있는 그녀의 방에 몰래 침입하게 된다.

문신구 감독은 영화 <원죄>의 시나리오 작업을 직접 끝마치고, 수백 명 이상의 배우들을 상대로 오디션을 보면서 캐스팅을 진행했다. 영화 <곡성>, <황해> 등에서 감초 역할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배우 백승철, 배우 김산옥, 이현주 등이 출연해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죄의식'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성과 종교, 가해자와 피해자, 인간과 인간. 인간이 가지고 있는 죄의식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 <원죄>의 제작을 맡은 문신구 감독을 만났다.

 

Q.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A. 반갑다. 늦깎이 신인 감독 문신구라고 한다. 사실 영화와 연극은 오래전부터 참석하고 만들었다. 그런데 오랜 시간 충무로와 대학로를 오갔다. 오래전 영화를 제작하고 참여도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연극에 집중했던 것 같다. 글은 항상 쓰고 있었다.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도 사실 걱정을 많이 했다. 영화를 올렸지만 많은 영화관을 차지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최근에 일본에서 영화를 올릴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Q. 사실 요즘 10대에서부터 60대 이상까지 많은 사람들이 영상 플랫폼을 이용하고, 만들고 있다. 영화를 제작하는 데 있어서 문턱이 조금 더 낮아진 느낌이다.

 

A. 맞다. 최근 들어 영화에 대한 턱이 낮아지긴 했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루트를 통해 이런 걸 접하고, 볼 수 있다는 게 놀랍지만 때로는 이런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예술 영화나 문제적 영화라는 딱지가 찍힌 작품들도 공개될 수 있는 것 같다. 사실 90년대 영화와 연극을 제작할 때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 시절 사회는 자유를 억압했다. 90년대에는 문체부에서 나란 사람한테 공문을 보내서 극장 대여를 하지 말라는 공문을 내리기도 했었다. 지금의 블랙리스트나 마찬가지인 낙인이었다. 지금은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의식 자체가 발전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변해서 좋다. 사실 이번 작품도 개봉 전부터 저항이 굉장히 심할 거라고 생각했다. 이게 좋은 일인지 아닌지 모르겠는데, 많은 사람들이 안 봐서 그런가 그런 저항은 별로 없었지만... 말 그대로 흥행은 실패했다. 그래도 이번에 일본에서 진행한 유바리영화제에 참가해 높은 평가를 받게 돼 기쁜 감정을 느끼고 있다.

 

Q. 영화 <원죄>는 어떤 작품인가.

A. 종교적인 문제를 다룬 작품이기 때문에 영화를 찍기 전 준비 단계에서부터 정말 많이 준비했었다. 10여 년 동안 신학을 했고, 실제로 목사 안수를 받고 교회를 개척해서 2년 넘게 실제 사역도 했다. 그런 준비를 한 다음 이번 작품을 시작했다. 그렇게 이번 작품을 제작하고 영화관을 구해서 영화를 올리게 됐다. 작품을 올렸는데 이게 불행인지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랜 기간 준비했는데 아무런 문제 제기가 없어서 오히려 허무한 생각이 들더라.

 

 

Q. 어떤 이야기가 담겼나

 

A. 스토리는 사회적으로 굉장히 소외됐다는 선천성 소아마비 불구자가 절대 신에 대한 저항, 그러니깐 태어날 때부터 소아마비로 태어났고, 또 미군을 상대로 몸을 팔던 아내는 간질병을 가지고 있는 어린 딸을 두고 흑인하고 눈이 맞아서 가출을 해버린 상태다. 정말 어렵게 생활을 해오던 주인공이 자연적으로 자기는 태어날 때부터 저주를 받은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고, 그 저주가 절대신인 하나님을 믿는 기독교나 천주교 종교 단체에 반감을 살 수밖에 없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게 되죠. 주인공은 "만약 절대신이 있다 라면, 그 신은 왜 나를 이렇게 저주받은 삶을 나에게 줬나. 내가 무슨 생전에 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내가 무슨 죄가 있길래 누구는 정말 금수저로 태어나고 누구는 이렇게 흙 수저로 그것도 정말 비참한 삶을 살 수밖에 없게끔 태어난 삶을 줬냐"라고 고뇌하고 화를 내요. 신을 저주하다 보니깐 그 하나님을 믿는 종신 수녀를 하나님하고 동일시해서 그 수녀한테 저주를 퍼부음으로써, 신이 나를 저주했으니깐 나 또한 그를 저주하겠다는 이야기다.

 

Q. 이번 작품이 일본의 유바리영화제에 참석해 상까지 받게 됐다.

 

A. 이번 영화 <원죄> 같은 경우에는 개봉하기 전에 베니스와 베를린 영화제에 출품했었다. 두 영화제 모두 마지막 단계에서 초이스가 되지 못했다. 그래서 사실 영화제 출품은 포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유바리영화제 쪽에서 연락이 왔다. 영화제 측에서 이번 작품을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출품하는데 허락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해서 흔쾌히 알겠다고 말했고 결국 좋은 평을 얻고 상까지 받게 됐다.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아 기쁘다.

 

 

Q. 일본 같은 경우엔 기독교, 천주교와 큰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데 초대받은 게 신기하다.

 

A. 나 또한 그러하다. 일본 같은 경우엔 반기독교 국가라고 알고 있다. 그런 장소에서 기독교 이야기를 한다는 게 생소했지만 결국 사람과 사람, 인간이 가지고 있는 죄와 죄의식, 범죄와 속죄를 말하고 있기 때문에 모두가 다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Q. 구상 중인 다른 작품이 있나.

 

A. 연극이나 영화가 주는 감동과 감정을 극대화한 작품을 해보고 싶다. 딱 뭐라고 말할 수 있는 작품은 없지만 오랜 기간 다양한 경험을 통해 준비하고 있던 글과 작품들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작품들을 영화나 연극으로 제작해 많은 사람들이 보고 공감할 수 있게 준비 중이다. 특히 어떠한 한 시대에 그 시대가 가지고 있는 이슈를 끄집어내서 문제를 제기하는 소재를 이용한 작품이 올라갈 것 같다. 최근에 그런 작품들이 드라마 소재로 많이 쓰이고 있어 신선함에 대해서 전과는 다르겠지만 준비를 잘한다면 충분히 좋은 작품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Q. 수십 년간 충무로와 대학로를 오간 감독 혹은 연출가, 작가로서 지금의 문화계 어떻게 생각하나

 

A. 정말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런데 어쩔 수 없는 변화다. 대학로와 충무로 모두가 상업화돼가고 있다. 살아가는 데 있어서 돈이 있어야 된다. 돈을 벌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변화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에 정말 순수한 창작물과 다양성이 많이 사라지더라. 이들이 설자리가 줄어들고 있고, 줄어들었다. 정말 연기 잘하고 글 잘 쓰고, 잘 만드는 인재들이 설자리가 없다. 정말 사명을 가지고 있지 않는 한 너무 힘들다. 문화의 발전을 위해서 다양한 방면으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도움과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Q. 마지막 질문이다. 5년 혹은 10년 뒤 문화계 어떻게 변화했으면 좋을까

A. 지금까지 후회 없는 삶을 살아왔다. 앞으로 5년이나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많은 부분에서 변화할 것이란 걸 안다. 그래도 후회는 없을 것 같다. 왜냐고? 지금까지 후회 없이 살아왔고,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오고 있는 만큼 그때 또한 최선을 다한 삶을 살았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변화라는 것보다 내가 주어진 시간에 있어서 많은 작품을 만들고 싶고 영화관에 올려보고 싶다. 하나라도 더 많은 작품을 제작, 연출하는 게 내 목표고 오 년이나 십 년 후 내가 변하고 싶은 모습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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