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유승현 "배우로서 마침표 찍지않기를…"
[인터뷰②] 유승현 "배우로서 마침표 찍지않기를…"
  • 조나단 기자
  • 승인 2019.03.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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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잘 버텨오고있는 배우"라고 말하는 12년차 배우 유승현과의 인터뷰

앞서 진행된 뮤지컬 <달과 6펜스>의 모리스, 배우 유승현과의 인터뷰와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Q 최근 작품들 예술과 연관된 캐릭터가 많은 것 같다

- 사실 이 문제는 조금 더 원론적으로 바라봐야 할 것 같아요. 지금 시대가 아이디어가 고갈된 시대라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신선한 소재가 많지 않아요. 그렇다 보니 다시 현대극 보다 '고증의 시대'라고 해야 할까요. 예전 배경으로 나온 작품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드라마나 영화를 봐도 그렇고요. 제 취향도 시대의 흐름, 공연계의 변화에 따라가다 보니까 예술가적인 인물들, 이야기가 담긴 작품들을 많이 만나게 된 것 같아요. 이걸 모른다면 모를까 알게 된다면 포기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저도 그렇고. 그렇기 때문에 많이 맡게 되지 않았나 싶네요.

Q 12년, 배우라는 또 다른 성을 붙이고 살아왔다. 처음과 지금 많이 달라진 것 같나

- 물론이죠. 많이 달라졌어요. 솔직하게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제 이름 앞에 배우라는 타이틀이 부끄럽지 않게 해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겼죠. 사람들과 작품을 많이 알게 돼서 좋은 점도 있지만, 시대가 급변하고 있는 만큼 여기서 오는 딜레마도 있는 것 같아요. 아는 대로 살아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세상이란 게 매일매일이 다 똑같으면서도 다르잖아요. 그래서 항상 생각해요 지금 내가 너무 올드하지는 않나. 너무 판에 박혀있지는 않나 하고요. 요즘 제 좌우명이기도 한데 '마침표'라는 걸 멀리하고 '물음표'를 반기자는 거예요. 이걸 지키기 위해, 깨부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공연문화의 전반적인 발전, 즉 무대의 스케일과 배우·창작진이 발전하는 만큼 관객분들 또한 눈높이가 높아지고 취향도 더욱 다양해졌다고 생각해요. 이 트렌드를 놓치지 않기 위해 공부하고 더 책임감을 가지고 연기에 임하고 있는 것 같아요.

Q 어릴 적 꿈이 배우였나

- 사실 예전에는 가수가 꿈이었어요. 그런데 대학을 진학하는 과정에서 집안의 반대가 있어서 포기했죠. 그래서 뭘 할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때 당시에 조승우 선배님의 <지킬앤하이드> 붐이 있었을 때였거든요. 그걸 보고 '아, 저거다'라고 생각했죠. 정말 멋있었어요. 그리고 무대 위에서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할 수 있네, 연기도 할 수 있겠네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시작하게 됐죠. 그리고 정말 뼈저리게 후회하는 시간이 찾아왔었어요. 그래서 20대 후반 때 3년 동안 배우를 그만뒀었어요. 그런데 이 갈증이라는 게 해소가 안되는 거예요. 공연에 올라가고 무대 위에 올라가서 맛본 그 희열과 긴장감. 이때 느낀 감정이라는 게 정말 다시 맛보고 싶은 느낌이었어요. 이러한 갈증을 갖고 오게 된 작품이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리틀 잭>이었어요. 다시 시작해서 지금까지 열심히 달려오고 있죠.

 

 

Q 배우로서 가장 기쁜 순간이 있다면

- 공연이 다 끝나거나 시작하기 전에 편지를 받아볼 때가 있어요. 우리 작품을 보고, 혹은 제가 연기하고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고 즐겁고 행복하다는 이야기를 해줄 때 큰 보람을 느끼는 것 같아요. 사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회사, 가족, 친구 관계에서 치이거나 스트레스받는 부분들이 있잖아요. 그래서 영화나 공연을 보면서 그 스트레스를 푸는 분들이 많으신데, 귀한 시간과 돈을 써서 얻고자 하는 감정을 얻고, 풀고자 하는 스트레스를 풀어가셔야 하잖아요. 이런 부분들에 있어서 내가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내가 배우하길 잘했다'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

Q 지금까지 맡아온 작품들 중에서 아쉬웠던 작품 혹은 배역은 없었나

- 사실 딱 정할 수가 없는 게, 매 순간이 아쉬워요. 배우라는 게 정답이 없는 직업이잖아요. 그래도 항상 그 무언가를 쫓아가고, 찾아가고, 선보여줘야 하는 입장인데... 10년 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똑같은 것 같아요. 내가 이때 이걸 알았더라면 더 잘했을텐데라는 생각을 하고는 하죠. 그래도 굳이 한 작품을 꼽아보자면 딱 10년 전에 했었던 <렌트>라는 작품이 아닐까 싶어요. 그때 처음 주인공 '로저'라는 역할을 맡아 데뷔를 했었요. 지금은 웃으면서 말할 수 있는데,그때 욕을 엄청 먹었어요. 당시에 우울증도 생기고 전체적으로 많이 안 좋았고 힘들었죠. 그래도 그때 그 힘든 그 부분을 지나왔기 때문에 지금 웃으며 말할 수 있고, 고민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하나를 꼽아보자면 <렌트>가 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듭니다.

Q 반대되는 질문이다. 가장 해보고 싶은, 욕심나는 배역은 없나

- 기회가 된다면, 한 20년 뒤에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의 세르반테스 역을 맡아보고 싶네요. 정말 꿈 속의 배역이에요. 자기 만의 신념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잖아요. 그리고 스토리와 넘버도 너무 좋고요. 그래서 만약 50대가 됐을 때까지 이 공연이 계속되고 있다면 정말 꼭 해보고 싶네요. 20년 후에 혹시나 시켜주신다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Q 후배 배우들 혹은 배우를 꿈꾸는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을까

- 제가 몇 년 전까지 어린 학생 친구들의 연기 레슨을 했을 때도 말해줬던 건데 "누가 등 떠밀어서 너는 배우 해야돼라는 말을 듣고 시작하지 말고 네가 하고 싶어서 해야 된다"라는 말이에요. 결과물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자기가 좋아하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열심히 탐구하고 연구하고 후회 없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해주고 싶고 말해주고 있어요. 끊임없이 물음표를 갖는다면 좋은 배우로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해요. 배우라는 걸 안 해도 실패라고 생각 안 했으면 좋겠어요. 자기 인생이 더 중요하잖아요. 좋은 배우가 됐으면 하는 친구들은 끊임없이 탐구를 했으면, 아닌 친구들은 더 좋은 길을 찾아갔으면 좋겠어요.

Q 쉬는 날엔 주로 무얼 하나

- 요즘엔 틈틈이 운동이랑 중국어 공부를 하고 있어요. 그리고 시간이 조금 더 허락된다면 짧게 여행도 가고요. 그리고 가장 많은 시간을 쏟고 있는 건 집에서 넷플릭스로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있는 거 같아요. 이게 스트레스도 많이 풀어지고 나중에 작품 할 때 도움도 많이 돼요

Q 최근에 봤던 영화나 드라마 중에서 인상 깊었던 작품이 있었나

- 지금은 <나르코스>라는 콜롬비아 마약왕 이야기를 재밌게 보고 있는데, 추천하는 건 <바이킹스>라는 드라마에요. <왕좌의 게임>이랑 비슷한 드라마인데, 제가 정말 일주일 만에 다 본 드라마입니다. 주변에도 추천을 많이 했는데 정말 재밌어요. 잠잘 때까지 보다가, 일어나서 눈뜨자마자 보고 했던 드라마입니다. <왕좌의 게임>을 재밌게 보신 분이라면 정말 재밌을 드라마니까 추천합니다. 꼭 한번 봐보세요.

Q 이번 작품 이후 일정은?

- 하반기에 준비된 작품들도 있기는 한데요. 일단 당장은 이번 공연이 끝나고 4월 중순에 오픈하는 <더 픽션>이라는 작품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작년에 초연을 마치고 올해 재연으로 올라가는 작품이에요.

 

Q 이 말만큼은 기사에 나왔으면 좋겠다

- 우리 뮤지컬 <달과 6펜스>는요. 처음엔 어려울 수 있으나 두 번, 세 번 보시다 보면 정말 색다른 재미를 찾으실 수 있어요. 오시는 시간 아깝지 않게 정말 재밌게 해드리겠습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아서 자리가 없을 수 있거든요. 모든 배우들이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만들었기 때문에 꼭 보러 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Q 마지막 질문이다. 지금의 기사를 우연찮게 다시 본 몇 년 뒤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은?

- 이 질문은 처음 들어보는 것 같아요. 하고 싶은 말이 딱 하나가 있네요. "왜 알려주지 않았어?"라고요.(웃음) 많은 뜻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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