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끝판왕'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 우려 속 출발
'낙하산 끝판왕'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 우려 속 출발
  • 백서원 기자
  • 승인 2016.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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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박자를 모두 갖춘 보기 드문 낙하산이라는 혹평을 받은 정찬우 한국거래소 신임 이사장이 출발선상에 섰다. 여기서 삼박자란 연피아·관피아·정피아를 뜻한다.

일각에서는 "이를 모두 거쳤으니 낙하산 끝판왕"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신임 거래소 수장을 둘러싼 잡음이 무성한 가운데 정찬우 이사장은 지난 25일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정 이사장은 이날 거래소 구조개편을 최우선 핵심현안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빠르게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 거래소 구조개편과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구조개편에 앞서 정 이사장에게는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노조와의 갈등이다.

거래소 노조는 부적격 낙하산인사라며 이달 4일 부산 본사에서 열릴 예정이던 취임식을 저지해 정 이사장은 하루 늦은 5일 취임했다. 노조는 정 이사장의 내정 소식이 알려진 이후 한 달 넘게 여의도 서울사무소 1층 로비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많은 관계자들의 부정적인 반응과 우려 속에 정 이사장은 간담회에서 한국거래소가 앞으로 추진해나갈 역점 과제를 발표했다. 거래소 구조개편 및 IPO 추진 자본시장 서비스 기능 강화 성장동력 사업모델 다각화 경영 혁신을 통한 조직 역동성 제고 등 4가지다.

정 이사장은 우선 자본시장법 개정안 국회 통과를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지주화 전환 작업을 본격화 했으나 아직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법안 개정 후에는 법령이 정비 되는 대로 거래소를 효율적인 조직으로 개편하는 작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IPO를 신속하게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자본시장의 유기적 성장을 위해 혁신기업 상장을 독려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상장제도와 심사관행을 개선해 재무구조 등 형식요건에 얽매이지 않고 혁신기업의 사업모델과 기술력, 성장 가능성을 우선하는 시장친화적 상장정책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거래소는 기업 현장을 직접 찾아 맞춤형 상장을 지원하는 서비스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크라우드펀딩 스타트업마켓코넥스코스닥 상장으로 이어지는 성장 사다리 종합인프라 구축도 진행 중이다.

박스피 탈출을 위한 대책 마련에도 나선다. 정 이사장은 수년간 계속된 박스피 증시에서 탈출해 시가총액 세계 10위권 내 선진시장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각 시장별로 종합적인 처방과 대책을 수립할 것이라며 특히 외국 기업들의 상장과 해외 투자자들의 거래 유치를 위해 국제 기준에 맞춰 상장·거래제도와 시장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수수료 수익에 편중된 거래소 사업모델의 다양화 등 성장 동력 마련도 신임 이사장의 과제 중 하나다. 이에 따라 금융공학·빅데이터 등 신기술을 활용해 시장정보·지수사업을 육성하고 장외 중앙청산소(CCP) 청산상품 확충 등을 통해 장외파생상품 종합체계도 구축한다.

정 이사장은 한미약품 파장과 관련해 자율공시 강화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미약품은 기술 제휴가 해지된 사실이 다음 날 장이 시작된 뒤 공시를 통해 알려졌는데 관련 내용이 공시 되기 전까지 국내 기관을 중심으로 공매도가 쏟아져 주가가 급락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정 이사장은 기존에 패스트트랙으로 넘길 것은 (검찰에) 모두 넘겼고 추가적으로 공시와 불공정거래에 관련해 면밀히 보고 있다자율공시 정정공시도 당일 하게 하거나 기술 제휴 및 도입도 자율공시사항에서 보다 공시의무를 강하게 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특정 공시가 회사 투자자에 영향을 주지만 다른 투자자에게는 별 영향 없을 수 있는데 이를 의무화 하면 결국 기업에게는 부담만 지우는 꼴이 되기 때문에 신중히 접근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공매도 공시제도에 대해서도 손볼 의향을 내비쳤다. 정 이사장은 공매도가 없는 나라가 없고 공매도라는 게 가격관리 기능이 있기 때문에 존재하는 게 맞기 때문에 (공매도 공시제도는) 신중히 검토해야 할 문제라면서도 외국의 예처럼 공매도를 한 사람은 증자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정 이사장은 거래소를 실무중심의 효율적이고 생동감 있는 조직으로 변모하기 위해 경영시스템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각 본부별로 사업방향을 자율적으로 정하고 혁신 아이디어를 반영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 권한을 대폭 이양했다고 설명했다.

정 이사장이 이같은 의지를 드러냈지만 거래소 노조는 강력한 낙하산 저지 투쟁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라 업계의 시선을 모은다. 앞서 이들은 성명을 내고 후보심사 기간이 불과 2주로 지나치게 짧은 졸속인데다 법적 선임권자인 주주들을 무시하는 전형적인 깜깜이 인사라고 주장했다. 이어 낙하산 인사의 즉각 중단과 투명한 선임절차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낙하산 인사에 대한 총파업은 거래소 역사상 처음이었다.

야당 의원들도 날을 세웠다. 당시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논평에서 정 이사장에 관해 "연피아·관피아·정피아 삼박자를 모두 갖춘 보기 드문 낙하산인 데다 가계부채 최고치 경신,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의 직접적 책임자라며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들은 지난 9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 이사장은) 과거 금융연구원 시절 론스타를 적극 비호하거나 저축은행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인물이라며 자본시장을 운영하는 한국거래소 이사장으로서는 현저히 부적격한 인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한 “그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재직 당시 금융의 우병우로 불리며 홍기택 등 금융권 낙하산 인사참극을 일으킨 인물이라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정 이사장은 박근혜 정권 들어 금융연구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금융위원회를 거쳤다. 지난 4월 총선에서는 새누리당 비례대표에 지원했으나 탈락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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