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증권맨들 "나 못 나간다 전해라"
위기의 증권맨들 "나 못 나간다 전해라"
  • 백서원 기자
  • 승인 2016.0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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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시대, 지점 축소·인력 감축 가속화 전망”

여의도 증권가를 둘러싼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예사롭지 않다.

증시 침체 여파로 최근 4년 사이 여의도를 떠난 증권맨이 8천명에 육박했다. 지난해까지 쉼 없이 이뤄졌던 구조조정은 올해 더욱 거세게 몰아칠 전망이다. 이른바 핀테크로 대표되는 기술과 금융의 융합이 점점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전통적인 방식의 대면 거래가 줄어드는 점이 핵심적인 변화로 꼽힌다. 영업점을 찾아가거나 전화를 걸어서 증권사 직원을 통해 주식을 거래하는 방식은 빠르게 사라져가고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통한 직접 거래가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핀테크 발전의 끝은

오는 3월부터 비대면 금융거래가 가능해지고 핀테크 기술이 본격적으로 적용되면 증권사 직원의 감원은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 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시장에서 스마트폰 등 무선단말기 거래대금의 비중은 201421.27%에서 지난해 10월 말 기준 25.06%까지 늘어났다. 유가증권시장에서의 무선단말 거래 비중도 10.70%에서 올해 15.55%로 증가했다.

반면 영업점의 단말기와 유선 단말기(ARS )를 통한 거래는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

코스닥시장에서 영업단말을 통한 거래 비중은 201417.47%에서 작년 16.50%로 줄었고 유선단말 거래 비중은 같은 기간 0.42%에서 0.38%로 줄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도 같은 기간 영업단말 거래 비중은 47.11%에서 39.36%로 감소했다.

이런 환경 변화에 맞춰 최근 4년 새 600개 넘게 사라진 증권사의 시중 지점은 새해에도 계속해서 자취를 감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곧 인력 감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핀테크 등 파이낸스 온라인 시대가 본격화하면 금융권에선 부가가치를 내지 못하는 지점과 인력 등 비용구조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매매거래를 넘어서 개인 자산분석 및 관리까지 사람 대신 자동화된 시스템이 맡아 주는 로보어드바이저까지 등장했다. 핀테크의 발전이 증권사들의 지점 축소를 가속화하고 있는 셈이다.

김원규 NH투자증권 사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장이 활황이어도 고객이 점포로 오지 않고 온라인이나 모바일을 통해 거래를 한다비대면 방식의 실명 확인이 본격화하면 모든 금융권에서 지점 축소가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6, 구조조정은 계속

최근 잦았던 증권사들의 인수합병(M&A) 과정도 증권맨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지난 연말 증권업계 최대 이슈였던 증권업계 최대 규모인 대우증권과 미래에셋증권 간의 합병 과정이 올해 진행된다.

대우증권 직원들은 미래에셋과의 합병이 결정되고 난 후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해진 상황이다. 지난 연말 대우증권 매각 본입찰을 앞두고 노조가 국민은행의 인수를 적극 지지하고 나섰던 것도 같은 증권회사에 흡수될 경우 많은 직원들이 나가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M&A 과정에서 인위적 구조조정이 일어날 가능성을 부인했지만 전례에 비춰볼 때 두 회사의 합병을 바라보는 안팎의 시각은 예사롭지 않다.

푸르덴셜증권과 한화증권이 합병한 한화투자증권은 2013년말 350여명의 희망퇴직을 받았다. 작년에도 메리츠종금증권으로 피인수된 아이엠투자증권이 희망퇴직을 통해 정규직 직원 40여명을 내보냈고 NH투자증권은 옛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 간 합병 과정에서 모두 600여명의 회망퇴직을 받았다.

메리츠종금증권은 또 작년 말에도 아이엠투자증권 출신 계약직 직원 50여명과 재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방식 등으로 추가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아이엠투자증권의 계약직 직원들은 합병 당시에도 상당수가 일자리를 잃었다.

여기에 LIG투자증권 역시 작년 말 케이프인베스트먼트로 넘어간 상태이며 현대증권 등 다수의 증권사들이 매물로 거론되고 있어 추가 인력 감축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이미 합병을 단행한 증권사들뿐 아니라 M&A와 무관한 중대형 증권사들도 추가 인력감축에 나설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두운 전망, 증권가 한숨

여기에 올해 증권업종의 전망도 밝지 않다.

지난해 1216(현지시각) 미국의 금리인상이 현실화되면서 국내에서 외국계 자금이탈이 가속화될 경우 증시 규모는 더욱 축소될 수밖에 없다. 또한 중국 경기 둔화 우려를 비롯한 글로벌 악재와 국내 경기 부진 등 내우외환이 겹친 상황이다.

주식 시장의 부진은 증권사의 수익 악화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첫 출발부터 크게 흔들린 올해 증시 상황은 증권가의 우려를 더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시황이 부진했던 지난해 3분기 국내 56개 증권사의 당기순이익은 7472억원으로, 전분기보다 37.8%(4543억원) 감소했다.

특히 수탁수수료가 12160억원으로 주식거래대금 감소 및 개인투자자 비중 감소로 인해 전분기대비 1537억원이 줄었다.

ELS 등 파생상품 운용손실로 2분기 12640억원에서 3분기 3864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69.4% 급감한 자기매매이익 부문이 실적감소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다. 거래대금 감소에 따른 수익성악화가 다소 가려졌지만 4분기에는 거래대금 감소로 인해 줄어든 수수료수익분이 곧바로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 9곳 중 7곳의 올해 실적(정치)은 전년에 비해 3~17%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나머지 2곳은 실적이 4~7%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지만 이는 지난해 상승폭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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