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기, 잠들었던 유럽인플레 심리 일으킬까?
드라기, 잠들었던 유럽인플레 심리 일으킬까?
  • 손부호 기자
  • 승인 2015.0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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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기가 QE(양적완화)를 발표했다. 이번에는 립서비스가 아니었다. 규모는 매달 600억달러로 총액은 1.14조유로에 달한다. Fed의 QE2(6,000억달러)를 넘어서고 QE3 중 국채 매입량(약 8,000억달러)도 넘어섰다. 강력한 바주카포다. 규모만으로 보면 1, 2차 LTRO(Long Term Refinancing Operations)를 뛰어 넘는다.

드라기 총재는 지난 1월 9일 유럽 의회 답신에서 이미 국채 매입을 포함한 QE를 시사한 바 있다.

물가 상승률이 (-)를 기록하는 중에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불거진 탓이다. 여기에 유가 하락에 따른 변동성 확대는 느림보 ECB로 하여금 한 발 빠른 선택을 강요하게 했다.

결과론적으로 주식 시장에는 괜찮은 선택이었다.

지난 한 주 글로벌 증시는 뜨겁게 상승했다. 러시아가 6.7% 상승한 가운데 이탈리아(6.5%), 그리스(6.3%), 프랑스(6.0%) 등 유럽 증시가 일제히 급등했다. 유럽에 비해서는 턱도 없이 모자랐지만 일본과 한국도 각각 2.9%, 2.5% 상승하며 간만에 올랐다는 느낌을 줄 정도의 오름세였다. 당분간 이러한 흐름이 지속될 수 있을지 여부가 결국 투자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일 터다.

ECB의 QE 시행은 지난 몇 차례 금리 인하나 TLTRO(목적 장기대출프로그램) 등과는 확실히 비교된다. 증시 반응도 반응이지만 기대인플레이션 측면에서 그렇다.

유럽의 기대 인플레를 구하기 위해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의 break-even inflation rate을 평균했다. 동 지표의 경우 금융위기 이후 미국 신용 등급 강등 때 일시적으로 1%를 하향 이탈했으나 대부분 1%를 웃돌았다. 그러다 작년 11월 이후 최근 유가 하락 및 세계 경기 지표 부진으로 동 지표는 1%를 하회했다. 유로존 물가 상승률이 전년 대비 하락세로 돌아선 때와 비슷한 시점이다. 디플레이션 우려 때문이다.

디플레이션은 자칫 경기의 악순환 구도인“소비 지연 → 기업 매출감소 → 고용 악화 → 소비 감소”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유로존 경제는 저성장 기조와 맞물려 헤어날 수 없는 디플레이션 늪에 빠져들 가능성도 존재한다. 동 지표가 최근 빠르게 상승해 1%를 다시 넘어선 점은 긍정적이다. ECB가 선제적 대응을 통해 기대 인플레 심리를 돌려 세운 점은 매우 바람직하다. 현 경기 상황에서 추가적 상승 가능성 여부는 보다 면밀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겠으나 현재로서는 1%대 안착이 유력하다. 긍정적이다.

KOSPI 역시 동 지표 반락 시 양호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어 당분간 긍정적 흐름이 기대된다. 최근 1년 동안 두 지수 간 상관계수는 -0.6으로 KOSPI는 위험 자산에 대한 선호 여부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돼 왔음이 확인된다.

확인해야 할 부분은 남아있다.

바로 유가다. 유가의 경우 유로화 약세에 따른 달러화 강세 영향에 지난 주말 다시 45달러선까지 하락했다. 작년 하반기 이후 급락에도 불구하고 중동 국가들의 감산 소식이 쉬이 들려오지 않고 있다는 점은 추가 하락에 대한 두려움을 남겨놓고 있다.

한 가지 긍정적인 사실은 유가 하락이 공급 쪽에 일정 부분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원유 탐사와 관련된 시추공 수가 작년 연말부터 급감하고 있다. 작년 10월 10일 1,609개에 달하던 미국내 원유 시추공 수는 1월 16일 기준 1,366개로 급감했다. 2년 이내 고점 대비 감소 수로는 금융위기 이후 최대 수준이다.

시추공 수가 2년 이내 고점 대비 200개 이상 감소한 경우 대체로 유가는 저점을 확인하고 반등한 적이 많았다. 현 수준에서 바닥을 확인하고 반등에 나설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유가 바닥은 40달러 선 내외에서 확인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경우 상품, 신흥국 등 대표적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 심리는 빠르게 개선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할 때다.

국내 내부적으로는 삼성전자의 호실적으로 최근 KOSPI의 이익 추정치 하향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점이 호재다.

KOSPI 200 종목 중 최근 1년간 주별 데이터가 존재하는 146개 기업의 12개월 선행 순이익 추이는 최근 들어 안정세다. 한국전력의 부지매각 효과가 지난 10월말부터 반영된 측면이 있긴 하나 최근 한 달만 놓고 보면 내용도 좋아지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

스플레이 등 대표 IT 수출 기업들의 이익 추정치가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 바로 그 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의 12개월 선행 순이익 추정치 합은 최근 1개월 사이에 1.20조원 개선됐다. KOSPI 이익이나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IT의 중요성을 감안할 매우 반가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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