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년 들어 은행을 비롯한 보험회사, 증권회사 등 금융기관들의 인력구조조정이 많아지고 있다. 은행점포는 1년 동안 전체의 5%가 폐쇄되었다. 외환위기 직후 5개 은행이 구조조정으로 사라진 이래 가장 규모가 크다. 국민·우리·신한·하나·농협·기업·외환·한국SC·한국씨티 등 9개 시중은행의 국내점포는 7월말 기준으로 5,101개이다. 작년 6월말 점포수는 5,370개로 1년 만에 269개 점포가 사라졌다. 채널합리화를 내세워 점포축소에 적극적으로 나선 씨티은행이 69개, SC은행은 50개 감축했다. 하나은행이 43개, 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각각 41개씩 줄였다.
점포감축에 맞춰 은행원도 속속 짐을 싸고 있다. 500~600명이 줄어든 외국계 은행뿐만 아니라 시중은행도 100~200명 안팎씩 감소했다. 최근 1년간 꾸준히 이루어진 점포·인력 구조조정은 외환위기 이후 은행권에 불어 닥친 구조조정 이후 가장 규모가 크다. 은행권의 점포·인력 축소 배경은 비용절감과 금융환경 변화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오프라인 영업이 온라인 영업으로, 스마트폰 활용으로 바뀌면서 많은 인력을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줄어들었고, 자동화기기(CD·ATM)가 널리 보급되면서 창구를 찾는 발길도 뜸해졌다.
보험권에서는 삼성생명이 1천명을 감축했으며, 한화생명이 5년 만에 300명 줄였다. 교보생명은 480명의 희망퇴직자를 확정했다. 빅3 생보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인력감축에 나선 이유는 저금리 상황에 따른 수익률 부진 등으로 업황이 지속적으로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는 지난해 희망퇴직을 실시한 한화증권(350명)과 KTB증권(100명), SK증권(200명)에 이어 올해 희망퇴직으로 여의도를 떠난 증권맨이 2,000명을 넘어섰다. 수익성 악화로 비용구조를 개선키 위해 증권사들이 구조조정에 들어간 결과이다. 동양증권이 전직원의 25%수준인 650명, 삼성증권이 전직원의 10%선인 300명, 부국증권 45명, 하나대투증권 145명 감소하였다. 통합을 위해 우리증권과 농협증권도 각 412명과 196명을 퇴직시켰고, 대신증권이 302명을 확정했다.
반기 만에 2,000명이 증권가를 떠난 것은 2003년 카드채 사태 이후 11년 만이다. 하반기에 HMC증권과 현대증권의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면 올해 증권업계 희망퇴직자 수가 2,750명을 초과할 것이란 예상이다.
금융기관들의 인력·점포 구조조정에 금융권 노사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금융권에서 희망퇴직한 사람들의 상당수가 퇴직이후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업은 이익을 창출해서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기 노력하기 때문에 구조조정 추진은 필수불가결하다. 그러나 지금은 베이비붐 세대들이 정년퇴직을 하고 있으므로 몇 년 지나게 되면 오히려 필요인력이 부족할 수 있다. 심화되고 있는 경기양극화를 해소하려면 다수의 사람들이 같이 잘 사는 공정한 정책이 필요하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중 하나는 고용창출이다. 금융권은 인력구조조정을 시급히 전개할 것이 아니라 고객관련 업무 등에 인력을 배치하는 등 신규일자리 창출을 통하여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드는데 일조했으면 한다.